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지윤 정신건강간호사]

 

81년생 현우 씨는 자기를 ‘낀 세대’라고 표현한다.

"우이씨~ 나는 나이 든 사람들 다 맞춰주면서 직장 생활하던 세대인데, 왜 이제는 어린애들 비위까지 맞춰줘야 돼?"

이야기를 들어보니, 과장인 그가 단톡방에 공지를 올렸는데 ‘네’라고 대답하는 후배가 아무도 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요즘 젊은 사람들은 별다른 말이 없으면 그렇게 하겠다는 표시라고 생각해서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그는 이런 상황이 당황스럽고 ‘대답 좀 해라~’라고 한 마디 하고 싶지만, 왠지 자기가 꼰대가 되는 것 같아서 하지 못한다.

 

또 요즘은 1차 회식이 끝나면 후배들에게 자율적으로 2차를 잡게 하는데, 여자 후배들은 항상 집에 가버리고 결국 남자들만 남게 된다.

이때 여자 후배들이 서운하진 않을까 신경이 쓰이고 자신이 한 번 더 권해야 하는지, 아니면 괜한 소리를 하는 것인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소소한 고민들이 가끔은 ‘후배들이 나쁜 평가를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으로 이어지고, 직장 상사에게 시달렸던 일과 함께 떠올라 잠을 설칠 때도 있다.

동기들과 이런 얘기를 하면 모두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므로 자신만 괴로운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유난히 자신이 다른 사람 시선을 많이 신경 쓴다고 느낀다.

"아, 나는 유리멘탈이구나..."

그는 왜 자신이 유리멘탈인 것인지, 어떻게 하면 이런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진_픽사베이

 

유리멘탈이 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단 한 가지 원인을 지목하기는 어렵다.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이 되는 경우 멘탈은 당연히 ‘깨지기’ 쉬워진다.

일반적으로 직급이 올라갈수록 책임져야 할 것들과 요구받는 역할이 많아지면서 심리적 압박을 많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우 씨처럼, 같은 상황에서 자신이 남들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우선 태어날 때부터 감정적으로 예민한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부모의 양육방식에 영향을 받았거나 어린 시절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같이 충격적인 사건을 겪어서 심리적인 취약성을 갖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또 상황을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상황을 부정적으로 지각하여 불편한 감정에 압도되면 자신도 모르게 문제 해결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비슷한 다른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잃고 점점 악순환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이다.

 

방금 이야기한 것은 스트레스와 취약성, 대처기술로 이름 붙일 수 있는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므로 각각을 구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성 생활 사건들(부모의 이혼, 폭행이나 강간 등)이 취약성을 증가시키기도 하고,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여 형성된 부정적인 자기개념이 다시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1).

 

유리멘탈의 이유를 설명했지만, 사실 정신질환의 원인을 설명할 때 이 이론을 이용한다.

정신질환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이론은 ‘취약성-스트레스 상호작용 모형’이라고 한다.

‘스트레스 체질 모형’, ‘취약성-스트레스-대응능력 모형’, ‘질병 소인-스트레스 모형’ 모두 거의 같은 의미이다.

(이 외에도 정신질환의 원인은 다양한 모형으로 설명되고 있으며 각 질환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론들 역시 이 모형에 부합한다(2).)  

 

<취약성-스트레스 상호작용 모형>

 

앞서 태어날 때부터 예민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은 유전적인 소인을 가진 것을 의미하고, 아동기의 이별, 방치, 학대 등은 심리사회적 요인이라고 한다.

이러한 유전적 소인과 심리사회적 요인을 지닌 개인을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취약한 사람에게 스트레스(이별, 상실, 갈등, 경제적 문제, 고민, 부정적인 생활사건, 충격적인 생활사건, 질병의 악화, 자기애적 상처 등)는 급성 방아쇠 인자(acute trigger)가 되고, 이때 정신질환이 발병할 수 있는 것이다(3).

 

그렇다면 현재 나의 멘탈 상태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다음 화에서는 유리멘탈을 뜻하는 정신과적 용어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 참고

1. 이정태. (Glen O. Gabbard의) 역동정신의학 제5판. 서울: 하나의학사; 2016. 255-9 p.
2. 박원명, 민경준, 권영준, 대한우울·조울병학회. 우울증. 서울: 시그마프레스; 2012. 75-8 p.
3.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신경정신의학 3rd Edition. 서울: 아이엠이즈컴퍼니; 2017. 727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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