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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습관, 내 감정 패턴이 보여요

기사승인 2018.09.09  02: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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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식사 습관과 감정은 불가분의 관계?

얼마 전, '삼시 세끼'라는 프로그램이 꽤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한적한 농촌의 낡은 시골집을 배경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연예인들이 등장한다. 프로그램의 목표는 단 한 가지다. '삼시 세끼를 잘 먹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일보다 한 끼 식사를 온전히 잘 해내는 데 집중하는 출연자들을 보며 신선함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네 삶에서 매 끼니를 맞추어 식사하는 모습이 멀어져 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 삼시 세끼는 왜 중요할까? 당연하게도, 최우선의 목표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함이다. 체내 영양의 균형을 통해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밋밋한 목적 외에도, 어울려 하는 식사는 사회관계 유지를 위한 중요한 스킬 중의 하나다. 

식사의 심리적인 면을 살펴보자. 언뜻 먹는 '행위'와 마음은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식사 습관은 감정 패턴과도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는 조금만 배가 고파도 기분이 처지는 느낌을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또, 만족스러운 식사 후 느끼는 행복감도 우리네 삶에 즐거움을 가미해주는 조미료와 같다. 

먼저, 하루 동안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에서 나오는 열량과 에너지 중 25%를 뇌에서 소비한다. 뇌는 신체 전체의 크기에 비하면 극히 작은 기관에 불과한데, 하루 열량 중 전체의 1/4이나 되는 에너지를 태우는 것이다. 또, 뇌는 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하여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끼니를 거르게 될 경우, 뇌로 가는 에너지의 양이 들쑥날쑥하게 된다. 필요한 만큼의 연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뇌는 그 기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뇌가 하는 계획, 계산, 실행 등의 인지적 기능 외에도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바로 정서의 조절 능력이다. 불규칙적인 식사는 결국 불안정한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진_픽사베이


또, 음식 섭취로 인한 포만감, 끼니를 거를 때 느끼는 배고픔에 관련된 렙틴, 그렐린과 같은 호르몬들은 뇌에 직접 작용하여 감정 변화를 일으킨다. 또한, 렙틴과 그렐린은 만족감과 다행감을 느끼게 하는 뇌의 보상회로에도 작용하여, 우리의 마음에 영향을 끼친다. 만약 심하게 망가진 식사 패턴으로 공복감과 포만감이 널뛰기하듯 불규칙적으로 뇌를 자극한다면, 보상회로의 영향으로 갈망이 생겨나며, 불안정한 감정과 함께 폭식과 같은 돌발 행동, 더 심해질 경우 억지로 구토를 하는 제거 행동 등의 악순환으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

정해진 시간에 먹는 끼니가 가지는 중요한 의미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행해지는 행위라는 것이다. 조울증을 비롯한 여러 기분장애 질환에서 치료적 접근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적절하고도 규칙적인 활동의 여부다. 특히, 조울증에서는 생활 리듬을 관리하고, 활동을 계획하는 Social rhythm therapy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관심받고 있다. 이처럼, 매 끼니 적절한 양의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행위 또한 정서의 조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 달콤한 음식, 기분을 좋게 만들까?

우리는 배가 고플 때 초콜릿, 캔디, 혹은 머리가 '찡'할 정도로 단 맛의 군것질들에 쉽게 손이 간다. 기분이나 기력이 저하될 때 먹는 달콤한 군것질에 포함된 단당류는 먹었을 때 몸에 빠르게 흡수되어 체내의 당 수치를 높인다. 말하자면, 고갈된 에너지에 일시적인 부스터 작용을 하는 것이다. 순간적인 혈당의 상승은 뇌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고, 지쳤던 기분이 일시적으로 회복된다.

하지만, 빨리 흡수되어 상승한 혈당은 다시 급격하게 떨어진다. 정규 식사를 통해 얻은 당과는 달리, 단당류는 빠르게 흡수되고 소진되는 인스턴트 제품에 가깝다. 즉, 달콤한 군것질로 나타나는 기분의 고양감은 오래가지 않는 것이다. 식사 대용으로 단당류 제품을 먹게 된다면 필요한 만큼의 안정적인 뇌로의 에너지 공급이 어려워, 순간적인 고양감에 뒤따라오는 공허함, 기분 저하가 뒤따를 수 있다.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감정 변화가 있다면, 정규 식사를 통해 공복감을 채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진_픽셀


♦ "You are what you eat"

나는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가? 출근을 핑계로 아침은 '간단하게' 우유 한 잔으로 마무리하는가? '식사는 시간 날 때 대충 배부르게 먹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지는 않을까? 배가 고프면 책상 위의 달콤한 주전부리들을 식사 대용으로 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최근 부정적인 감정이나 기분 변화를 자주 느낀다면, 최근의 식사 패턴을 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Mens sana in corpore sano(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스포츠 정신을 대표하는 슬로건처럼, 건강한 식습관에야말로 건강한 정신이 깃들 수 있다.

정신의학이 시작될 무렵, 탐구의 대상은 인간의 마음과 정신이었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인간의 뇌와 연결되었다. 그리고 최근 많은 연구자가 인간의 마음이 뇌뿐만 아니라 신체의 모든 기관과 관련되어 있다는 데 동의한다. 특히, 우울증이나 조울증과 같은 기분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규칙적이고 건강한 식사 습관은 흐트러진 마음을 다스리는 데 꼭 필요한 덕목이다. 건강한 식사 습관은 건강한 신체로 이어지고, 분명 거기에는 건강한 마음과 안정적인 감정 패턴이 깃들 수 있을 것이다.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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