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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멘탈 직장인③] 유리멘탈을 어떻게 치료할까? : 인지행동치료를 중심으로

기사승인 2018.08.18  01: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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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최지윤 정신건강간호사]

 

유리멘탈 정훈 씨가 상담실을 찾아갔다. [지난 화]에서 얘기했듯이, 유리멘탈은 정신질환을 뜻하는 용어는 아니다. 그러나 상담은 정신질환을 동반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심리적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 이번 화가 자신의 상태를 확인받고 싶거나, 괴로운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담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정훈 씨 : 요즘 애들은 개념이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아홉시까지 출근이면 삼십분씩 일찍 오거든요. 저보다 위에 팀장님도 그렇게 오시고요. 그런데 후배들이 딱 아홉시까지 와서 일찍 다니라고 좀 갈궜는데 표정이 안 좋더라고요. 못마땅해하는 것은 표정 보면 딱 알잖아요.

치료자 : 후배들이 정훈 씨 말을 수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군요. 왜 그랬을 것 같아요?

정훈 씨 : 저희 팀장님도 이런 걸 지적 안 하시거든요. 그래서 ‘팀장도 아닌데 네가 뭔데 지적이냐?’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저희 팀에는 사원들이 많은데, 자기들끼리 모여서 제 욕을 할 것 같아요. 

치료자 : 자신을 욕할까 봐 불안하다고 하셨는데, 정훈 씨가 후배들에게 욕을 먹는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해볼게요. 그것이 어떤 면에서 신경이 쓰일까요?

정훈 씨 : 저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니까요. 그리고 저희 회사의 인트라넷에 ‘대나무 숲’이 있거든요. 아직 그런 적은 없지만 혹시라도 저에 대한 안 좋은 평가가 올라올까 봐 걱정되는 것도 있고요. 

 

사진_픽사베이

 

치료자 : 네.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고 싶기 때문에 후배들의 태도를 지적한 것이 마음에 걸리시는군요. 안 좋은 평가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어떤 것이 안 좋은 평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훈 씨 : 인격적으로 비난을 받는 것? 일적인 평가 말고, ‘저 사람은 인격적으로 안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듣는 것이 가장 두려운 것 같아요.

치료자 : 인격적으로 비난을 받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어떤 사람들이 인격적으로 비난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정훈 씨: 감정 조절을 못하는 사람이 그럴 것 같아요. 감정 조절을 못하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 거죠. 그렇지 않나요? 

치료자 : 정훈 씨는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군요. 많은 사람들이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것을 싫어하거나 단점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정훈 씨는 감정조절이 안 되는 것을 그렇게까지 신경 쓰게 되었을까요? 

정훈 씨 : ……사실 저희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에 성격이 다혈질 적이셨는데, 술을 많이 마시고 기분이 나쁘면 저를 많이 때리셨어요. 엄마도 그런 아버지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셨고… 

치료자 : 아버지를 보며 ‘감정조절을 못하는 사람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드셨군요. 이 말이 정훈 씨와도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정훈 씨의 예전 경험이라든지요.

정훈 씨 : 제가 신입 때 전화기를 집어던지고 상사 멱살을 잡았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가끔씩 제 안에 그런 모습이 보이는 것 같고, 제가 아버지처럼 될까 봐 두렵기도 해요. 

여기서 정훈 씨에게 불안한 감정을 유발한 사고의 흐름을 가까이 들여다보자. 

 

그림. 인지행동치료에서 하향식 화살 기법을 적용한 대화 내용

 

정훈 씨의 불안감은 ‘후배들의 표정을 보니, 나를 (인격적으로 안 좋은 사람이라고) 욕할 것이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이 생각을 ‘자동적 사고’라고 부른다. ‘자동적 사고’는 일종의 ‘버릇’처럼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다. 후배들이 자신의 욕을 할 것이라는 정훈 씨의 자동적 사고는 사실일 수도,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확인해 보기 전에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동적 사고가 항상 사실일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치료자는 정훈 씨가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인격적으로 비난을 받을 만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묻는 치료자의 질문에 정훈 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해왔고, 자신이 아버지처럼 감정 조절이 안 되는 행동을 했던 것을 기억했다. 이에 치료자는 정훈 씨가 ‘(감정조절을 하지 못하는) 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후배들의 표정을 보고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나는 문제가 있다.’라는 생각에 도달하였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통해 형성되어 온,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핵심신념이라고 한다. 정훈 씨의 경우 ‘나는 문제가 있다.’라는 명제가 핵심신념일 가능성이 있다. 내담자가 자신의 자동적 사고를 사실이라고 믿는 이유가 바로 이 핵심신념 때문이다. 

 

사진_픽셀

 

물론 이 상담 장면만 가지고 정훈 씨의 핵심신념을 단정 짓긴 어렵다. 또한 ‘문제가 있다.’라는 사고의 내용이 무능감을 느끼는 것과 관련된 것인지, 자신이 사랑받기 어려운 존재라는 인식에 가까운 것인지는 추후 상담내용을 통해 좀 더 구체화되어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치료자는 정훈 씨가 이러한 핵심신념 때문에 괴로운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그와 이러한 내용을 공유하며 핵심신념을 파악해갈 것이다. 

왜 핵심신념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할까? 

부적응적 자동적 사고는 부적응적 핵심신념에서 비롯된다. 자신이 어떤 점에서 예민한지 발견하게 되면 좀 더 현실적인 사고를 가지게 되어 고민이 줄어들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내담자의 자동적 사고를 알아보고, 그 생각이 합당한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부적응적 핵심신념을 수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치료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생각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볼 수 있도록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지금까지 해오지 않았던 ‘행동’을 해 보게 하는 것으로 그 사람이 덜 고통스러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앞서 예시로 보인 상담 내용은 내담자의 인지적인 부분만을 다르고 있는데, 행동 실험을 통해 내담자가 자신을 좀 더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게 하는 행동을 확인하게 하고, 나아가 이러한 행동을 개선시키는 것도 인지행동치료의 중요한 부분이다.

증상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인지행동치료는 1회기에 45~50분 정도로, 단순한 우울장애나 불안장애는 총 10~14회기 정도로 진행된다. 인지행동치료를 받은 환자는 항우울제 및 항불안제를 복용한 환자와 비슷한 뇌 변화를 보인다. 정신과적 상담에는 지지정신치료, 정신분석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며, 내담자가 가진 정신 질환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효과적인 상담은 다를 수 있다. 

정훈 씨의 사례에서 그는 후배들의 (그가 보기에) 잘못된 행동을 지적한 뒤, 후배들의 반응이 신경 쓰이고 그들이 모여서 자신의 욕을 하진 않을지 불안감을 호소하였다. 물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뒤돌아보는 것은 나쁘다고 할 수 없고, 후배들의 표정을 보고 충분히 마음이 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떠올린 생각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하고 이런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인지행동치료에서 이를 다뤄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다. 

 

 

* 안정광, 고려대학교 KU마음건강연구소 연구교수, 임상심리전문가의 자문을 받았습니다.

* 참고문헌
1. Beck, Judith S. 인지행동치료 : 이론과 실제. 서울 : 하나醫學社; 2017.
2. J. H. Wright, ;M. R. Basco, ;M. E. Thase. 인지행동치료. 서울 : 학지사; 2009.

 

최지윤 정신건강간호사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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