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중독포럼 하주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주식은 도박인가? 주식을 많이 하다가 잃은 사람도 도박중독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사실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정신과 선생님들께 주식이 도박이냐고 물어보니 '내가 하면 재테크, 남이 하면 도박'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도 사실 소액이지만 주식투자를 하고 있고 요즘처럼 장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을 때에는 주식 계좌에 온통 파란 불이지만 이익을 실현한 적도 있었고, 배당금을 받기도 했습니다. 주식투자하는 사람들을 모두 도박중독으로 몰고 치료를 받으라고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몇 년간 모은 몇억을 며칠 만에 날려버리고 빚을 지게 되었으며, 직장까지 잃은 상태에서 주식투자가 무조건 도박이 아니라고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사실 카지노나 스포츠토토, 사다리 등의 게임에 중독되어 관계와 직장 등이 무너진 사람에게 그것이 도박중독이라고 설득하기는 주식에 비해 훨씬 쉬울지도 모릅니다. 주식투자를 통해 도박성 게임을 했고 그것에 중독된 사람에게 그것이 도박이라고 설득하기는 가장 어렵습니다.  

먼저 도박이란 요행을 바라고 실제로 투자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득을 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재무제표나 거래량 등의 지표를 분석해서 한 회사의 주식을 5백만원어치 산 사람은 도박이고, 친구의 말만 듣고 테마주 2천만원을 한 회사에 투자한 사람은 도박이 아니냐? 어떤 경로로 들어갔느냐 또는 얼마만큼의 금액을 투자했느냐에 따라서 주식투자가 도박중독이냐 아니냐를 구별할 수는 없습니다. 주식투자가 도박이냐의 문제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사진_픽사베이


그럼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을 해볼까요? 우리가 도박을 한다고 다 도박중독은 아닙니다. 그러면 도박을 도박중독으로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두 가지 질문으로도 단순히 도박을 즐기는 것과 도박중독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도박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느냐? 그리고 도박 때문에 거짓말을 하느냐? 이렇게 간단합니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식투자에 들이는 시간이나 비용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여유돈으로 얼마만큼까지만 해야지 라고 정해놓고도, 막상 하면서 주가가 떨어지면 이게 또 물타기를 하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자꾸 주식에 들어가는 돈이 커집니다. 그러다 보면 적금통장을 깨거나, 월급을 타자마자 주식부터 사거나, 심하면 빚을 지게 되는 것이죠. 저는 사실 치료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 빚을 졌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빚을 져서까지 투자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 물론 부동산처럼 실존하는 대지와 현물이 있는 경우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처럼 주식 때문에 거짓말을 하느냐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런 거짓말 역시 빚을 졌기 때문에 생기기도 하고 주식에 빠진 시간 때문에 업무를 소홀히 하고 주식에만 빠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직장동료, 가족에게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중독의 신호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죠.

 

건전한 주식투자와 주식투자에 대한 중독을 어떻게 구별하느냐는 행위중독 학회에서도 논란거리입니다.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다른 도박을 이야기하는 것에 비해서 저도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밝혀진 주식으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몇 가지 밝혀져 있어 저도 그 부분만 조금 더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주식으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장내 주식보다는 장외주식 거래사이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익률이 낮은 대신 안정적인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연구결과가 있다고 중소기업 주식을 사는 것이 무조건 도박중독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관리종목 등에 위험한 투자를 하기도 하며, 남들에게 주식투자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선물 옵션 등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도박에 빠진 경험이 있는 경우 주식을 건전한 투자보다는 일확천금의 수단으로 여길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예를 들면 스포츠토토로 빚을 진 적이 있거나 경마를 즐기는 사람의 경우 주식투자를 할 때도 도박처럼 하기가 더 쉽다는 이야기입니다. 단타를 상당히 선호하기 때문에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독의 다른 중요한 특성도 발견됩니다. 내성이 생겨서 처음에는 100만원 정도의 이익을 실현하면 굉장히 뿌듯했으나 점점 더 큰돈을 따야 기분이 좋아집니다. 주식투자 외에 다른 것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됩니다. 특히 주식으로 한꺼번에 돈을 따면 될 텐데 뭣하러 이렇게 일을 일하고 있나 싶은 생각에 집중력 저하, 무기력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손절을 했을 경우 만회할 생각에 불안하고 늘 초조한 채로 살아갑니다.

 

주식투자를 하고 계신 여러분, 지금 중독되어 계신가요? 아니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고 계신가요?

당연히 주식투자가 건전한 투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금액 안에서만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번에 큰 금액을 넣는 것보다는 여러 번에 걸쳐, 여러 종목에 넣는 것이 중독성을 피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조절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건전한 투자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주식투자가 얼마나 가족과의 관계를 파괴하느냐? 그 기준은 참으로 다양해서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가족이 싫어한다면 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돈을 더 불릴 수 있는 기회라 하더라도 가족 안의 행복이 더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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