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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치료로써의 명상

기사승인 2018.09.06  05: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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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장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과 치료의 한쪽 날개는 약물치료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신과 치료의 전부는 아닙니다. 다른 한쪽 날개는 심리치료 혹은 정신치료라고 부르는 상담적 접근으로, 흔히 ‘정신치료’라고 하면 떠올리는 정신분석을 비롯해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등 다양한 치료방법들을 포함합니다. 

명상은 이러한 상담적 접근 중 최근 들어 가장 주목받는 치료방법의 하나입니다. 정신과 치료로써의 명상, 뭔가 어색하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한신경의학회지에 실린 “정신과 임상에서 명상의 활용: 마음챙김 명상을 중심으로”(허휴정·한상빈·박예나·채정호, 2015)라는 논문을 통해 명상의 개념과 과학적으로 입증된 정신과적 치료효과, 간단히 해볼 수 있는 명상의 방법에 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 명상의 개념

명상(瞑想)의 한자어원은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명상(meditation)의 라틴어원인 meditari 역시 ‘곰곰이 생각한다’라는 의미로 동서양 모두 ‘고요한 상태에서 깊게 생각한다’는 유사한 어원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초의 명상은 다양한 종교의 수도법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정신의학과 심리학에 많이 활용되는 명상은 불교에서 기원한 수행법으로 1950년대 이후 서양에서 대중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정신과 치료에서 많이 언급되는 마음챙김(mindfulness)은 동양의 명상(meditation)을 서양인들에게 소개하면서 새로이 만든 용어로 1979년 메사추세츠 대학병원 스트레스 감소 클리닉에서 존 카밧진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기존 불교 명상에서 종교적 색채를 배제한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스트레스, 만성 통증에 효과를 입증하였고 현재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정신의학에서의 명상이란 고요한 상태에서 호흡, 통증 같은 특정 대상에 대한 집중과 관찰 훈련을 통해, 불안, 우울, 불면 등 각종 정신적 증상의 경감을 꾀하는 방법으로 일종의 정서 및 주의력 조절 훈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명상의 종류

명상은 크게 집중 명상과 알아차림 명상으로 나눠집니다. 집중 명상은 사마타(samatha) 명상이라고도 하며, 눈앞의 점이나 특정 사물 등 변화하지 않는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훈련으로 어떤 대상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수천 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알아차림 명상은 위빠사나(Vipassana) 명상이라고도 하는데, 호흡, 감각, 통증 등 변화하는 대상에 집중하고 집중이 흐트러지면 이를 알아차리고 다시 원래의 대상으로 집중을 돌리는 식으로 연습합니다. 지금-여기에서 개인적 판단을 개입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 떠오르는 생각, 감정, 욕구 등을 쉽게 알아차리게 됩니다. 

 

♦ 명상의 치료효과

정신과 치료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명상은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감소(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MBSR),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indfulness based cognitive therapy, MBCT), 변증법적 행동치료(Dialectical behavioral therapy, DBT),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commitment therapy, ACT) 등 다양한 인지행동치료에서 핵심적인 치료 요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많은 연구들을 통해 명상에 기반한 치료들의 우울장애, 불안장애, 스트레스, 만성 통증, 물질 중독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치료적 효과가 입증되고 있습니다. 또한, 자율신경계, 뇌파, 뇌영상 검사 등을 통해 명상이 실제 우리 뇌에 변화를 일으켜 치료적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밝혀내는 연구들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즉, 명상을 하게 되면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몸이 이완되고 스트레스가 줄어들며, 알파파에 영향을 미치고, 감정과 관련된 뇌의 여러 부위의 활성도와 연결성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는 것이지요. 심리적으로는 명상의 치료적 효과에 대해 ‘현재 이 순간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즉,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경험 혹은 관찰함으로써 생각과 감정에 압도되기보다 한 걸음 물러나 스스로의 마음에 대해 관찰자가 되는 것, 그로 인해 습관적으로 반복했던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고 고통을 덜 겪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진_픽셀


♦ 간단히 해볼 수 있는 명상 방법

명상이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시나요? 명상에 대해 이해하고 익숙해지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때, 처음엔 어떻게 타야 할지 이해가 되지 않고 어렵지만 일단 타면서 몇 번 넘어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명상도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상에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명상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 호흡명상 : 허리를 세우고 편한 자세로 앉습니다. 눈을 감은 채 숨이 우리 몸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 즉 들숨과 날숨에 집중합니다. 주의가 흐트러져 어떠한 생각, 감정, 감각이 들면, 이를 판단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뒤(즉, ‘아, 내가 ~한 생각이 들었구나’ 알아차린 뒤) 다시 호흡에 집중합니다. 처음에는 길게 집중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몇 분으로 시작해 익숙해지면 차츰 시간을 늘려가면 됩니다. 

- 걷기명상 : 편한 자세로 서서 약간 앞을 보며 평소 걷는 대로 걷습니다. 이때, ‘오른발’이 땅에 닿으면 ‘오른발’, 왼발’이 땅에 닿으면 ‘왼발’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발바닥에 집중합니다. 주의가 흐트러지면 호흡명상과 마찬가지로 그 상황 자체를 알아차리고 다시 발바닥에 집중합니다. 걷기명상에 익숙해지면 걷는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나누고, 의도와 행위를 구분해 각 단계에 집중합니다. 

이 외에도 요가, 바디스캔, 먹기명상 등 다양한 명상 방법들이 있고, 명상에 기반한 정신과적 치료도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명상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의학적 활용을 위해 정신과 전문의들을 주축으로 대한명상의학회가 창립되기도 하였습니다.

명상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오히려 약물치료를 비롯한 다른 치료들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명상은 자신을 이해하고 고통이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당신 마음의 영양제가 될 것입니다. 

 

 

장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knpapo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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