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우울증 치료를 위한 최선의 선택, 그러나...

보건복지부에서 2016년 발표한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 조사에 따르면, 국내의 우울증 환자수는 6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렇듯 우울증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흔한 병이기도 하다.

다들 잘 알겠지만, 우울증 치료에 있어서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방법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항우울제와 항불안제 등을 포함하는 약물치료일 것이다.

현대의 정신의학에서 다양한 항우울제의 개발과 발전 덕분에 우울증 치료에 있어 새로운 장이 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막 우울증 치료를 시작하는 이들, 그리고 우울증 치료제를 사용 중인 이들 모두에게 약물치료의 부작용은 우울증 치료의 지속을 어렵게 하는 높은 장벽일 수 있다.

또한,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해 스스로 약물치료를 중단하여, 필요한 때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우울증이 만성화되는 안타까운 경과를 밟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잘못된 지식이 삶을 곤경에 빠트리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으나, 우울증과 우울증 치료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그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과연 우울증 치료제의 부작용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여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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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 치료제의 부작용

1) 위장관 증상 (속쓰림, 더부룩함, 소화 불량. 설사, 변비 등)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하는 대부분의 이들이 경험하는 가장 흔한 부작용이다.

대략 70-80% 정도에서 위장관 증상을 경험한다고 하며, 대부분 초기에 나타나는 부작용이기에 우울증 치료제를 중단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약물치료 자체에 대한 오해와 편견, 혐오를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장관 증상이 생길 경우 투약을 중단하기보다는 소화제 및 제산제를 병용하거나, 용량을 감량하여 사용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대개 사용 초기의 2-3주가량의 시간이 지나면 부작용이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위장관 증상이 심할 경우 다른 계통의 항우울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2) 졸림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초기에 잘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낮 동안의 졸림, 멍한 느낌, 힘이 빠지는 느낌 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 또한 초기에 잘 나타나는 부작용이며, 우울증 치료제를 사용하는 이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증상 중 하나이다.

불편감이 심할 경우 낮에서 밤으로 투약 시간대를 조정하거나 약물 용량을 감량하여 경과를 관찰한다. 졸림 또한 시간이 지나 약물에 적응이 되면서 점차 졸음이 줄어들게 된다. 

 

3) 입마름

항우울제 중 삼환계 항우울제 등에서 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입마름이 심하다면, 자주 물을 머금거나 수분 보충을 해 주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이에 대한 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생활에 지장이 많다면 원인이 되는 약물을 변경하거나 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성기능 장애 

항우울제 중 삼환계 항우울제, 혹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에서 주로 보이는 증상이다.

성욕 감퇴, 혹은 발기 부전, 사정 지연 등의 성기능 장애가 나타나 불편감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다.

대개 일시적이지만, 성기능 장애가 지속되어 불편할 경우 다른 계통의 항우울제의 변경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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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초조, 불안

사용하는 항우울제의 기전에 따라, 사용 초기에 초조와 불안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대개 시간이 지나고 약물로 인한 신경전달물질의 안정화가 이루어지고 나면,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초기에 심한 초조와 불안이 나타날 경우 우울증 자체로 인한 것인지, 약물로 인한 것인지에 대한 감별이 필요하며, 항불안제의 병용, 항우울제의 감량이나 변경 등을 주치의와 함께 상의해야 한다. 

 

6) 그 외의 부작용들

두통, 어지럼증 등의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며, 필요시 진통소염제 등을 병용하거나 용량 감량을 고려해야 한다.

드물지만 약 자체에 대한 알러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초기에 심한 붓기가 생기거나 피부에 발적이 나타난다면 즉시 주치의와 상의가 필요하다. 

 

♦  부작용, 꾹 참으면 해결이 될까?

위에도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우울증 치료제 부작용은 초기에 발생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줄어들고 적응되는 경과를 거친다. 수주의 시간 이후에는 초기의 불편감을 사라지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심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현재 자신의 생활에 불편감을 준다면 기다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약을 즉시 끊어버리고 싶겠지만, 갑작스러운 투약 중단은 금단 현상을 일으킬 수 있어 더 심한 불안, 초조, 불면, 기분의 저하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니 현재 자신의 증상이 자신의 질환 때문인지, 약물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제3의 이유 때문인지에 대한 파악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당연히 정신건강의학과의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스스로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이에 대한 현명한 대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주치의와 함께 부작용에 잘 대응해 나가는 것이,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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