중요한 뇌 단백질의 구조가 밝혀짐으로써, 벤조디아제핀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좀 더 안전한 처방약 개발의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 Wikipedia

 

톰 페티 앤 더 하트브레이커스의 리더로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 톰 페니는, 지난해에 '처방용 진통제와 진정제의 우발적 과다복용'으로 사망하여 신문에 대서특필 되었다.

그와 비슷한 원인으로 사망한 톱스타들의 사례가 굉장히 많아, 언론에서는 마약성진통제(opioid painkiller)의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진통제와 진정제의 치명적인 조합'의 또 한 가지 구성요소인 진정제(tranquillizer)도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 전형적인 예는 벤조디아제핀(BZDs: benzodiazepines) 계통의 약물이다.

 

바리움(디아제팜), 자낙스(알프라졸람) 등으로 대표되는 BZDs는, 지난 수십 년간 주로 불안증 치료제로 처방되어 왔다.

그리고 BZDs와 관련된 탐닉 등의 위험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6월 22일 발표된 연구에서는, BZDs를 마약성진통제와 함께 처방할 경우 특히 위험하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했다.

즉, 마약성진통제를 복용하는 사람에게 BZDs를 추가로 처방할 경우 과다복용의 위험의 다섯 배로 증가한다는 것이다(참고 1).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에 따르면, 마약성진통제와 관련된 약물의 과다복용 중 거의 1/3은 BZDs과도 관련된다고 한다.

 

마약성진통제와 BZDs의 병용투여가 문제되는 이유는, 두 가지 모두 중추신경 억제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약물이 함께 작용할 경우 호흡곤란을 야기할 수 있는데, 사실 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왜냐하면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의 상당수가 질식사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 식품의약국(FDA)은 "마약성진통제와 BZDs를 병용처방하면 위험하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FDA는 지난달 《NEJM》에 발표한 논평논문(perspective article)에서 적극적인 약물감시(proactive pharmacovigilance)를 요구하며, 상이할 의사들(때로는 동일한 의사)이 한 환자에게 처방한 약물들을 추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참고 2).

 

그러나 약물감시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해결책도 중요하며, 그 핵심은 좀 더 안전한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비탐닉성 마약성진통제를 개발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BZDs를 대체하려는 시도도 레이더에 포착되고 있다.

후자의 목표는, 진정효과는 똑같지만 위험한 부작용이 없는 화합물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과학자들은 6월 27일 《Nature》에 기고한 논문에서 중요한 성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인즉, GABAA라는 수용체의 구조를 자세히 파악한 것이다(참고 3).

GABAA는 뇌의 시냅스 근처에서 주로 발견되는 막단백질(membrane protein)을 말하며, BZDs 등의 약물이 생리적 효과를 발휘하려면 먼저 이 수용체에 결합해야 한다.

따라서 이 수용체의 구조를 밝혀내면 연구자들이 덜 위험한 화합물을 설계하거나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BZDs를 대체하는 약물을 개발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화학자들은 이미 (구조가 알려진) 다른 수용체에 결합하는 화합물을 물색하고 있다.

그에 더하여, BZDs가 GABAA에 결합하는 메커니즘을 정확히 알면, 불안증, 뇌전증 등의 신경장애를 치료하는 새로운 화합물을 개발하는 데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GABAA의 구조는 매우 복잡하므로, 화학자들은 전통적인 구조생물학 기법을 이용하여 그것을 해명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은 초저온전자현미경(cryo-EM: cryo-electron microscopy)에 눈을 돌렸다.

그것은 수용액 속에 얼어붙어 있는 단백질에 전자빔을 발사함으로써, 최근 전통적인 기법을 제치고 매우 복잡한 인간의 단백질 구조를 해명하는 방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GABAA 수용체는 많은 서브유닛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서브유닛들은 수많은 동형체(isoform)로 배열될 수 있다.

이번에 《Nature》에 발표된 논문에서, 연구진은 초저온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인간의 뇌 시냅스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동형단백질을 가시화했다.

그들은 GABA(γ-aminobutyric acid)라는 신경전달물질과 BZDs(플루마제닐)이 서브유닛 사이의 인터페이스에 결합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GABAA의 복잡한 구조가 밝혀지면, GABAA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인 다재다능함(versatility)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GABAA는 BZDs에 결합하는 것은 물론, 바르비투르염(barbiturate), 알코올, 마취제, 스테로이드 등의 화합물에 의해 활성된다.

따라서 GABAA의 구조를 밝혀짐으로써, 화학자들은 그러한 분야의 치료제를 발견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되었다.

화학자들의 다음 과제는, 화학적으로 독특한 약물군(BZDs, 바르비투르염, 알코올, 마취제, 스테로이드)의 작용방식을 밝혀내는 일이 될 것이다.

 

오리지널 약물들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고, 신중하게 사용된다면 긍정적 효과를 계속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약물이라도 너무 많이 사용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한때 순수하게 이론적인 면에 치중했던 근본적 구조생물학이 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다.

 

 

※ 참고문헌
1. 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networkopen/fullarticle/2685628
2. https://www.nejm.org/doi/10.1056/NEJMp1806486
3. https://doi.org/10.1038/s41586-018-0255-3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5578-z

 

글쓴이_양병찬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기업에서 근무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 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일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등에 실리는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실시간으로 번역, 소개하고 있다. 그의 페이스북에 가면 매일 아침 최신 과학기사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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