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최근 강진에서 여고생이 무참히 살해되고 유기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유력한 용의자는 피해자 아버지의 친구라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이렇게 뚜렷한 이유 없이 잔인한 범죄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A. 맞아요. 헤어지자는 여자 친구의 반려견을 죽이고 머리카락을 자른 전 남자 친구 사건도 있었죠. 이런 범죄의 당사자는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로 여겨집니다.

 

Q. 최근 들어 그 용어를 참 많이 듣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명확하게 사이코패스가 뭘 의미하는 걸까요? 단순히 생각하면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 같은데요.

A. 정의로만 보면 꼭 그렇지 않습니다. 사이코패스 특징 중 하나는 사회 상류층, CEO, 정치인 등에서도 사이코패스가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인구의 1% 정도 된다고 하니까 그리 적은 빈도도 아니죠.

 

사진_픽사베이

 

Q. 생각보다 많네요. 조금 오싹한데요. 이런 분들을 감별할 수 있을까요?

A. 사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단은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단순화되어 있습니다. 어떤 모습들을 보이면 이런 질환이라고 하자, 이런 식이죠.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조금 다릅니다.

로버트 헤어가 만든 진단 도구의 경우 전문의 2인이 20문항에 걸쳐 질문을 하고 점수를 매겨 진단하게 되어 있습니다.
전문가용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특징을 조금 이해하면 일상에서 감별할 수 있겠죠.

 

Q. 사이코패스 특징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냉정하고 감정에 휘말리지 않습니다. 도덕성이 없고 죄책감이나 후회가 적습니다. 당연히 거짓말에 능하죠. 이게 가능한 이유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남의 고통에 대해서 둔감한데 최근 연구들은 이들이 자신의 고통에 대해서도 둔감하다고 합니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을 잘 은폐한다는 것입니다. 대개 머리가 좋고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이익이 생기거나 해가 되지 않는다면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화에 나오는 한니발 렉터나 노먼 베이츠처럼 행동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친절한 휴 그랜트처럼 행동하게 되죠.

 

Q.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A.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정신의학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DSM이라는 진단기준표에서 분류한 정의입니다.
이는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주로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행동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너무 넓은 범주의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여겨지기도 하죠. 일반적으로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의 10~20% 정도가 사이코패스로 여겨집니다.

그러니까 감정적으로 냉담하고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면서 죄책감이 없는 사람이 사이코패스며,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사회적 규범을 따르지 않고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을 포괄하는 것입니다. 

 

Q. 이전에는 이 분들이 대략 1% 정도나 된다고 했잖아요? 어떻게 해야 이들을 알아보고 조심하게 될까요?

A. 이 분들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정말 일반적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로버트 헤어는 이들에 대한 진단 도구를 개발한 사람입니다. 명확하게 이들의 뇌파와 뇌 기능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헤어가 이들의 뇌파를 분석해서 학회지에 제출했습니다. 게재가 거부당했는데 그 이유는 사람의 뇌파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이들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확연히 다릅니다. 이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적절한 대처는 불가능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그래서 이들의 행동을 일반인의 행동 원칙에 따라 이해하려고 하면 불가능하죠. 그보다는 이들의 주요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점은 이들은 느끼지 못한다는 겁니다. 고통과 두려움에 둔감합니다. 
타인이나 자신의 고통에 대해 둔감하죠. 그래서 매우 지루해한다고 합니다. 강렬한 자극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험한 스포츠, 무서운 영화, 자극적인 이야기 등에 집중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자존심이 상하거나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할 때는 분노하게 됩니다. 매우 제한적인 영역의 감정만 발달했습니다. 분노와 복수심이 주된 감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들은 자신을 감추는데 전문가이기 때문에 아주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보기 어렵죠. 하지만 같이 생활하는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그 예가 미국의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총기 난사 사건의 주범인 에릭의 경우입니다. 

 

Q. 어떤 것을 통해 알아볼 수 있었을까요?

A.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에 대해서 공격적이었죠. 
대부분의 경우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매우 공격적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자신의 부모가 있는 자리에서는 딴 사람이 된 것처럼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이를 본 동급생의 어머니는 사건이 나기 1년 반 전부터 경찰과 학교에 경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학교 모두 에릭에 대한 경고를 신중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이코패스는 이전까지 알던 사람들과 다른 부류의 사람입니다. 그래서 공부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당연히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연구와 학습을 통해 조기에 분류하고 위험군에 대해서 상담과 관찰을 통해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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