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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안 먹는 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사승인 2018.09.30  10: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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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만큼 보기 좋은 것이 없다”라는 말은 제가 어린 시절부터 주위 어른들에게 항상 들어왔던 말입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모두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밥을 잘 먹지 않거나 먹은 밥도 뱉어 내어 부모 속을 태우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왜 밥을 먹지 않으려 하는 걸까요? 그리고 부모가 밥을 먹이려 하면 할수록 더 입을 닫아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는 경우 부모들은 어떻게 할까요? 한 대학 병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90% 이상의 부모들은 아이가 밥을 먹지 않으면 ‘억지로 밥을 먹인다.’고 대답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 것은 마른 논의 곡식들이 말라가는 것을 보는 것과 같이 부모의 속이 타들어가기 때문에 어떻게든지 먹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 먹지 않으면 키도 자라지 않고 몸무게도 늘지 않아 다른 아이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뒤지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아이가 잘 자라지 않는 것은 모두 잘 먹이지 못한 엄마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밥 먹이기에 더 매달리는 엄마들도 많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 밥을 잘 먹지 않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유아기 시기에는 공복감이나 포만감 같은 신체 감각은 본능적인 감각으로 아이들은 배가 고프거나 속이 불편하면 칭얼거림으로 몸 상태를 표현합니다. 자라면서 분노, 좌절감 같은 감정적인 느낌도 발달하게 됩니다. 아기들은 처음에는 신체 감각과 감정적인 느낌이 구별되지 않지만 자라면서 서서히 신체적인 불편함과 감정적인 느낌을 구별하게 됩니다. 유아기 때 부모가 어떤 이유에서든 지나치게 먹이는 일에만 집착하고 식사시간에 분노와 불안을 드러내면 아이의 입장에서는 신체적인 욕구와 감정 경험이 구별되지 않고 먹는 행동을 감정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가 지나치게 먹이려 하면 무서움을 느껴 오히려 음식거절증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밥을 먹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누구나 배가 고프면 먹을 것을 찾는 것은 본능적인 행동입니다. 그런데 잘 먹지 않거나 먹은 것을 토해 버리는 아이들은 아이 입장에서 먹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감기에 걸려 목이 부어 있는데 엄마는 감기 때문이라도 더 잘 먹어야 한다면서 억지로 먹이면 목에 음식이 걸려 숨이 막히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매우 고통스럽고 무서운 경험으로 머리에 남아서 음식에 대한 두려움까지 생기게 됩니다. 2-3세 무렵에는 엄마와의 상호관계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도 하는데 이때 식사를 거부하는 것으로 엄마에게 자신의 자유의지를 드러내는 무의식적 동기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가 잘 먹지 않으면 우선 아이 입장에서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첫 번째로 할 일입니다. 

 

♦ 밥상머리 전쟁에서 지켜야 할 법칙들

저는 미국 유타 주에 있는 유타주립병원 연수 중 거식증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통통하게 살이 쪄서 푸근해 보이는 간호사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이 간호사들이 식사시간에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거식증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치료의 일환이라고 했습니다. 부모 자신이 다이어트에 목매지 않고 밥 먹을 때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식사시간은 반드시 정해두고 식사시간이 지나면 밥그릇을 모두 치워버리는 타임 아웃제를 실시하여 엄마와 함께 밥 먹는 버릇을 들여야 합니다. 밥을 많이 먹거나 적게 먹는 것에 상관없이 같이 식사하고 시간을 지키는 것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일입니다. 아무 때나 먹이거나 따라다니면서 억지로 먹이면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의 식사 버릇은 고쳐지지 않을 것입니다.

어른들도 다른 나라를 여행했을 때 보게 되는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은 먹기 전에 두려움이 앞서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음식 냄새나 요리 색깔이 이상해도 먹기 전에 두려움이 생깁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른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아이들의 눈에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음식들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먹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음식고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진_픽셀


♦ 절대적인 신뢰가 있어야 받아먹게 된다 

사실 먹이고 먹는 것만큼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먹이고 받아먹는 것을 기꺼이 합니다. 먹지 않는 문제 뒤에는 놀랍게도 부모와 아이의 애착문제가 숨어 있습니다. 애착이란 지금부터 50년 전 영국의 정신과의사인 존 볼비가 발견한 엄마와 아이와의 끈끈한 정을 통해 생기는 유대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애착은 아기가 태어난 후 엄마를 믿고 잘 먹고 하는 정상적 발달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입니다. 엄마와의 사이에 안정된 애착이 생기면 아이는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잘 자라게 됩니다. 이런 애착은 3세 이전에 부모가 변함없이 따뜻하고 안정된 사랑과 보살핌으로 아이와 상호작용할 때 만들어집니다. 아이 쪽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신뢰, 믿음, 의존심 같은 마음이 생겨나게 됩니다. 보살피는 사람이 자주 바뀌거나, 어머니가 우울해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거나, 다른 일에 신경을 쓰거나 해서 정서적으로 방임한 상태로 아이를 대하면 아이는 건강한 애착이 형성되기 어렵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안정된 애착 대신 불안정한 애착이 생기면 아이들은 부모와의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 불안정한 애착으로 밥 먹기를 거부할 수도 있게 됩니다. 엄마가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거나 시댁 식구들에게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면서 아이에게 정서적인 반응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게 되면 아이와의 사이에 불안정한 애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밥 먹기를 거부하면 사실 밥보다 더 중요한 애착놀이에 집중해야 합니다. 놀잇감으로 음식재료를 가지고 노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와 같이 밀가루 같은 부드러운 음식 재료를 주물러서 아이들에게 친근한 동물 모양과 같이 여러 모양을 함께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밥 안 먹는 아이에 대한 질문과 대답

질문 : 만약 우리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는다면 밥을 억지로 먹여야 하나요?

대답: 절대 억지로 먹여서는 안 됩니다. 거식증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억지로 밥을 먹게 해서는 안 됩니다. 억지로 먹이게 되면 오히려 긴장감과 죄책감으로 인해 스트레스만 받을 뿐이고 증상은 더욱 나빠질 뿐입니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고 해서 음식과 관련된 싸움을 해서는 안 됩니다.

질문 : 우리 아이는 밥을 잘 먹지 않습니다.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답: 이전에는 잘 먹다가 어느 순간 거식증을 보이는 것은 아이가 특별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입니다. 자라서 집 밖에서 친구들과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이전 시기보다 훨씬 복잡한 통과의례를 치르는 것입니다. 어린이 집이나 학교에 입학하거나 해서 부모와 떨어져 친구를 사귀게 되는 등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때 아이들은 한편으로 심리적으로 부모에게 독립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면서 ‘먹이는 대로 먹지 않겠다!’는 심리 변화와 더불어 식사장애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때는 아이의 독립적인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심부름을 시킨다든지 스스로 물건을 정리하는 행동을 권장해서 성취감을 느끼도록 도와줍니다.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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