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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대로 공감하고 있는 것일까?

기사승인 2018.08.30  05: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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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감, 그 따뜻한 소통

어느 무더운 여름날 오후, 외래를 방문한 환자분이 하소연하듯 이야기한다. 

"엄마가 내 말을 하나도 안 들어줘요. 난 진심으로 이야기하는데. 무슨 말을 하든 오해만 해요."

한창 불만을 옆에서 듣던 억울한 어머니가 볼멘소리로 말을 이어 받는다. 

"내가 걱정이 돼서 그러지. 네가 싫어서 그러겠니? 엄마가 이렇게 신경 써주는데 고맙다는 말은 못 할망정…."

그렇게 둘은 한창 실랑이를 벌인다. 한 쪽이 상대의 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다른 한 쪽은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데 대한 섭섭함이 나타나고 있다. 이 모녀처럼, 서로의 마음을 오해하고, 불신한다면 이 둘처럼 따뜻한 대화는 어려울 것이다. 

"네 마음을 이해해."
"네가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

우리가 가족, 친구, 연인 관계에서 참 많이 쓰는 말이다. 내가 상대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인간은 공감을 통해 소통하는 법이다. 따뜻한 소통에는, 언어적이고 이성적인 대화의 이면에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껴안아 주는 감정적인 대화가 흐르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마음에 대한 공감은 참 중요하다.
 

사진_픽사베이


내가 정말 공감을 잘 하고 있나?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타인의 마음에 대한 공감을 꽤 잘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느끼는지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같이 지낸 가족, 친구, 부부, 연인 사이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크다. 눈빛만 봐도 상대의 마음을 잘 추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의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감에 대한 자신은 '자뻑'에 가까운 착각인 경우가 많다.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우리가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의 행동거지, 눈빛, 표정에서 상대의 의중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뇌가 만들어낸 착각이자 오류이다. 심리학자인 아론 벡(Aaron T. Beck)은 인간이 가진 생각의 오류를 제시했는데, 그 중 상대의 마음을 읽는다는 독심술(mind reading)은 빈번하게 나타나는 오류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다. 

여기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살펴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필링 굿’ 으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 데이비드 번스가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심리학자들을 대상으로 공감의 정확성에 대해 실험했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자라는 직업은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일을 한다. 그렇기에 상대의 마음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높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 보통이다. 데이비드 번스는 심리학자들이 70여 명의 정신과 환자들을 충분히 면담한 후, 우울, 불안, 분노의 감정들에 대해 평가하고, 환자들도 면담을 마친 후 자신들이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평가하도록 했다. 두 결과가 얼마나 일치했을까? 50%? 의외로 높은 80%? 

놀랍게도, 심리학자가 평가한 환자들의 기분 상태와, 환자 스스로가 평가한 기분 상태의 일치도가 거의 0 에 가까웠다고 한다. 타인의 마음을 잘 읽을 거라 기대하는 심리학자가, 실은 환자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이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하게 알기는 참 어렵다.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직접 털어놓지 않는다면,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섣부른 추측에 불과하다. 그러니, 상대편에서 이해하고 느껴야 하는 공감이라는 행위는 결코 쉬운일이 아닌 것이다.
 

사진_픽셀


매 순간의 공감에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공감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내가 상대방의 마음을 잘 알고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의 이면에는,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더 헤아려보려는 노력이 빠져 있다. 즉, 상대방의 마음을 이미 내가 잘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 선입견에 따라 대하기보다는, 매 순간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을 읽고, 이에 공감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공감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다 채워진 물잔이 아닌, 둘 사이에서 끊임없이, 조금씩 채워나가야 하는 약간은 비어있는 잔에 가깝다. 이는 가까운 부부 사이, 가족 사이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네 마음을 다 알고 있지’라는 생각은 착각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결국 갈등과 싸움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상대의 마음과 생각을 찬찬히 살피면서, 존중하는 태도로 충분히 귀 기울여 듣고, 한편으로 최대한 상대방과 주파수를 맞추려는 노력이 공감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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