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중독포럼 이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나 치매 걸린 것 같아, 도무지 기억이 안 나네.’

요즘 지인들에게 자주 듣는 말입니다. 전과 달리 집중력이 떨어지고, 하려던 말이 생각나지 않는 일이 빈번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진료실로 찾아오는 젊은 내담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이야기합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가 일어난 시점을 비교적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10여 년 전, 스마트폰의 보급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져 누구나 주머니 속 인터넷을 갖게 된 때입니다.

런던대학 정신과에서 11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면부족이나 마리화나 사용보다 과도한 디지털 매체 사용이 지능(IQ)을 더욱 저하시킨다는 것입니다. 후속 연구들에서도 비슷한 결과들이 보고되었는데, 다음의 원인들로 인해 ‘디지털 치매’ 증상들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첫째, 디지털 매체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집중력과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의 기능이 점점 저하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뇌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늘 변화합니다. 몸의 근육들처럼 빈번히 사용하는 부위는 더욱 발달하게 되고, 사용하지 않는 부위는 기능이 점차 약해집니다. 복잡한 길을 외워야 하는 런던 택시기사들의 뇌에서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가 두드러지게 발달되어 있었다는 연구는 이러한 뇌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디지털 매체를 사용할 때 시각과 관련된 후두엽은 지속적인 자극으로 인해 과활성화되고, 인지기능에 필요한 나머지 대뇌 부위는 활성이 줄어듭니다. 이런 행태가 반복되다 보면 디지털 매체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뇌의 변화가 유지되게 되고, 결국 주의집중력과 기억력에 곤란을 겪게 됩니다.

 

둘째, 온라인 세계와의 끊임없는 연결이 우리 뇌에 과부하를 일으켜 뇌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신체 부위처럼 뇌에도 적절한 휴식이 필요한데. 과도한 디지털 매체의 사용은 뇌의 휴식과 기능 회복을 방해하게 됩니다. 결국 긴장 상태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들이 뇌 내에 축적되게 되어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운동선수가 시합 전 불필요하게 체력을 소모하면 경기력이 저하되는 것처럼, 디지털 매체의 과용으로 ‘지속적 주의력 분산’이 일어나면 뇌는 필요한 때에 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아직 뇌의 발달이 다 이루어지지 않은 소아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우리의 뇌는 20대에 이르러 대부분의 발달을 마치게 되는데, 가장 늦게까지 발달이 지속되는 부분이 충동조절과 주의집중력에 필수적인 전두엽입니다.

청소년들은 먼 훗날의 즐거움보다는 당장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추구하게 되고 이로 인해 쉽게 중독에 빠지게 됩니다. 이 시기에 정체성 확립과 부모로부터의 정서적 독립 등 발달과제의 압력이 더해지게 되어 일부 청소년들은 급격히 디지털 세계에 탐닉하게 됩니다. 결국 본인의 잠재적 지능(IQ)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학업 성과를 보이게 되며 우울과 불안이 커져 더욱 디지털 세계에 침착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됩니다.

 

사진_픽셀

 

과도한 디지털 매체 사용으로부터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절제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현대에 접어들며 영양부족보다 무분별한 음식 섭취로 인한 성인병이 만연해지게 되면서, 우리는 식사 조절과 꾸준한 운동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뇌도 무분별한 디지털 매체 사용을 줄이고, 꾸준한 관리를 해야 그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 뇌 건강관리>

1. 건강한 식습관을 갖도록 합니다. 현대인들은 과거에 비해 신체활동량이 줄어들었습니다. 과도한 식사는 비만 등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뇌기능에도 좋지 않습니다.

2. 매일 30분 이상 운동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뇌 운동은 몸 운동을 실제로 하는 것입니다. 신체 전반을 사용하는 운동을 할 때 뇌기능이 향상됩니다.   

3. 바로 지금, 여기에 집중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간단한 것 같아도 익숙해지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마음 챙김’과 관련된 도서나 인터넷 동영상을 참고하십시오. 

4.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면 뇌 건강이 약해지게 됩니다. 당장 생각이나 기분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행동을 바꾸어보세요. 행동과 생각, 기분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도 미소를 짓는 연습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생각과 기분도 나아질 것입니다. 그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으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해드립니다.

5. 멍한 상태로 뇌가 쉬는 시간을 갖도록 합니다. 여유 시간에는 디지털 기기를 잠시 내려놓고 뇌를 쉬게 해주면, 우리 뇌는 창조적인 활동을 다시 준비할 수 있게 됩니다. 

 

<집중력 훈련의 기본 방법>

1. 업무나 학습시간에는 디지털 기기를 모두 끄거나 무음으로 합니다. 

2. 지금 하기로 한 일에 20분간 최대한 집중합니다. 만일 그 일에 컴퓨터가 필요하다면 창을 하나만 띄우도록 합니다. 메신저나 필요 없는 인터넷 창은 닫아 놓습니다. 

3. 20분간 최대한 집중했다면 2분간 쉽니다. 스트레칭을 하거나 실내를 한 바퀴 걷거나 심호흡을 합니다. 

4. 2~3을 반복해서 합니다. 주의할 것은 한 번에 꼭 한 가지씩만 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5. 2~3을 세 차례 반복했다면 15분가량 휴식시간을 갖도록 합니다. 잠깐 산책을 하거나 친구에게 전화를 하거나 침대에 누워서 쉬거나 본인이 원하는 형태로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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