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중독포럼 전혜란 가정의학과 전문의/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 궐련담배 vs 전자담배 vs 궐련형 전자담배 vs 가열담배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상품명: 아이코스, 글로, 릴 등)의 유해성에 대한 식약처의 공식 발표 이후 연일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다양한 시각과 정보는 과연 어느 범위까지 믿고 수용해야 할까?

일단 모든 것에 앞서 우리는 이들의 용어를 정리하고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지칭하는 용어가 다양해지며, 그 용어는 대상의 성격과 방향성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상징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연소(불을 붙여 태움)하는 방식의 일반 담배를 궐련 담배라고 한다. 궐련담배 내의 중독 물질인 ‘니코틴’ 만을 액체로 만들어 그것을 전기로 가열하여 나오는 증기를 흡인하는 방식이 전통적인 전자 담배이다.

그리고 일명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같은 스틱 형태로 그 성분 또한 일반 담배와 거의 유사하게 구성되어 있으나, 불을 붙여 태우며 발생하는 연기가 아닌 열을 주어 찌면서 발생하는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이것은 단순히 니코틴 증기만을 흡입하는 전자 담배와는 엄연히 다른 제품이다.

즉, ‘궐련형 전자담배’라는 용어는 그것이 일반 담배와 유사한 조성이라는 사실을 가려지게 만들어 담배는 아니라는 인상을 주면서 그저 기존 전자담배의 일종으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용어 정립의 중요성을 알기에 [WHO]와 [대한금연협회]에서는 ‘가열 담배(Heated tobacco products, HTPs)’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반면, 가열담배 출시의 대표적 선두 주자인 한 기업에서는 ‘위험 감소형 제품 (Reduced Risk Products)’이라는 단어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그 조성과 사용 방법, 그리고 세계적인 동향 등을 모두 고려해 보았을 때 그 위험성을 축소시켜 표현할 여지가 있는 ‘전자 담배’ 나 ‘위험 감소형 제품’이라는 말 대신 ‘가열 담배’라는 말이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정확한 명칭 정립을 통해 가열담배의 올바른 분류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 흡연자들이 가열담배를 선택한 ‘진짜’ 이유

가열담배 흡연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가열담배를 선택한 이유로 예상을 깨고 "냄새가 적고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50% 이상으로 1위를 차지했다. 1위로 예상했던 “덜 해로워서”라는 건강상의 이유는 17%로 1위와 큰 격차를 보였다. 

 

 

그 외에도 '금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와 '실내에서도 피울 수 있어서'가 각각 3,4위에 올랐다.  

하지만 정부의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은 이런 흡연자들의 사정은 외면한 채, 가열담배도 일반담배 못지않게 해롭다는 결과만 내놓고 있다. 정부의 가열담배 유해성 발표에 보여진 흡연자들의 냉랭한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따라서 흡연자들이 왜 가열담배를 선호하는지 좀 더 흡연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원인을 살펴보고 그에 맞는 금연 방법을 제시하거나 그와 관련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 필요하겠다.

(1위를 차지한 ‘냄새가 나지 않아서’와 관련된 내용은 다음 연재에서 다룰 예정이다.)

 

♦ 가열 담배는 기존의 일반 담배를 끊는 ‘금연의 수단‘ 이 될 수 있을까?

3위의 답변인 ‘금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에 대한 이면을 살펴보면, 일부 흡연자들은 가열 담배를 금연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가열담배는 기존 담배를 변형시킨 또 다른 형태의 담배 일 뿐이다.

게다가 가열담배 회사가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열담배의 니코틴 양은 기존 담배와 거의 같기에, 일반 담배 흡연과 비슷한 만족감을 준다.’는 주장은 오히려 가열담배의 중독성이 기존 담배와 비슷한 정도로 높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지난 연재 [7초, 담배가 우리 뇌에 도달하는 시간]에서 다룬 내용을 참고하면, 니코틴의 중독성은 다른 어떤 물질보다 강력하여 한번 사용으로도 중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소개되었다.)                      

 

 

가열담배 회사는 이런 니코틴의 중독성을 역으로 이용하여, ‘가열담배의 이러한 니코틴 함유는 일반담배에서 가열담배로의 전환을 용이하게 할 것이다’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기존 궐련 담배에서 가열 담배로의 새로운 중독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게다가 니코틴 그 자체가 주는 유해성(비록 담배의 다른 유해 성분보다는 덜하지만)조차 간과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진정한 금연의 기회를 놓치기 전에, 가열담배가 흡연에서 금연으로 가는 ‘다리의 역할’이나 ‘금연의 수단’이 아닌 또 다른 흡연 그 자체라는 인식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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