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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이 은메달보다 좋은 이유?

기사승인 2018.09.05  09: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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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얼마 전 아시안 게임이 끝났습니다. 스포츠는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하죠. 열심히 노력한 선수들이 노력한 만큼 메달을 따기도 하지만 아쉬운 고배를 마시며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그런데 은메달보다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더 기뻐한다면서요?

A.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거죠. 굳이 연구를 보지 않더라도 시상대에 선 선수들의 표정을 보면 명확해지는데요. 대부분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더 기뻐하죠. 은메달 보다요.

 

Q. 그래요, 저도 본 것 같아요. 그런데 조금 이상하잖아요? 분명히 동메달을 딴 선수보다 더 잘 해서 은메달을 딴 건데 어떻게 은메달을 딴 선수들이 더 실망하는 걸까요?

A. 우리가 사물을 판단하고 결정할 때 주관적 진실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사진_픽사베이


Q. 주관적 진실요? 그럼 객관적 진실과 주관적 진실이라는 것이 다른가요? 진실이라면 모두 올바른 것을 보는 걸 뜻할 것 같은데요.

A. 분명히 다릅니다. 객관적 진실은 은메달이 동메달보다 더 잘했다는 증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주관적 진실은 다르죠. 자신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는데 실패한 것으로 인한 감정이 마음을 지배하는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은메달의 가치보다는 자신의 실패에 집중하게 되면서 즐거움과 만족감이 아닌 불만과 자책으로 가득 차게 되는 겁니다.

 

Q. 아, 그러니까 자신의 상황에만 집중하면서 객관적인 사실을 잊어버리게 되는 거네요. 동메달을 딴 선수들은 무엇이 다를까요?

A. 동메달을 딴 경우를 보면 대개 준결승에서 한 번 패배한 이후에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경우입니다. 실패는 있었지만 이를 만회한 것이지요. 그리고 어쩌면 노메달의 위험에서 극적으로 벗어난 경우입니다. 중간에 아픔은 있었지만 마지막은 승리로 장식한 것이지요.

 

Q. 끝이 좋으니까 그냥 다 좋게 기억되는 거네요. 그전의 아픔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고요.

A. Daniel Kahneman이라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분이 대장 내시경을 한 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습니다. 비슷한 고통을 인위적으로 다르게 배열을 했죠. 한쪽(A군)은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나중에 편안하게 했고, 대조군(B군)은 비슷한 강도의 통증을 지속적으로 받게 했어요. 사실 더 극심한 고통을 겪은 쪽은 A군이지요. 하지만 나중에 설문을 통해 어떤 쪽이 더 고통스럽게 내시경을 경험하고 기억하는지 조사했더니 B군이었습니다. 즉 나중에 끝날 때 편안했던 쪽이 전체적인 결과를 더 좋게 기억한 것이죠. 어릴 때 아무리 상대를 제압했어도 마지막에 코피 나는 쪽이 진 것으로 기억하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Q. 그러니까 동메달을 딴 쪽은 마지막이 승리였던 것이고요. 은메달은 패배일 확률이 높은 것이군요.

A. 맞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고생해도 마무리가 좋게 끝나면 고생을 고생으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우리 뇌는 전체를 기억하기보다는 강렬한 것을 기억하거든요. 그런데 어떤 것이 강렬한 것인지 실험과 메달을 딴 선수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Q. 정리해서 알려주세요. 전 봐도 잘 모르겠어요.

A. 잘 보시면 알 수 있어요. 하나는 우리는 기대에 어긋난 것입니다. 은메달을 딴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금메달을 기대합니다. 자신이 예상한 것을 벗어나면 사람은 마음에 충격을 받고 기억을 하게 되죠. 그러니까 경기의 전 구간 중에서 진 기억만 강렬하게 남는 것이죠. 문화적 충격을 받거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을 겪으면 기억이 많이 남습니다. 군대 이야기가 그런 것이죠. 워낙 강렬한 문화적 충격을 경험했기 때문에 평생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갖게 된 거죠. 그래서 항상 떠오르고 내내 그 기억을 이야기하게 되는 겁니다. 금메달을 목전에서 놓친 선수들은 아쉬움이 강하게 남죠. 그래서 그 패배의 기억을 갖게 된 것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Q. 그렇다면 뭔가 안 좋은 경험을 한 사람은 그걸 잊지 못하게 지속적으로 기억하게 되겠네요.

A. 맞아요. 그렇지만 또 하나 중요한 기억의 구조가 있죠. 바로 마지막의 것을 더 강렬하게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강한 감정을 갖게 하는 것도 기억하지만 마지막의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자신의 경험에 대해서 갖는 인상에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Q. 이걸 실생활에서도 응용할 수 있겠네요.

A. 우리는 감정이 강렬했던 일의 경우 자신의 기억이 왜곡되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팀장이나 리더의 경우는 힘든 일을 하고 난 이후에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 나쁜 기억보다 좋은 기억을 갖게 함을 알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마칠 때의 마음이 무척 중요한 거죠. 은메달을 땄어도 패배라고 여기는 사람과 2등이면 충분히 잘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은 다릅니다. 마음을 달리 먹으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죠. 인생의 행복과 불행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태어날 때보다 죽을 때가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간 과정이 좋지 않았더라도 어떻게 마무리하는지가 우리 마음에 결과에 중요한 것입니다. 비록 중간에 힘들었어도 마무리를 잘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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