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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안전을 위해 당신은 포기할 수 있나요?

기사승인 2018.08.05  02: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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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당신이 주기적으로 병원에 잘 가는지 확인받는 대신에 이웃이 안전해진다면, 당신은 주기적으로 병원에 갈 의향이 있나요?

당신의 환자 기록을 담당 공무원이 임의로 열람하는 대신에 이웃이 안전해진다면, 당신은 당신의 의료 기록을 공무원에게 넘길 수 있나요?

혹은 당신이 병원에 자주 가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하는 대신에 이웃이 안전해진다면, 당신은 벌금을 낼 의향이 있나요?

이런 이상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바로 지난 23일 보건복지부는 ‘중증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치료 지원 강화 방안’ 때문입니다.

 

최근 수차례 발생한 조현병 환자의 범죄를 줄이기 위한 방안들로, 주로 미 치료 또는 치료 중단된 환자들에 대한 대책을 단계별로 추진한다고 발표가 있었습니다.

먼저 환자가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경우 환자의 동의 없이도 사례관리(이하 비동의 사례관리)를 할 수 있게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또 현재 거의 활용되지 않는, 보호자 동의하에 환자에게 강제로 외래치료를 받도록 명령하는, 외래치료명령도 법 개정을 통해 시군구청장 직권에 의한 외래치료명령 제도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밖에 지역사회 다학제팀에 의한 퇴원환자 방문 관리 시범사업, 커뮤니티 케어를 통한 지역사회 정신질환자 관리, 정신건강복지센터 기반 확충에 대한 계획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이런 계획의 방향은 적절하다고 생각되지만, 하지만 몇 가지 우려되는 사항이 있습니다. 

한 개인의 동의 없이 국가기관이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늘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2017년 심평원에서 6400만 명의 진료정보를 민간보험회사의 보험상품연구 및 개발을 위해 넘긴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것 같은 일이 생길 수 있죠.

물론 늘 그렇듯이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같은 사건을 막을 수 있겠죠.

 

또, 어느 정도 수준의 환자를 비동의 사례관리를 할 것인가도 넘어야 할 큰 산입니다.

비동의 사례관리를 하는 목적에 따라서, 만약 범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면,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 환자만을 관리할 것인지, 또 진단명이나 증상의 심각도도 고려를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다학제 간의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비동의 사례관리를 하는 인원에 대한 고려도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에서도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지만, 단순히 인력 충원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비동의 사례관리를 하는 인원들에 대한 신체적, 법적 안전에 대한 예방책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시군구청장 직권에 의한 외래치료명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보건복지부 계획으로는 자신 또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한 사람에게 외래치료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명령을 강화시키려 합니다.

해를 끼치는 행동이란 말은 너무 광범위하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국가가 개인의 치료를 명령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한 명백한 정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 환자와 보호자의 동의 없이 외래치료를 진행하는 것으로 형태만 변하는 것은 의미 없습니다.

먼저, 환자도 보호자도 원치 않는 외래치료를 받는 것인데, 그들이 의료비를 지불할 의사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현재 환자가 의료비를 지불하지 않을 때, 의료기관이 의료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소송뿐이죠.

어떤 병원장이 의료비 체불의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한 환자를, 자기 병원에서 진료받도록 시군구청장에게 신청을 할까요?

또, 환자도 보호자도 원치 않는 외래치료를 받는다면,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관리하는 인력은 어떻게 충원할 것이며, 외래치료명령을 어긴 환자에 대한 처리방안 등 이 방안 역시 다학제 간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입니다. 

 

정신질환자와 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안전장치를 지금이라도 만들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권리를 임의로 침해해서 만든 다른 누군가의 안전은, 늘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물론 정책을 만든 이들은 늘 이런 책임에서 벗어나지만 말입니다.

이 모든 것들을 위해,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psykjw00@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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