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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 상처를 준다 - 청소년 자해의 심리학

기사승인 2018.08.31  05: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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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쏭달쏭 정신과, 다섯 번째 이야기>

[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랩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참가자는 자해를 주제로 한 가사를 썼습니다. 이와 함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팔 자해 사진을 올려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자해 광풍이 불어 학부모, 교사, 정신과 치료진 등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환자들 중에 자해를 환자들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청소년 자해 환자들이 부쩍 늘은 것이 사실입니다. 왜 정신과 환자들은, 그리고 청소년들은 자해를 하는 걸까요? 

 

♦ 자해 - 나 스스로에게 상처를 가한다. 

인간은 누구나 고통을 싫어하고 즐거움을 추구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스스로에게 고통을 가하는 자해는 역설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 자해(自害)는 자신의 신체에 의식적으로 해를 입히는 행위를 말합니다. 자해는 엄밀하게 말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과는 다릅니다. 자해의 가장 흔한 방법으로는 날카로운 도구로 손목을 긋는 행위입니다. 다른 자해 행동으로는 담뱃불로 몸에 상처 만들기, 머리 돌리기, 머리카락 뽑기, 벽에 머리 박기, 피부를 손톱으로 긁어 심한 상처 내기, 치아로 팔을 물고 뜯기 등이 있습니다. 자해를 하는 정신과 질환으로는 심한 우울증, 불안증, 경계선 인격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있습니다. 발달 장애, 자폐증, 조현병 등에서도 자해 행위를 보이기도 합니다.
 

사진_픽사베이


♦ 왜 자해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자해를 끊기 힘들까? 

자해 행동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자신의 힘든 현재의 처지에 대해서 가족, 친구 등 주변인들에게 알리고 싶은 하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받아들이기 힘든 분노 때문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처한 상황에 대해 만족스러운 반응과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내면에 분노가 쌓입니다. 그러나 이를 현실에서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 자신의 신체에 상처를 만들어 화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지나친 죄책감이 자해를 초래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여 상대방 혹인 자신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는 생각에 괴로워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자기 처벌적인 상징으로 자해를 합니다.

네 번째는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되어 반복적으로 자해를 합니다. 우울, 불안, 짜증 등의 감정이 누적되면 불안감이 증가합니다. 자해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 혹은 불안을 일시적으로 해소하는 분출구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대다수 환자들은 자신이 하는 행동을 인식하지 못하는 해리 상태에서 자해를 합니다. 자해를 하면 일시적으로 뇌에 도파민, 엔돌핀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증가하여 쾌감을 느낍니다. 자해를 반복하는 이유는 짧고 급격한 쾌감의 증가, 불쾌한 감정으로부터의 해방감, 일시적 자기 통제와 안도감 등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잔인한 몸의 상처, 불변한 현실 때문에 우울감, 죄책감, 허망감을 느낍니다.

 

♦ 청소년 자해, 왜 위험한 것일까? 

청소년은 성격과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 중이기 때문에 본인의 감정을 적절한 방법으로 표출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은 때론 과격하고 충동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청소년은 주변 친구들의 사고, 행동, 가치관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TV, SNS 등 매체가 보여주는 모습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하기도 합니다. 최근 봄철 산불처럼 급격하게 번지고 있는 자해의 유행은 청소년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청소년 자해의 유행에 대해서는 주의와 경계가 필요합니다. 자해는 결코 긍정적인 감정 표현, 해소의 방법이 아닙니다. 자해는 시간이 지날수록 습관적이고 만성적이며 반복적인 특징을 보입니다. 또한 고통에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더 자극적이고 심한 방법의 자해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해 흉터는 성인이 된 후에 지울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흔적을 남깁니다.
 

사진_픽사베이


♦ 청소년 자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청소년들이 자해를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부모님의 이혼 등의 가정  불화,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녀가 자해행동을 했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자해에 대해 비난하며 당장 행동을 그만두라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일단은 자녀가 자해를 한 이유와 최근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선입견 없이 차분하게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부모님, 정신과 전문의, 학교 담임선생님, 교내 상담 선생님 등을 포함한 다학제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합니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청소년 자해에 대해 공감적인 태도와 함께 대중 및 온라인 매체에 자해 유행 확산 차단을 위한 단호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beethoven615@naver.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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