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화불량도 마음 탓이라고 ? : <기능성 소화불량증>

“나, 오늘 스트레스를 받았더니 속도 더부룩하고 소화도 잘 안 되네.” 

아마,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일 것이다. 당신이 오늘 점심시간에 옆자리에 앉은 김대리와 나눈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처럼 스트레스와 소화불량의 인과성은 이제 현대인들에겐 당연한 이야기에 가깝다.

인간은 보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되는 상황에 놓이면 직전에 먹은 음식이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심지어 체하기까지 한다. 사실 소화불량의 원인은 굉장히 다양하다. 식도와 위, 장에 있는 염증, 궤양, 혹은 장을 둘러싼 장기들의 병변 등으로 장운동이나 소화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혹은 우리가 먹는 각종 음식들로 인한 자극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정 병변이나 특수한 상황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스트레스나 기분의 변화 또한 소화불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라는 진단명이 심리적 원인으로 인한 소화불량이라는 말은 아니다. 기능적(functional)이라는 단어는 기질적(organic)이라는 말과 대척점에 있다. 즉, 내시경이나 여러 검사를 통해 염증, 궤양 같은 명확한 원인을 발견할 수 없을 때,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라는 진단을 붙일 수 있다. 일종의 배제진단에 가깝다. 다만 확실한 것은,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원인 중 하나가 심리적 요인이며, 소화불량의 다른 원인이 있더라도 심리적인 스트레스는 소화불량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사진_픽셀

 

스트레스와 장운동과의 관계

인간에게는 생리작용과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e system)가 존재한다. 자율신경계는 크게 몸의 활성화, 에너지의 생성을 조절하는 교감신경계와, 몸의 안정과 항상성에 기여하는 부교감신경계로 나뉜다. 우리가 여러 이유로 신체와 마음이 흥분된다면, 체내의 교감신경계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부교감신경계가 서서히 작동하며 몸과 마음의 평정을 찾도록 해준다.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의 활동은 일종의 시소와 같다. 

소화기관의 운동과 기능에 이 자율신경계가 관여한다. 인체는 교감신경의 작용으로 에너지를 생성하고 효율적으로 운반하기 위해서는 ‘당장 필요치 않은’ 기관들의 움직임은 제한한다. 소화기관이 여기 해당한다. 즉, 필요한 움직임을 위해 해당 근육과 혈관으로 가는 에너지에 비해서, 소화기관으로 가는 에너지는 극히 제한된다.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니, 더 필요한 쪽에 우선 공급되는 원리이다. 우리가 스트레스나 긴장 상황에서 급체하거나 소화불량이 생기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소화불량이 지속되는 정도도 점차 늘어나게 되기 마련이다. 

 

사진_픽사베이

 

기능성 소화불량을 극복하기 위하여

본인이 소화불량을 자주 겪는다면 병원을 방문하여 내시경을 비롯한 관련 검사들을 반드시 받아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칫 생명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기질적인 원인을 배제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충분한 검사 후에도 뾰족한 원인을 찾기 힘들다면, 스트레스와 긴장에 동반되는 소화불량이 자신을 괴롭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원칙은 적절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입면-기상 시간을 가능하면 지키는 것이다. 수면 시간이 충분하지 않거나, 잠들기가 어렵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의 상담을 통해 수면 습관을 개선해 나가자. 일시적 수면제 사용을 고려할 수도 있다. 

 

2) 일과 휴식을 가능하면 완전히 분리하자.

연속성이 있는 업무 중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정한 휴식 시간에는 그 어떤 업무나 스트레스를 연결 짓지 않도록 하자. 하루의 특정 시간은 온전히 자신의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 시간은 생산성이 전혀 필요 없는 시간이다. 그러니 자신이 즐거울 수 있는 무엇이든 하자. 

 

3)  편한 지인들과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모임을 자주 갖는 것도 좋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억눌려 있던 감정들을 발산할 수 있는 장이 꼭 필요하다. 감정표현에도 연습이 필요한 법이다.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 수단을 마련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평소 하고 싶었던 것을 배우거나, 운동, 명상 등을 하는 것도 좋은 스트레스 해소 수단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4) 커피는 위산 분비를 촉진하므로, 소화불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외에 맵고 짠 자극적 음식 섭취나 잦은 음주 등의 생활 습관들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스스로의 노력으로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통해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를 배우고, 마음에 품어온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항우울제를 비롯한 약물치료 또한 기능성 소화불량증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기도 하다.

 

 

참고문헌 : 
기능성 소화불량증 치료에 관한 임상지침, 지삼룡 등, 2011 대한위장관학회지 vol 57, No2, 6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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