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양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 찰영_김양식

 

가족들과 장을 보러 가면, 건강에 좋다는 것들에 눈길이 끌립니다.

여러가지 비타민, 무기질, 홍삼 등 건강보조식품 이외에도, 유제품 코너에 유산균도 눈에 보입니다.

저와 아내도 아이가 요구르트 먹는 걸 좋아하고 몸에 좋다고 하니까 매일 챙겨 먹이려고 하는데요.

사실 몸에 좋아서 챙겨 먹인다기 보다는 부드러운 하얀 요구르트 질감과 달콤한 맛에 끌려 아이가 좋아하기도 합니다.

 

유산균이 좋다고 하는데 어떤 부분이 좋은지, 배변을 돕고, 위와 장에 좋고, 심지어는 간에도 좋다는 유산균.

면역력을 길러주고 감기도 덜 걸린다고 광고하는 유산균에 대해서 궁금한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오늘은 유산균과도 연관이 있는 ‘장내 세균’과 정신건강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그림1. [날아라 호빵맨]에 나오는 캐릭터 세균맨 (출처: 나무위키 미러)

 

♦ 장내 세균은 무엇일까요?

우리 몸의 피부, 코 - 입 - 목에 이르는 비인두강, 소장 - 대장 등의 위장관, 그리고 비뇨생식기관에는 정상적으로 세균이 살고 있습니다. 이를 정상상재균(normal flora)이라고 합니다.

그 종류는 질병과 관계가 없는 균들도 있지만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는 균들도 함께 있습니다.

건강한 상태에는 이 균들이 어울려 피부 등에 살면서 적당한 비율을 유지하고, 우리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 등을 처리하는 등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대장균이나 황색포도구균, 폐렴구균 등도 정상상재균 중 하나이며, 건강한 상태에서는 병증을 일으키지 않고 다른 정상상재균들과 성장하고 경쟁하면서 적당한 비율을 유지하면서 지냅니다.

 

정상상재균 중에서도 장내세균(장관총)은 주로 소장과 대장에서 살고 있습니다.

1200 종 이상의 세균이 장내세균으로 알려져 있고, 한 사람은 평균 160 종의 다른 종류의 세균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 알려진 장내세균으로는 역시 유산균 음료 광고에서 자주 나오는 비피더스균(Bifidobacterium)이나 락토바실러스균(Lactobacillus) 등이 있습니다.

장내세균을 포함한 정상상재균은 태어날 때부터 우리 몸에 서식하고 있으며, 거주 환경이나 가족들의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양식에 의하여 결정이 되는 대표적인 후천적, 환경적 건강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장내세균이 어떤 역할을 할까요?

지금까지도 장내세균의 역할은 활발히 연구중입니다.

장내 세균은 면역 체계와 연관이 있고, 에너지 대사과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장 - 대장 밖에 있는 심장, 폐, 그리고 뇌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림 2)

 

장내세균은 기본적으로 장에 서식하면서 사람이 음식을 소화해서 나온 영양소를 이용하여 생존합니다.

이 영양소를 발효 등의 과정으로 다른 물질로 만드는데, 식이섬유를 발효하여서 짧은 사슬 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으로 분해하여 신체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변환하기도 하고,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담즙(bile acid)을 대사과정을 통해 변환하여서 배출에 더 용이한 형태로 만들기도합니다.

그리고 열생성(thermogenesis)에도 연관되어서 항생제 투약 이후에 장내 세균이 감소되면 열을 내는 지방조직인 갈색지방조직(Brown adipose tissue)이 늘어나서 저장된 지방을 태워서 열생성을 늘린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림2. 장내 세균의 역할과 다른 신체기관과의 상호작용. 장내 세균은 항생제(Antibiotics), 추위 노출(Cold exposure) 및 음식물 - 식이섬유, 지방, 콜레스테롤(fiber, lipid, cholesterol) - 에 영향을 받고, 체내에서 여러 물질을 만들어서 위장관 뿐 아니라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줍니다. (참조문헌 2)

 

♦ 장내세균이 어떻게 뇌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장내세균이 뇌에 미치는 영향도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림 3)

