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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정신의학 업데이트] 심장병도 이기는 생활습관의 힘

기사승인 2018.09.01  07:4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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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학술대회 기립박수, 딘 오니시 교수

2년 전 미국정신신체협회(American Psychosomatic Society) 학술대회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해외학회를 가게 되면 주제발표(plenary lecture)는 꼭 챙겨 듣는 편입니다. 그 발표자가 학회 발표 중 업적이 뛰어나고 유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당시에도 주제발표를 먼저 확인했습니다. 발표자 이름이 딘 오니시(Dean Ornish)? 재미난 이름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참고로 텍사스 출신의 완전 미국인입니다.) 발표 이후에는 "딘 오니시와의 대화“라고 추가로 돈을 내야지만 참석할 수 있는 소그룹 세미나도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분의 발표에는 사람으로 가득 찼고 발표 직후엔 기립박수까지 나왔습니다.  

 

♦ 생활습관의학 –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 운동, 관계형성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딘 오니시 교수는 캘리포니아대학(UCSF) 교수로 미국에서는 대중적으로 유명한 의사였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자문의를 맡아 기름진 음식을 좋아해 비만했던 그를 채식 위주 식단의 건강한 몸으로 바꿔 놓았고, 애플 창업자인 스티븐 잡스의 주치의로 그가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곁을 지킨 의사로도 알려져 있죠. 의학적 업적으로 딘 오니시 교수는 “생활습관의학(lifestyle medicine)”이 예방의학을 넘어 치료의학의 영역으로 확장되도록 했습니다.

비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은 나쁜 식습관, 운동부족, 흡연이나 음주 등의 생활습관이 누적되며 병을 진행시키기 때문에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입니다. 무서운 건 이러한 생활습관병이 심근경색, 뇌졸중, 암과 같은 심각한 질환을 일으키는 위험요소라는 점이지요. 생활습관의학은 체계적인 생활습관의 개선을 통해 이러한 병을 예방하고, 발생한 병도 치료하는 의학의 분야입니다.

오니시 교수의 생활습관 프로그램에서는 4가지 주제를 강조합니다. 건강한 식습관(Nutrition), 스트레스 관리(Stress Management), 규칙적인 운동(Fitness), 사랑하고 지지적인 관계형성(Love & Support)입니다. 개인적으로 4번째 관계형성에서 무릎을 쳤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막상 마치고 나면 원래 나쁜 습관으로 돌아가 버리기 십상이거든요. 그런데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한다면 이후에도 서로가 계속해서 개선된 생활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에어로빅을 수년간 해 오신 어머님들이 어느 순간부터 친목이 더 소중해 계속하시는 것처럼 말이죠. 
 

사진_픽셀


♦ 생활 습관 개선의 효과

얼핏 들어보면 생활습관의학이란 우리가 다 알고 있고,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건강 상식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우리는 그 내용을 알고 있지만 생활에서 실천하고 있지는 않죠. 그래서 전문가가 함께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생활습관 프로그램에서는 각 주제별 전문가가 개개인에 맞는 생활습관 개선 처방을 하고 교육, 실습, 실생활 적용을 하게 됩니다. 헬스 운동을 혼자서 하는 것과 전문 트레이너가 붙어서 하는 것의 차이랄까요. 이러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은 여러 질병의 예방뿐 아니라 치료와 재활을 목적으로 병원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공공의료보험(Medicare)과 주요 민간의료보험에서는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 심장질환이 발생한 환자에서 재활치료로 오니시 생활습관 프로그램의 보험적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뻔해 보이는 건강상식이 보험적용이라는 의학적 치료방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30년 이상 이어진 딘 오니시 교수의 임상연구 결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오니시 교수는 생활습관 프로그램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을 개선시킬 뿐 아니라 협심증과 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 심장질환에도 치료효과가 있다고 과학적으로 입증해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발표했습니다. 최근에는 암과 우울증에도 치료효과가 있고 심지어 노화의 유전자 표식으로 알려진 텔로미어(telomere, telomerase)에까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지요. 오니시 프로그램의 공식 홈페이지1)에는 그간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성과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 우리나라의 생활습관의학, 이시형 정신의학박사

우리나라에도 생활습관의학이 있습니다.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치료의학의 영역은 아니지만 건강한 생활을 위한 예방의학적인 개념으로요. 여러 전문가가 계시겠지만 국내에서 자연치유를 접목해 생활습관의학을 대중적으로 알린 의사로 이시형 정신의학박사를 들 수 있습니다. “배짱으로 삽시다.”라는 책을 1982년에 내신 분입니다. 당시에 주눅 들어 있는 한국인에게 당당하게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진 책으로 우리나라 출판사상 최초의 논픽션 밀리언셀러가 되었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지요. 그분이 은퇴한 이후 지금은 강원도 산골에서 불편하더라도 여유 있게 천천히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건강의 근본은 자연의 순리에 바탕을 둔 생활 습관에서부터 시작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지금의 한국인에게 새롭게 던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의 생활습관의학

생활습관의학이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치료의학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생활습관은 그 나라의 문화가 반영되어야 하기에 우리 문화에 맞는 생활습관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합니다. 또한 딘 오니시 교수가 그랬듯 여러 질병에서 그 의학적 치료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나가야 합니다.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심장질환 치료나 암 치료에 생활습관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의료보험으로 처방하는 시대를 기대해 봅니다. 효과를 고려한다면 생활습관의학에 엄청난 비용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요.

 

 

1) https://www.ornish.com/proven-program/the-research/

* 이광민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임상교수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파견교수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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