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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성’은 꾀병이다? 아픈 몸과 마음의 관계에 대하여

기사승인 2018.08.30  07: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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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김민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병원에서의 흔한 한 장면, “신경성인 것 같네요. 무슨 신경 쓰는 일 있으신가 보네요. 검사는 괜찮으니까 증상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의사가 무신경하게 툭 내뱉는다. 그 순간부터 신경이 쓰인다. 뭐 때문이지? 내가 뭘 그렇게 신경을 쓰고 살고 있었나? 

또 다른 흔한 한 장면, “검사 결과 다행히 별 이상은 없는 것 같네요. 신경계통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혹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한번 받아보시는 것은 어떤가요? 심리적인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아 너무 불편하게 생각하지는 마세요. 요새는 주위 사람 신경 쓰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편하게 보시는 분위기이니까요.”

너무 많은 신경이라는 말에 헷갈린다. 대체 신경이 무슨 뜻일까? 
 

사진_픽사베이


네이버 국어사전에 보면 '신경'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세포의 돌기가 모여 결합조직으로 된 막에 싸여 끈처럼 된 구조.
2. 어떤 일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 

영어도 마찬가지이다. ‘Nervous’라는 말은 한편으로는 ‘신경성’의 라는 의미도 있고, ‘불안한’이라는 뜻도 있다. 

 

‘신경’이라는 낱말 자체에 물리적, 해부학적인 의미의 ‘신경’과 심리적, 정서적 의미의 ‘신경’이 함께 들어있기 때문에 위의 두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헷갈리게 된다. 생물 관련 학문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우리는 대체로 일상 대화에서 신경을 정서적, 심리적인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신경성’이라는 말을 들을 때는 심리적인 것을 위주로 생각하게 되고, 스트레스에 대한 심리적인 반응 정도 또는 더 나아가 실제로는 없는 증상, 꾀병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신체질환은 신체적 증상, 정신질환은 심리적 증상으로 구분하여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마음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우리의 뇌의 작용이고, 뇌는 엄밀히 신체 장기의 하나이며, 따라서 다른 장기들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감정과 생각을 만들어 내는 뇌의 고위사고중추는 우리 신체의 각종 기능을 조절하는 뇌의 중추와 연결되어 있으며 이 기능조절의 중추는 온몸의 장기로 연결되어 신체의 기능을 조절한다. 따라서 뇌의 기능의 이상은 신체기능의 이상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것은 불안장애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신체증상들이다. 불안장애는 편도체를 통하여 시상하부에서 교감신경을 과활성화시키고 활성화된 교감신경은 고혈압, 빈맥, 두근거림, 메스꺼움, 두통, 어지러움, 저린 감각, 가슴의 통증 등 다양한 신체적 증상들을 나타낼 수 있다. 우울증도 비슷하다. 우울증은 마음만 우울한 것이 아니라 관절통 근육통 등 다양한 신체증상을 동반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우울증이 신체증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역으로, 대부분의 신체질환은 또한 다양한 정신, 심리적인 증상이 동반한다. 신체적인 병이 생겼을 때 생기는 우울이나 불안은 흔히 병이 걸린데 대한 심리적인 반응으로만 생각하기 쉬우나, 그 이유 외에도 실제로 그 신체질환이 뇌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뇌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각종 신경계 질환은 말할 것도 없고 호르몬과 관련된 각종 내분비 질환, 류마티스 질환들은 질환 그 자체로 뇌에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암환자의 약 30% 정도가 우울감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암이라는 심각한 질환이 걸린 데에 대한 심리적 반응 때문만이 아니라 암으로 인한 각종 싸이토카인이라는 염증반응과 관련한 물질, 일부 항암제의 작용 등 생리적인 요인들이 뇌에 함께 작용하여 암환자에서 우울감을 유발하게 된다.
 

사진_픽사베이


몸과 마음은 별개로 작동하는 두 개의 체계가 아니라, 결국은 하나인 것이다. 

검사에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신경성’이라는 것, 그리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으라는 것’은 결코 그 증상이 심리적인 것이라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또는 ‘이상이 없는데 마음이 만들어 낸 거짓 증상’ 또는 ‘가짜 병’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제일 앞의 예로 돌아가 보자. ‘신경성’이라고 흔히 말하는 것에는 ‘느낌이나 생각’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 뇌를 구성하는 ‘신경’성이라는 것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뇌의 기능으로 나타나는 마음을 다루는 과이다. 따라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의 진료를 받는다는 것은 뇌의 기능의 이상을 치료하는 것을 내포한다. 마음은 뇌가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김민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knpapost@naver.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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