장내세균은 뇌에서 주요한 신경전달물질로 사용되는 세로토닌(serotonin)의 원료가 되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tryptophan) 대사 과정에 관여해서 세로토닌 생성에 영향을 주고, 장내 세균이 없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스트레스 반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장내 세균과 스트레스 반응에 대해 더 깊게 들여다보면, 장내세균에서 분비되는 염증조절물질 사이토카인(cytokine)이 체내 염증의 감소나 증가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게다가 장내세균이 만들어내는 산물들이(prebiotics) 장에서 분비하는 여러가지 호르몬들을 조절하여서 뇌를 비롯한 전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염증 물질이나 장에서 유래하는 호르몬 변화에 의하여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corticosteroid)도 영향을 받아 사람들의 행동이 변한다고 추측합니다.

그리고 아직 인과관계를 알 수 없는 시작 단계의 연구이지만, 장내세균에 따라서 불안이나 신경증적인 증상이 생겨나기도 하고 불안증상이 더 적고 스트레스 조절을 잘하는 실험군에서 도움이 되는 장내세균이 더 많다는 연구도 보고 되었습니다.

 

또 정신질환과 관련 되어서는 자폐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에서 특정 장내세균이 더 많고, 장내세균에 의해 대사되는 짧은 사슬 지방산이 증가와 연관이 보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실험자수가 적고 한계가 있는 연구이며, 장내세균의 종류나 대사산물이 원인이 아닌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로만 밝혀져 있는 상황입니다.

 

그림 3. 장내세균이 뇌기능 및 정신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과정에 대한 모식도. 장내세균이 염증물질인 사이토카인 (cytokine) 및 호르몬 (hormone) 조절에 관여하여서, 스트레스 반응 등에도 영향을 미쳐서 뇌기능 및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참조문헌 3)

 

♦ 좋은 세균을 어떻게 많이 가질 수 있을까?

다양한 역할을 하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내세균. 건강하게 장내세균을 유지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1. 건강한 음식을 골고루

지중해 식사, 슬로우 푸드, 웰빙 푸드 등 건강에 좋은 식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이지만 포화 지방산이 든 음식물 섭취를 줄이고 채소, 과일, 곡물 등에서 유래하는 식이섬유를 포함한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고기 위주, 채소 위주 등 식습관에 따라서 식후 혈당이 변하고 이 변화는 장내세균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후 혈당을 적게 올리는 그룹의 음식을 혈당이 많이 올라가는 그룹에 제공하였더니 식후 혈당이 줄어들었고, 장내세균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비만, 대사질환 등과 장내세균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도 있으나, 아직 확실한 처방이나 치료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수십년 이상의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여서 확실히 말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식습관에 따라서 건강한 음식을 골고루 먹으면 이것이 장내세균 변화를 일으키고, 장기적으로 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2. 항생제 - 의사에게 맡겨라

항생제로 인하여 장내세균이 제거되고, 다시 세균이 장에서 자라면서 장내세균의 구성 비율이 변화하게 됩니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생활 환경이나 식습관 등에 의하여 다시 원래 본인이 가지고 있던 장내세균 구성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연구되었습니다.

항생제로 인한여 장내세균이 제거되고, 해로운 세균이 일시적으로 더 많이 자라서 ‘항생제 유발 장염’ 등이 발생하여서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건강한 장내세균 구성으로 돌아오게 되며, 항생제로 인한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도 의사의 적절한 치료에 의하여 질병을 교정하고 다시 원래 본인의 장내세균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생제 사용은 경험이 풍부한 의사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 참조문헌

1. Gilbert, Jack A., et al. "Microbiome-wide association studies link dynamic microbial consortia to disease." Nature 535.7610 (2016): 94-103.
2. Schroeder, Bjoern O., and Fredrik Bäckhed. "Signals from the gut microbiota to distant organs in physiology and disease." Nature medicine 22.10 (2016): 1079-1089.
3. Sarkar, Amar, et al. "Psychobiotics and the manipulation of bacteria–gut–brain signals." Trends in neurosciences 39.11 (2016): 763-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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