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울증 약물을 언제까지 먹어야 하나요?”

제가 외래 환자를 보면서 단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아닐까 합니다.

“선생님, 약물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고 하던데. 약물을 끊을 수 있나요?”

개인적으로 이런 질문을 받을 때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을 합니다. 

“선생님, 약물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고 하던데. 약물치료는 싫어요.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질문을 훨씬 많이 받았거든요.  

약물치료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우울증 약물은 바로 효과가 생기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우울증 약물이 효과를 발휘하는 데 적어도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적절한 용량을 복용했을 때 개인 간 차이는 있지만 4~6주를 사용해야 그 약물이 이 환자에게 충분한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약을 먹자마자 효과가 있다고 생각이 된다면 함께 처방된 다른 약물(특히 항불안제)의 효과 또는 치료를 시작해서 오는 심리적 안정으로 인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복용방법을 정확히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약물치료에 대한 반감으로 많은 환자가 처방받은 용량보다 적게 약물을 먹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먹으라고 했지만, 저녁만 먹는다든가 하루 정도는 건너뛰는 경우가 많죠. 치료를 방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입니다.

약에 대한 부작용에 따른 것이라면 재빨리 주치의에게 알리고 자신에게 맞는 약물을 시간에 맞춰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울증 약물은 일정 혈중 농도를 유지해야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본인 스스로 판단해 약물을 갑자기 중단하면 안 됩니다. 대부분의 우울증 약물은 중단 시 천천히 줄여나가야 합니다.

갑자기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마치 질환이 재발한 것처럼 매우 불쾌한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심장이 갑자기 두근거리거나 짜증이 밀려오죠. 특히 잠이 오지 않아 다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한 번 약물 중단에 실패하면 오히려 약물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비난하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방받은 약물이 효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우울증 약물은 4~6주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그 약물의 효과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시간이 흘렀음에도 호전이 없으면 다른 약물로 전환을 하거나 추가적인 약물을 복용하게 됩니다. 한 번에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생님은 항우울제가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다른 약을 첨가해 불안을 감소시켜 주고 외래 주기를 짧게 가져 약물치료로 인한 효과를 평가하고 부작용을 살핍니다.

4~6주 정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효과가 없다고 판단이 되면 약물을 추가하거나 다른 약물로 전환하게 됩니다.  

좋아졌다고 느끼기 시작했을 때라도 한동안은 항우울제 복용을 지속해야 합니다. 이것이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약물 지속 기간에 대해선 논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선 정신건강의학과 교과서라 불리는 Synopsis of Psychiatry를 기준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적어도 6개월을 복용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전 발병 과거력이 있다면 당시 치료기간을 고려해야 하는데, 만약 당시에 1년 동안 약물치료를 했다면 더 긴 기간, 즉 다시 1년 정도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권고 사항으로는 약물 복용을 중단하고 30개월 내 재발을 했다면 5년간 치료 유지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께 알려드리고자하는 내용을 다시 정리하자면,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적어도 6개월을 복용해야 하고, 30개월 내에 재발을 한 경우라면 5년간 유지치료를 해야 합니다."

이러한 권고사항만 잘 따르신다면 우울증이 덜 치료되거나 재발할 확률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발병원인과 상황 등 우울증 치료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