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최지윤 정신건강간호사]

 

"Am I sane?" (나는 정상인가?)

병동에서 함께 근무했던 레지던트 선생님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였다. 
 

사진_최지윤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도 인간이기 때문에 살아가며 스트레스를 받고,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직업 특성상 정신·심리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고, 자신과 타인의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경우도 많다.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들은 과연 정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고민하던 지인은 내게 이런 질문을 해왔다.

우선, 「의료법」 제8조에 의하면 ‘정신질환자’는 의료인의 결격사유 중 하나이다. 여기서 ‘정신질환자’가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사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호에 의하면 정신질환자는 망상, 환각, 사고(思考)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하여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므로 정신질환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법적으로도 의료진이 될 수 없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은 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자신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감정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여야 한다. 약물로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들의 정서적 문제는 의료진과 대상자 간 치료적 관계를 통해 개선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의료진의 자기인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자기인식은 평생에 걸쳐 필요한 과정이다. 의료진은 대상자가 고통스러운 경험을 이야기할 때 자신이 느끼는 불안 정도를 파악하는 등 스스로에 대한 통찰력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정상인가?’ 하는 물음은 자신의 소진된 상태를 발견하고 단점을 인정하는 자기인식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정신적인 성장을 이끈다.

의료진과 대상자 간 치료적 관계도 일종의 인간관계로, 치료적 경계가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치료자가 자신의 과거 경험을 떠올리며 대상자에 대하여 품게 되는 특별한 감정을 ‘역전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서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한 대상자를 만났을 때 그 대상자에게 더 잘 해줘야겠다고 느끼거나 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역전이는 치료자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 현상을 잘 다루지 못한다면 치료과정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떤 대상자에 대하여 자신이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느끼며 과도한 관심을 갖거나 혹은 지나치게 비판적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면, 의료진은 이에 대해 동료 의료진과 이야기하며 정서적 지지를 얻거나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치료적 인간관계와 의사소통에 대한 내용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간호사 수련과정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사진_픽셀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에 대한 또 다른 의심에는 “의료진도 불완전한 ‘인간’일 텐데, 그런 사람에게 받는 상담이 과연 도움이 될까?”라는 걱정도 있었다. 

얼마 전 간디의 사탕 이야기를 들었는데, 좋은 상담자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중년의 여인이 아들을 데리고 간디(Mahatma Gandhi)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제 아이가 사탕을 너무 많이 먹어 이가 다 썩어버렸습니다. 제가 타일러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 아들은 선생님 말씀이라면 무엇이든 다 듣습니다. 그러니 제 아이에게 말을 좀 해주십시오." 

이에 간디는 한 달 후에 자신을 찾아오면, 그때 말해주겠다고 하며 여인을 돌려보냈다. 여인이 한 달 후 아들을 데리고 간디에게 갔지만, 또다시 한 달 후에 오라는 대답을 들었다. 여인이 의아해하며 묻자, 간디는 이유도 그때 말해주겠다고 한다. 그로부터 한 달 후에 다시 찾아갔을 때가 되어서야 간디는 "얘야, 더 이상 사탕을 먹지 말아라. 사탕은 몸에 좋지 않단다. 이가 다 썩어버리면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먹지 못하지 않겠니?”라고 말했고, 아이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그때 중년의 여인이 다시 물었다. "선생님, 4주 전에도 지금처럼 말씀해주시지 않고 왜 다시 오라고 하신 건가요?" 

그러자 간디는 "실은 나도 사탕을 너무 좋아합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사탕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사탕을 끊는데 두 달이 걸렸습니다."라고 답한다.

이 이야기를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에게 적용해보면 어떨까? 

물론 간디가 사탕을 직접 끊고 아이에게 조언을 했다고 해서, 같은 상황을 겪어보아야 공감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산후 우울증 환자를 이해하려면 임신을 해봐야 하고, 갱년기 환자를 이해하려면 그 나이가 되어야만 한다는 이야기가 될 테니까. 

다만, 의료진이 인간으로서 자신의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그러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더욱 지지적인 상담이 될 수 있다. 적절한 때에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대상자들은 자신이 마냥 이상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좀 더 빨리 마음의 문을 열었다. 

즉, 간디의 사탕 이야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상자의 상황과 입장이 되어보려고 노력하는 역지사지의 태도 그 자체가 아닐까? 진실성을 가지고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태도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다.

 

이 외에도 정신과 의료진이라면 정신질환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환자를 잘 파악하고 적절한 약을 처방하는 능력 등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대상자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려는 태도가 중요한 자질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따라서 당신과 건강한 치료적 관계를 맺고, 진심으로 당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그는 좋은 상담자일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 상담 장면 안에서 분명히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1. 양수, 이경순, 이정섭, 권혜진, 이미형, 오경옥, et al. 정신건강간호학 제5판. 서울: 현문사; 2016.

2. 박신애. 상대방을 사로잡는 설득의 기술. 서울: 김&정;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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