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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프면 몸까지 같이 아프다

기사승인 2018.09.03  1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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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김민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62세 남성 A씨는 작년 이맘때, 40년여 동안의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퇴직 후 제2의 삶을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지긋지긋했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친구들과 등산도 가고 여행도 즐기면서 여유를 즐길 것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A씨가 꿈꾸던 퇴직 이후의 삶은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장가보낸 아들은 맞벌이라 와이프가 손자를 돌봐주고 있는 입장이고, 은근히 경제적 지원까지 바라고 있는 눈치다. 모아둔 재산이 많지 않아 더 늙어버린 이후의 생활 유지가 걱정이 된다. 그나마 모아둔 종잣돈으로 치킨가게 같은 걸 창업해 보려고 생각도 했지만, 올라가고 있는 최저시급에 연일 중소상공인들이 어렵다는 기사를 접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것도 왠지 모르게 싫어져 버렸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고, 능력이 없어져 버렸다는 생각에 더더욱 의기소침해지고 사소한 감정자극에도 예민해졌다. 한 달 전부터는 잠도 너무 오지 않고 잠이 들더라도 중간에 자주 깬다. 소화도 잘 안 되고 밤새 화장실을 5번 이상은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목에 뭔가 걸린 듯한 느낌이 자꾸 들기도 하고, 최근에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 자주 생긴다. 신체능력도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고 몸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몇몇 병원에서 내시경, 혈액검사, 영상검사 등을 해 봤지만 특별히 큰 문제가 있는 데는 없다고 했다.
 

사진_픽사베이


위의 사례를 꼭 우울증으로 진단할 수는 없겠지만, 심리적인 요인이 바탕이 되어 신체적인 불편감으로 이어진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신체적인 변화들이 심리적인 상태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분명히 심리적 요인이 신체적 상태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노화나 몸이 아픈 데가 생겼기 때문에 우울해질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몸이 더 아파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스트레스 상황은 우리 몸의 자율신경 (특히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고혈압, 빈맥, 심박동수 증가 등의 반응을 유발하여 ‘fight or flight response’(싸움-도피 반응)을 나타내게 됩니다.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상호작용으로 몸의 생리적 반응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교감신경은 우리가 싸울 때나 긴장하고 불안할 때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부교감신경은 소화기능을 촉진하고 쉴 때의 편안함을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급성 또는 만성스트레스로 인하여 교감신경이 비정상적으로 자극되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하게 됩니다.

‘신경성 위염’,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흔히들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교감신경의 비정상적 자극은 위산 분비를 증가시키고, 위장관 운동을 저해합니다. 이로 인해 신물이 올라오고, 더부룩하고, 소화도 잘 안 되고, 배변 활동도 불규칙한 문제가 생기는데, 막상 내과에 내시경 등의 검사를 해 보면 별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염 또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경우 스트레스와 아주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이 여러 연구들을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는 심혈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리학의 성격 분류에서 ‘A 유형 성격’(type A personality)이라는 분류가 있습니다. 이 범주에 해당하는 사람은 적대적이고 경쟁적이며 다양한 대상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획득하려 애쓰고, 성급하고 활기차지만 경쟁심이 많고 적대적이며 쫓기듯이 일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분류에 해당하는 사람은 심근경색과 관상동맥질환 관련 사망률이 거의 2배 정도 증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섬유근육통 (fibromyalgia)'라는 것도 여러 매체에서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질환인데요. 아직 이 질환에 대해 원인은 불명확하지만 스트레스에 의한 국소 동맥의 경직, 경련으로 인해 특정 부위에 산소 관류 공급이 원활치 않아서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 중요한 기전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질환의 경우 진통제나 국소 마취제의 사용이 부분적으로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스테로이드의 사용은 피해야 합니다. 근래에는 duloxetine, pregabalin 등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하는 약물들이 섬유근육통 치료에 대한 FDA의 승인을 얻어 보다 장기적인 관점의 치료에 이용이 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심리적인 문제는 천식, 면역력의 저하, 류마티스 질환, 두통과 각종 만성 통증 등 여러 가지 신체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여러 우울증을 테스트하는 진단척도에서도, ‘우울한 기분을 얼마나 느끼십니까?’라는 질문 이외에, 마음의 문제로부터 올 수 있는 여러 가지 증상들에 대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불안감(안절부절 함), 수면 양상의 변화, 체중 및 식욕의 변화, 성욕의 변화 이외에 여러 가지 신체 증상들(두통, 소화 불량, 근육통, 피로감), 건강염려증 같은 것들이 우울증 문진표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관적인 우울감의 유무를 떠나, 다른 다양한 신체적 증거들이 우울증을 시사할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위와 같은 사례들이 있을 때, 환자 분들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기보다는 내과나 신경과 그리고 다른 여러 신체적인 질환을 다루는 병원들을 다니며 여러 가지 검사를 해도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또 다른 병원 찾고는 하는 경우들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물론 신체검진을 자주 해 보고 나의 몸 상태에 대해서 확인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신체적 검사에서 특별한 소견이 없을 경우에 더불어 꼭 주관적 우울감이 없다고 하더라도, 불안감과 심리적 압박감이 있는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의 문을 한번 두드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평소의 일상적인 스트레스부터 잘 다스리는 것이 정신적인 문제뿐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건강하고 장수할 수 있는 비결입니다.

 

 

김민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ms28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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