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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아이와 대중교통 타기

기사승인 2018.08.13  01: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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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김세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선, 수많은 선배 부모님들께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먼저 드리고 싶다.

"저는 아이들에 대해서 심하게 무지했습니다."

결혼하기 전, 아이가 쉼 없이 재잘거리고, 웃고 우는 행위가 부모의 통제하에서 완벽히 조절된다고 믿고 있었다.

버스와 기차를 자주 이용하던 나에게 시끄러운 아이와 동행하는 부모들은 매너 없는 부모, 나쁜 부모, 무책임한 부모였다. 그래서 속으로 욕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내가 그런 부모였다.

 

아이들과 기차를 탔다. 많은 간식을 준비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기차 칸을 들어서기 전부터 아이가 유달리 보채기 시작했다.

아이를 달래서 들어간 기차 안은 만석임에도 불구하고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대중교통 칸의 침묵은 아기를 둔 부모에게 불안감을 유발한다. 

 

한 가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 침묵이 우리 아이 때문에 결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래서 같은 열차 안에 비슷한 또래 아기가 있는 경우처럼 반가운 경우가 없다.

사악하게도 그 다른 아이가 격렬하게 울어줄수록 왠지 우리는 더 편안함을 느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기차 예약이 늦은 탓에 그 날은 우리가 그 기차 칸의 침묵을 깨는 유일한 방해자 역할을 맡았다.

 

사진_픽사베이

 

아기가 대중교통 안에서 울고, 어린아이가 쉼 없이 재잘 대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일이다.

겨울이 되면 춥고 여름이 되면 더운 것처럼 말이다.

특히 아기 울음은 자기 불편함을 알리고 어른의 도움을 받기 위한 인류의 오랜 진화적 산물이다.

때문에 아기 울음소리로 인해 누구나 쉽게 신경이 곤두서고 불편한 마음이 유발될 수 있다.

 

기차나 비행기를 이용해서 먼 길을 떠나는 부모 입장에서 마음 같아서는 자신과 아이와 원활한 여행을 위해 아이에게 졸린 약도 먹여보고 싶은 유혹도 들 수 있다.

코약으로 사용하는 안티히스타민 계열 등이 그런 졸린 일부 효과를 가질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1. 우선, 아이에게 좋지 않다.

약 자체가 수면 외에도 다른 약물 효과를 나타내어 아이에게 불편감을 야기할 수도 있으며, 특히 뇌 발달의 중요한 시기인 아기들에게는 필요 없는 약을 줄 실익은 없다.

2. 부모에게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약을 복용하고 기대하는 효과와 실제 약이 반대 효과를 낼 수도 있다(paradoxical effect). 약을 먹고 나서 오히려 짜증만 늘고 자지 않는다든지, 역으로 더 활동적인 모습을 나타낼 수도 있다. 

 

대개의 부모들은 그래서 간식을 주거나 장시간 영상물 같은 것을 틀어주기도 한다.

우리도 운이 좋을 때는 아이가 잠들어 평화롭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날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하는 간식이나 영상이라 하더라도 결국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시도들도 이동 거리가 멀어지면 아이의 울음이나 짜증으로 끝나는 실패가 많았다. 

 

사진_픽셀

 

안타깝게도, 아이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이런 부모의 어려움을 원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는 것 같다. 

다만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주변과의 불편한 상황을 조금 줄여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음과 같은 시도들은 고려 해봄직 하다.

 

1. 주변에 양해 구하기(미리 알리기)

주변에 양해를 구한다는 것은 아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도, 부모가 자기 하나 다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 아니다.

우리 아이가 그저 아직 "어린아이"이기 때문이다.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 나중에 사과를 하는 것에 비해 나름의 장점이 있다.

미리 이야기를 함으로써 주변 역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효과도 있고, 짜증의 역치가 높아져 표면적인 갈등도 줄일 수 있다.

 

2. 아이를 달래는 데 최선 다하기

부모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아이는 울 수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 하는 더 큰 이유 중 하나는 주변의 시선이다.

아이 소음으로 사람들이 화를 내는 대상은 '아이'가 아니라 사실 '아이의 부모'이다.

때문에 가장 갈등이 생기는 경우는 주변에서 보기에는 아이의 울음/짜증 등에 부모가 무책임하게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이다.

반대로 여전히 울지만 최선을 다하는 부모를 보면 주변에서도 안타까움에 오히려 배려의 손을 내밀어 줄 수도 있다.

 

3. 악화 요소가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다

우리 아이는 역방향이면 더 멀미를 하는 것 같아 되도록 그 좌석은 피하려 한다.

그 밖에 사람들이 많이 언급하는 상황으로는 - 아이를 달랠 공간 조차 없는 많은 사람들이 타는 시간 피하기/아이가 배고파하는 시간 피하기/사람들이 많이 자는 시간 피하기 등이다.

또한 3만 피트의 고도에서는 기압 변화로 인해 장내의 공기가 20%가 증가된다고 한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는 아이들에게는 평소 집에서 먹는 양보다 더 주지 않는 것이 배를 덜 불편하게 한다고 한다 

 

4. 이미 알려진 요령들은 따라 해보기.

- 비행기 이착륙 시 귀가 불편한 느낌이 들 수 있어 아기의 경우 젖병을 물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혼잡하지 않은 경우 승무원 분께 아이를 달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표를 구입할 때 유아 동반석 등을 활용하면 아이들만 있는 구역으로 배정되기도 한다.

- 미리 도착해서 아이와 타기 직전까지 격렬하게 놀아주고 아이 낮잠 시간 등을 이용해서 이동한다 등.

 

사진_픽셀

 

5. 아이가 계속 운다면, 가능하면 "아빠"가 안고 가기.

'Miss manners' guide to rearing perfect children'이라는 육아 서적에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소리 지르며 울고 있는 아기와 여행하는 아빠는 불쌍한 아기를 위해서 헌신하는 홀아비처럼 보이기 쉽다...(중략)"

굉장히 성차별적인 묘사지만 내 주변에서는 꽤 많이 공감을 했었다.

엄마보다 아빠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미소를 자아낸다는 자료도 있었다.

따라서 어차피 쉽게 아이를 달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상대적으로 힘이 센 아빠가 아이를 장시간 안을 수 있고 더욱이 이를 주변에서 더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넘길 수 있다는 이점에서 이런 시도의 근거는 충분해 보인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 아이는 속이 좋지 않았던 탓에 기차 안에서 토를 했었다.

아이와 나의 옷, 기차 안 곳곳에 김이 나는 따뜻한 토가 묻었고 아이도 놀란 탓에 크게 울어, 내 입장에서 열차 안은 전쟁터 같았다.

다행히 아이 가까운 곳에 서 계시던 한 할아버지가 친절히 도와주셨다.

"자식들이 이런 것까지 다 기억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라며 인자한 미소를 띤 그분을 보며 아이와 여행을 하며 가장 좋은 행운은 '친절한 동승자를 만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세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ussassa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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