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뉴스 영상 캡처

지난 10일 중동에서 머물다 국내로 들어온 남성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판정을 받자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메르스는 앞서 한 차례 국내서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바이러스로 급속도로 확산된 바 있다.  2015년 전국에서 1만6000여 명이 격리되고 감염자 186명 가운데 38명이 숨진 `메르스 공포`가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닥친 일이라 모두가 더욱 긴장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우리가 메르스를 두려워 하는 이유가 질병 자체의 치명적 특성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의 감염체는 전염력이 높으면 치사율이 낮고, 치사율이 높으면 전염력이 낮다. 의사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것을 벗어나는 감염체는 먼 나라의 에볼라 바이러스 외에는 본적이 없다. 물론 필자가 무지한 부분도 있을테지만, 보호구 없이 온갖 감염체가 득실거리는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면서도 피부로 느껴본 바가 없다. 3년 전 메르스가 국내에 유입되었다고 떠들썩 할 때도 '별 것 아닌 걸로 저러는구나' 생각했다. 주위 대부분의 의사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의사들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공포에 휩싸였다. 공포가 아니라 불안이라고 해야겠다. 그것은 메르스라는 감염체 때문이 아니라, '무지'와 '불신' 때문이었다.

지난 메르스 사태 당시, 메르스가 국내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메르스라는 감염체에 대한 온갖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정보가 일반인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내용들이었고, 더 큰 문제는 정부, 언론, 의료계 등 믿을 만하게 문제를 처리해야 할 집단에서 나오는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었다. 정부에서 하는 말이 달랐고 언론에서 하는 말이 달랐으며 의료계에서 하는 말이 달랐다. 심지어 정부 부처에 따라서도 하는 말이 달랐다. 이런 정보의 불일치는 메르스를 알 수 없는 것으로 만들었고, 사회를 불신에 빠뜨렸으며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의료계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도 당시, 메르스라는 감염체의 정확한 실체를 알 수 없게 되었다. 이 감염체가 어느 정도의 전염력을 가지고 있는지, 감염되었을 경우 치사율은 어느 정도인지, 어느 정도 조심하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지, 어떤 것도 명확한 게 없었다.

 

인간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예를 들어, 아침에 갑작스럽게 시작된 기침이 멈추지 않으면서 소량의 피가 묻어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적이 없었는데, 왜 이럴까' 생각하기 시작한다. '단순 감기라도 이럴 수 있겠지. 코피가 뒤로 넘어가서 그런가 보다' 라는 생각에서 시작해서 '결핵인가? 암인가?' 온갖 알 수 없는 실체들이 머릿속을 휘저으며 혼란과 불안에 빠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의사를 찾아간다. 의사가 검진 후 "단순한 감기네요.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하면 가끔 주위 모세혈관이 터져서 피가 소량 묻어 나올 수 있습니다." 라고 진단을 내려주면 비로소 알 수 없는 실체가 명확하게 바뀌면서 불안은 사라진다.

고대에는 알 수 없는 자연 현상들이 무수히 많았다. 번개, 천둥 등 이런 것들이 어떻게, 왜 생기는지 알 수 없었고, 알 수 없는 존재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었다. 이런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고대 사람들은 번개를 하늘의 신 제우스가 부리는 마법 같은 힘으로 명명하였고, 명확해진 실체에 대해 사람들은 불안함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신 프로이드 학파의 대표적 인물로 정신-사회 발달이라고 부르는 인격발달의 단계 이론을 주창한 에릭 에릭슨이라는 학자가 있다. 그는 인격이 전 생애를 통하여 발달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이를 여덟 단계로 분류하였다. 에릭슨에 의하면 각 단계마다 극복해야 할 독특한 사회적 갈등과 과제가 있으며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다음 단계로 무난하게 발달, 성숙해가지만 그러지 못했을 경우에는 다음 단계의 과제를 완수하지 못할 뿐더러 지속적으로 위기에 부딪힌다고 하였다.

이 정신-사회 발달 이론에서 가장 기본적인 첫 단계에서 성취해야 할 과제가 '신뢰', 즉 믿음이다. 어머니의 일관되고 애정 어린 돌봄을 통해 아이는 기본적 신뢰감을 갖게 된다. 이런 기본적인 신뢰가 형성되지 못하면 심한 사회적 위축과 퇴행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공허하고 의미 있는 것이 없다는 염세주의에 빠질 수도 있다.

이렇듯 신뢰를 잃은 사회 역시 마찬가지로 구성원들을 불안에 빠뜨려 점점 위축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메르스 증상 및 예방법

메르스의 주요 증상은 발열과 기침 가래, 호흡 곤란을 보이고 구토와 설사 등 증상도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메르스 감염 시 현재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은 있지만 치료제는 없어서 예방이 최선이다. 메르스 감염을 피하기 위해서는 외출 뒤 물과 비누로 손을 씻고 증상이 있다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만약 증상이 나타날 경우 직접 병원에 가시지 말고 질병관리본부 1339에 전화해 조치를 받아야 한다.

 

정정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화문숲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양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고등검찰청 정신건강 자문위원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위원
한국산림치유포럼 이사, 숲 치유 프로그램 연구위원
저서 <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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