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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안으로 들어온 정신의학

기사승인 2018.07.19  07: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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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의학에 관한 고리타분한 역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다른 의료 영역에 비해 정신의학은 근현대의학으로 비교적 늦게 들어온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세시대만 하더라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면 소위 사탄에 들린 사람이나 마녀 취급을 받았고 고문과 학대, 화형을 당하기 일쑤였지요.

르네상스를 거치며 정신질환을 종교적으로 이해하려는 시각은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당시의 정신의학은 정신질환자를 쇠사슬에 묶어 마치 죄수처럼 정신병원에 갇혀 지내게 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1800년 무렵이 되어서야 필립 피넬(1745~1826)에 의해 정신질환자를 쇠사슬에서 해방시키고 인격적인 처우를 하도록 했으니 그 전까지의 정신의학이 어떤 수준이었는지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후의 정신의학이 획기적으로 변화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900년대 초중반까지 대부분의 정신병원이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외곽에 마치 섬처럼 내과, 외과 등 다른 의료 영역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으니까요.

 

사진_픽사베이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전후로 서구의 현대의학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정신의학이 자연스레 종합병원 내에 있었지만, 미국만 하더라도 1935년 무렵 에서야 정신의학이 종합병원 안에 생기게 됩니다.

그것도 진료보다는 다른 의학분야와의 공동연구의 목적으로 당시 록펠러 재단이 후원해서 미국 내 주요 5개 종합병원 안에 정신과가 생겼지요.

그런데 1970년도 들어서며 사회변혁운동으로 흑인, 여성, 소비자의 인권과 권리에 대한 인식이 커지며 분위기가 바뀌게 됩니다.

일반 환자 단체에서 환자를 질병을 가진 대상으로만 취급하지 말고 전인적인 인격체로 치료해 달라는 요구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간 질병의 진단과 치료과정에서 절망과 불안, 고통이 환자로서 혼자 감내해야 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정신사회적인 접근을 포함하는 통합적인 치료가 필요해지면서 종합병원 내에서 정신의학의 중요성이 커진 겁니다.

종합병원 내에서의 다른 여러 임상 과목과 연계하여 환자에게 통합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정신의학의 분야는 “정신신체의학(psychosomatic medicine)”, “자문정신의학(consultation-liaison psychiatry)”, “종합병원정신의학(general hospital psychiatry)”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며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미국에서 정신신체의학은 별도의 수련 과정을 통한 전문성 확보의 필요성이 인정되어 2003년에 미국전문학회연합체(American Board of Medical Specialties)의 공식적인 정신의학의 세부 분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 몸(신체)과 마음(정신)이 서로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 케케묵은 논쟁이 있어왔습니다.

서양에서는 신체와 정신을 서로 별개의 독립적인 영역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했습니다.

길게는 플라톤(427-347B.C.)에서부터 근대에 이르러 데카르트(1596-1650)로 이어졌고 의학이 질병을 중심으로 치료하는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반면,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정신과 신체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죠.

서양에서 이러한 통합적 이론을 주장한 대표적 정신과 의사는 아돌프 마이어(1866-1950)입니다.

그는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삶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정신신체의학의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정신신체의학에서는 신체적 질환이 정신적인 측면에서 기인할 수 있고 반대도 성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신신체의학의 이론은 현대 의학이 발전하며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여러 과학적 근거가 쌓이며 입증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만성적인 스트레스, 우울, 불안, 불면 등의 정서적인 상태는 우리 몸의 여러 면역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질병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치유도 더디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암 환자에서 암 치료와 함께 정신사회적 지지치료를 받으면 암 생존기간이 더 연장된다는 결과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진_픽셀

 

종합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는 누구나 다양한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심각한 질병을 진단받고 절망감을 느낄 수 있고 힘든 치료과정 중에 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인해 극도의 우울을 표현하며 치료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치료 과정에서 정신적인 혼동이나 착란 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증상은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종합병원 내에서의 정신의학은 여러 다른 진료과목과 연계하여 입원해 있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목적을 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심각한 질병을 맞닥뜨렸을 때 경험할 수 있는 극도의 스트레스나 불안, 우울, 불면을 다루고 내외과적 치료과정에서 부작용으로 동반될 수 있는 여러 정신적인 증상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진과의 소통을 돕기도 하고 장기이식수술에서는 기증자나 수혜자가 이식수술을 받기에 정신적으로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역할도 합니다.

 

암환자에서 정서적인 어려움을 정도를 "디스트레스"라는 용어로 표현합니다.

암 환자의 정신적인 건강이 점차 중요해지면서 국제보건기부 및 미국암관리협회 등에서는 암환자에서 디스트레스 평가 및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죠.

심지어 암 환자에서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할 주요 활력징후로 체온, 혈압, 맥박, 호흡수, 통증에 이어 디스트레스를 6번째 활력징후로 삼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암 치료에 있어서 정신적인 관리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입니다.

이는 일반적인 내외과 질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의 의료에서는 치료의 목적이 질병의 완치에 머무르지 않고 치료 과정과 치료 이후에도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암 진료뿐 아니라 모든 의료 환경에서 디스트레스를 활력징후에 포함시켜 정신적인 관리가 의료의 기본이 되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정신의학이 종합병원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해야 한다면 지나친 설레발일까요.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knpapo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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