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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아빠, 금성에서 온 엄마

기사승인 2018.08.10  01: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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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송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7살 철이가 집에서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릅니다. 

“아이씨.. 왜 이렇게 안 돼!”

엄마는 그 모습을 보면서 컴퓨터에 게임을 설치해 준 철이 아빠가 원망스러워집니다. 아이가 잠들고 나서 철이 엄마는 남편에게 조근 조근 따져 묻습니다. 

“당신이 게임을 깔아줘서 요즘 철이가 게임이 너무 빠져있어. 그런 것을 결정할 때에는 나랑 상의해야 되는 것 아니야?”

이 말에 아빠는 무심한 듯 답합니다. 

“원래 남자 아이들은 게임을 해. 나도 예전에 게임 했어. 친구들도 다 할 텐데 뭐 그걸 가지고 그래.”

철이 엄마는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아이가 게임 중독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집에 아빠가 없을 때에 엄마 말을 무시하고 게임을 더 오래했던 철이 모습이 떠올라 불안해집니다.

그리고 아이를 자주 보는 것도 아니면서 쉽게 생각해버리는 남편 모습에 화가 납니다.

 

한 주가 지나고 가족끼리 보내는 일요일이 되었습니다. 철이는 여느 때처럼 게임을 시작합니다.

게임에서 자꾸 지는 일이 벌어지자 철이가 화를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책을 던져버립니다.

거실에 있던 아빠가 이 소리를 듣고 들어와서 소리를 지릅니다. 

“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나이도 어린 게 벌써부터 물건을 던져? 이런 것도 조절 못하면 다시는 게임 하지 마. 게임 금지야.”

철이는 금세 얼굴이 빨개지고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엄마도 철이를 보고 선 “그래 게임을 당분간 하지 말자.”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철이 아빠 엄마는 말다툼을 하게 됩니다. 

 

사진_픽사베이

 

아빠: 쟤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아니 벌써부터 저러면 사춘기 때에는 난리치겠어. 당신이 어떻게 좀 해봐.

엄마: 당신이 게임 허락했잖아. 갑자기 하지 말라고 하면 애가 그 말을 들어?

아빠: 그럼 제가 저러는 게 내 탓이라는 거야? 당신이 옆에 있으면서 조절을 시켰어야지!

엄마: 왜 악역은 내가 해야 해? 지난 번 내가 말했을 때 그냥 두라며! 아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고 애 앞에서 그렇게 함부로 이야기 하지 마.

아빠: 그래, 그럼 내 탓이다. 더 이상 말을 말자. 짜증나!

결국 그날 아빠 엄마의 대화는 서로를 탓하며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각자 상처를 갖게 되었지요.

다음 날 철이는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물어 봅니다. 

“엄마. 나 진짜 게임 못해?”

엄마는 바로 답하지 못하고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철이 엄마와 아빠는 집안의 다른 일을 결정할 때 대체로 의견이 잘 맞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철이의 양육에 대한 결정에는 이야기가 순조롭게 흘러가지 못하고 서로 상처를 주고 실망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철이의 가족은 이제 어떻게 행복을 찾아야 할까요? 

 

사진_픽사베이

 

가끔 길을 가다 보면 이어폰을 꽂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러나 이어폰을 꽂고 있는 사람에게는 말을 걸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이 듣고자 하는 것만 듣는 사람에게는 소통을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지금 철이 부모님은 아마도 각자의 이어폰을 꽂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현재 철이에게 중요한 것은 욕구에 대한 조절, 절제력을 양육 환경 내에서 배워나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철이네 가족처럼 엄마와 아빠의 메시지가 일치되지 있지 않으면 아이가 욕구 조절의 훈련을 하기 힘듭니다.

철이가 자신의 욕구를 잘 다루고 참을성 있는 아이가 되는 것에 대해 철이 엄마, 아빠의 생각은 같지만 아이에게 전달되는 말의 내용은 사뭇 다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정말 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기 때문일까요?

 

부모 상담을 진행하면서 철이 엄마와 아빠의 속마음을 들어 보았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 있는 시간 동안에도 온통 철이에 대한 생각을 해요.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도 듣고 인터넷도 검색하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요. 어떤 학원을 보내야 할지, 친구들과의 관계는 좋은지, 아이에게 어떤 훈육이 필요한지 늘 고민하고 있어요. 그리고 철이 양육에 대해 철이 아빠와 상의하고 싶어요.”

철이 엄마는 아빠와의 소통을 원했고, 함께 나누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퇴근 후 아이 얼굴을 잠시 보고 잠자기 바쁜 철이 아빠와는 대화가 어렵고, 힘들고 서운한 감정을 말하면 다툼으로 이어져 곧 속상함이 되었지요.

 

“같이 하는 시간이 적다보니 철이에게 좋은 아빠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요즘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게임도 설치해주고 재미있게 해 주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하지만 철이 엄마가 아이에게 잔소리하는 것을 보면, 아이 엄마가 아이를 못 믿는 것처럼 보여서 불만이에요.”

철이 아빠도 철이에 대한 관심이 엄마 못지않게 많습니다. 하지만 철이와 철이 엄마의 관계 속에서 과거 아빠 자신이 겪은 일이 떠올라 마음이 불편했다고 합니다.

철이 엄마, 아빠는 아이를 위해 애를 쓰지만 각자 이어폰을 낀 채로 대화를 하기에 소통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 그 모습을 본 철이의 눈에는 자신 때문에 부모님이 다투는 것으로 비춰집니다. 

 

사진_픽사베이

 

철이도 엄마, 아빠의 말을 잘 듣고 인정받는 아이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님이 아이에게 요구하는 정도, 지켜야 되는 규칙이 일치되어 있고 명확해야 합니다.

철이가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는 것을 가정 내에서 연습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부모님의 의견이 일치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를 위해 부모는 각자의 이어폰을 빼고 서로의 입장을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태도와 의미 있는 소통을 하는 것이 먼저 필요합니다. 

 

 

송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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