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고등학생이 된 학생입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다른 지역에서 다니다 보니 기숙사 생활을 하며 집에는 2주 내지 1주마다 가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저에겐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공부량도 그렇고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저는 제일 힘들었던 점은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힘들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학기 초에 제 성격이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하여 점점 생각들이 부정적으로 치닫고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힘들 당시 했던 부정적인 생각으로, 저를 부정적인 사람으로 평가하고 끝없이 제 자신을 비하하고 탓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학기 초중반에 부모님이 정말 크게 싸우신 일이 있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구들과 관계가 꼬이는 등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데, 충분한 대처를 하지 못했고 이것들이 안 좋은 생각으로 이어져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힘들어했습니다.

특히 시험기간 같은 예민한 기간이 되면 주변에 예민해지고 제가 정신병이 걸리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도 하고, 제가 정신병이 걸렸을 때를 상상하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생각과 상상을 하며 엄청난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끼는 게 싫어 정말 살기 싫을 때도 많았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았던 예전의 저랑 고등학교에 올라와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제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제 자신을 비교하고 깎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은 학교와 친구들에게 적응하여 정신적으로 어느 정도 회복이 된 것 같고 예전처럼 두려움을 느낀다거나 불안함을 느끼진 않습니다.

 

사진_픽셀

 

앞서 얘기했듯이 제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면서, 성적에 신경을 쓰지 못해 성적이 많이 떨어지고 공부에 대한 압박감과 걱정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신적으로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에 대하여 다행스럽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제 생각을 자꾸만 억압하고 무조건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안 좋은 생각을 하면 속으로 제 자신에게 '어우, 넌 왜 이렇게 못됐니' 하면서 비정상적으로 올바른 생각을 하려고 합니다. 예전의 저의 생각을 비교하면서 자꾸만 제 생각에 의해서 제 자신이 억압받고 그러는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면 또 이런 생각에 억압받는 게 싫어 별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또 저만 고등학교 적응을 이렇게 어렵게 한 것 같아 자괴감도 많이 들고, 사실 아직까지도 그동안의 힘든 일로 많이 지쳐있고 자존심과 자신감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다시는 그때의 감정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자살하거나 자해 등의 생각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현재는 딱히 우울하다거나 힘들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저 자유로운 생각을 하던 예전의 저로 돌아가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까요?

하지 못한 말이 많은 것 같지만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그리고 쓰고 나니 너무 길어졌는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네요!

 

A) 안녕하세요. 아무 일이 없어도 이런저런 고민도 많고, 혼란스러울 시기에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이 겹쳐서 괴로우셨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훌륭히 극복해내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남아있는 괴로운 부분도 질문자님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조금의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일단 생각에 대해서 조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생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쉽게 조절이 가능한 부분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의 어려움들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질문자님이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앞에 장애물 A가 놓여 있습니다. 질문자님은 앞에 놓여있는 장애물 A가 어떤 것인지 판단한 후에, 넘어가거나, 피해가거나, 치우고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장애물 A가 ‘생각’이 되었을 때는 이런 방법들이 먹히지 않습니다. ‘분홍색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동적으로 분홍색 코끼리가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죠.

분홍색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보세요. 분홍색 코끼리에 대한 생각이 조절이 됩니까? 잘 안 될 것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이런 ‘생각’을 예전에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유의지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연구 결과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생각’이라는 것은 ‘뇌’라는 기관이 만들어낸 신경 활동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이 뇌는 항상 질문자님이 원하는 생각만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그저 주위 상황과 자신의 상태를 참고하여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생각’이란 것을 마구마구 만들어냅니다. 마치 우리의 장이 음식물이 있건 없건 운동을 해서, 꼬르륵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생각은 의지로 쉽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뇌’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런 나쁜 생각을 한다고 질문자님이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단지 차이가 나는 것은 질문자님 이런 생각에 대해 얼마나 의식화하고 있느냐 정도의 차이일 것 같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자꾸 의식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고 개념 지어버린 후라면 부정적인 생각이 조금만 엿보여도 스스로 화들짝 놀라버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자책하고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웁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일단 떠오르는 생각들을 한 번 살펴보세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혹은 어느 것도 아니든. 그리고는 질문자님의 상황과 상태에 맞는 생각을 스스로 선택해 보세요. 질문자님이 선택하는 이 생각 역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혹은 어느 것도 아니든 상관이 없습니다.

‘나는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자신은 나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이미 바탕에 깔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자유롭게 생각을 한다는 것은 그 상황과 상태에 맞는 적절한 생각을 한다는 것이지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두 번째, 생각이 조절이 안 될 때는 의식을 다른 곳에 집중하면 도움이 됩니다.

생각 때문에 괴로운 사람들은 스스로가 많이 바쁠 때, 이것저것 할 일이 많을 때, 불안하고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을 경험하곤 합니다.

질문자님도 아마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부분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죠. 복식호흡이나 요가, 명상 등을 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발전적인 경험을 해보신 질문자님은 지금의 괴로움도 훌륭히 극복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은 고등학교 1학년의 좋은 성적보다 질문자님에게 더 큰 자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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