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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스트레스는 아이를 성장시킨다

기사승인 2018.09.02  07: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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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참 소중한 우리 아이’의 명암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누구나 자신의 소중한 아이에게 최상의 것들을 주고 싶어 한다. 요즘처럼 아이를 적게 낳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환경 아래서는 더더욱 그렇다. 맞벌이 위주로 돌아가는 가정에서, 부부는 자신들이 아닌 많은 학원과 ‘남의 손’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아이들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더욱 아이가 겪게 되는 문제에 더욱 예민해지고, 능력이 허락하는 한 모든 것들을 해주고 싶어 한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심리적 혹은 물리적 과잉보호를 받게 된다.

하지만, 자라나는 아이에게는 좋았던 경험이든 힘들었던 경험이든 발달에 필요한 낯선 자극의 하나일 뿐이다. 힘든 경험을 했다는 사실보다는, 힘든 경험을 어떻게 겪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즉, 좋은 경험과 힘든 경험을 가리는 것 보다 아이의 성장에 있어서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경험들을 어떻게 적절하게 대처하여 자신의 신경 체계(neural network)에 통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진_픽사베이

 

♦ 성장하는 아이의 뇌의 변화 : 3부 뇌 가설 (Triune brain theory)

신경과학자인 폴 맥린(Paul MacLean)은 현대 인간의 뇌 속에 있는 구조물이 크게 3가지의 층위를 나누어 발달한다는 이론을 내세웠다(3부 뇌 가설, triune brain theory). 

첫 번째 뇌는, 수면, 성욕, 식욕 등의 기본적인 욕구와 호흡, 혈류, 체온 유지 등의 인간의 생존 유지에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들을 아우르는 일명 ‘파충류의 뇌’ 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파충류 이상으로 진화한 생명체들이 기본적으로 가지는 생체 조절 능력을 관장하는 뇌이다. 두 번째로, 포유류와 인간에게 볼 수 있는 기억과 감정, 충동과 동기 등을 관장하고, 편도체(amygdala)와 해마(hippocampus) 등의 부위를 포함하는 ‘옛 포유류의 뇌’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에게서만 볼 수 있는 의식적인 계획, 실행, 문제해결과 같은 능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cerebral cortex)을 포함하는 ‘신 포유류의 뇌’이다. 

아이가 40여 주의 시간의 기다림 이후 출산을 통해 자궁 바깥의 빛을 보기 이전부터, 파충류의 뇌는 이미 성숙되어 있는 상태이다. 기본적인 호흡, 섭식, 수면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은 태내에서부터 완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상위의 기능을 담당하는 뇌들, 특히 신 포유류의 뇌는 태어나는 시점부터 성장 과정의 많은 자극과 경험들을 통해 점차 발달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태어나는 시점의 아이는 필수적인 생리 작용을 조절하는 기능 정도 이외에는 일종의 여백 상태이며, 태어나는 순간부터 겪는 많은 자극, 관계, 경험들이 그 여백을 채워나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에 따른 각 뇌의 서로 다른 발달의 과정은, 개체에게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하고도 알맞은 적응 능력을 가능케 하지만, 자연히 성장 환경에 따른 발달의 격차 또한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평탄한 성장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는 아이의 뇌는, 학대와 방임에 시달리며 자란 아이의 뇌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물론, 인간의 감정, 행동, 생각, 지각들이 뇌의 모든 부위에 구획화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훨씬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폴 맥린의 이론은 세부적이고 명확한 기능적인 관점보다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에 가깝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겪는 많은 경험이 뇌세포들 간의 신경망 형성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결국 의식적인 문제 해결, 계획, 수행, 심지어 감정 조절의 능력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우리가 아이를 양육할 때 늘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다.
 

사진_픽사베이

 

♦ 적당한 스트레스는 아이를 성장시킨다

그렇다면, 아이의 뇌가 잘 발달하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에게 주는 자극은 가능한 한 온건하고, 편안하며, ‘힘들지 않아야’만 하는 것일까? 물론,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부모들이 경험했던 성장통을 겪지 않고, 그저 편하고 즐겁게, 행복하게만 자라나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그저 편안하고 쉬운 환경만 제공하고, 힘든 일과 스트레스를 피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그리고 과도하지 않은,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위에서 설명한 여러 층위의 뇌 체계들을 활성화 시키고, 신경세포의 성장과 관련된 여러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하며, 이는 뇌세포들이 서로 가지를 뻗어 더 단단하고 복잡하며 효율적인 신경망을 형성하게끔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게슈탈트 치료(Gestalt therapy)를 주창한 프리츠 펄스(Fritz Perls)는 이러한 상황을 안전한 응급상황(safe emrgency)이라 칭했으며, 좋은 양육은 아이를 통합되지 않은 생각과 느낌에 노출시키면서도 이를 적절한 지지를 통해 아이 자신의 경험으로 스스로 통합해나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 즉, 지지와 관심 하에서 겪는 좌절과 갈등의 경험은, 역설적으로 아이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이가 받는 외부의 스트레스와 힘든 경험들을 무조건적으로 차단해 주는 ‘벽’이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아이의 고군분투를 먼발치에서 조용히 지켜보면서도 아이가 힘들 때면 잠시 기댈 존재가 되어주며, 지지와 격려를 아낌없이 나누어줄 수 있는 한결같은 ‘나무 그늘’과 같은 역할이 필요할 것이다.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powersal@naver.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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