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황인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Q) 먼저 제 글(링크)을 꼼꼼하게 읽어주시고 상담해주신 김재옥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너무 맞는 말씀만 해주셔서 갈 곳 잃은 제 마음에 그나마 큰 위안이 됐던 것 같습니다. 하신 말씀 중에 남자 친구가 반복되는 상황에 무기력함을 느꼈고, 저는 열정을 바랐지만 결과적으로 제 행동의 반복으로 인해 버릴 사람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오랜 기간 동안 제 자신과 남자 친구를 괴롭히며 제가 남자 친구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점 늘 알면서도 확인받고 싶었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에 대해.
 

사진_픽사베이


사실 전 어릴 때 제가 태어날 때 셋째가 딸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져야 했고 엄마가 남의 집에 버린 저를 외할머니가 다시 데려와 저희 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사실 몰랐던 사실을 사춘기가 없이 지내던 저에게 친척분들이 말해주기 시작했고, 어릴 때부터 남동생과 차별받으면서 사랑받지 못한 것을 어긋나지 않고 상처를 감싸고 그렇게 견디면서 살았습니다. 어릴 때 저는 제가 신데렐라인 줄 알았거든요. 제 부모가 맞나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할머니에 대한 애착이 컸지만 할머니는 제가 유년기를 보낼 때 돌아가시고 할머니에 대한 감사함과 죄송한 마음으로 잘 크려고 애썼어요.

고등학교 이후로는 거주 말고는 그렇게 크게 부모님의 힘 빌리지 않고 독하게 살았지만 언제나 내면의 애정결핍이 심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만나는 남자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제 모든 것을 내어주고 쉽게 상처받았어요. 지금 제 남자 친구에게도 제가 애정결핍이 있다고 종종 말했고 때론 남자 친구도 많은 노력을 해주었어요. 자신은 연락을 자주 하는 스타일이 아니어도 저를 위해 노력도 많이 해주었어요. 그런데 저는 어린 시절에 대해 크게 화 한 번 가출 한 번 원망 한 번 하지 않았던 게 어쩌면 마음속에 늘 남아 트라우마가 됐던 것 같아요.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자식도 버릴 수 있는데.. 하면서요.

그래서 그런 부분 때문에 제가 이별을 말하고 반복하는 것 같은데 사실 이걸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는 모르겠어서 질문드립니다. 따로 다니는 상담센터에서는 저는 주로 제 안의 분노조절이라든지, 마음에 대해 상담을 받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된 내용이 없어요. 제 안의 이런 부분이 그런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 같은 걸 알면서도 사실 이 부분을 어떻게 상담하고 풀어나가야 할지 몰라 질문드려요. 앞으로 누굴 만나든 제가 이런 모습이면 늘 제 사랑은 지금과 같은 모습일 테니까요.

 

A) 질문자님 안녕하세요. 김재옥 선생님께 상담받은 내용을 참고하여 답변드립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성격이 있습니다. 이 성격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타고난 기질과 그 주변 상황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됩니다.

어린 시절에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람, 대부분 부모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을 주고받게 됩니다. 어린 시절에는 자신의 주변 상황을 변화시킬 힘이 없기 때문에 부모와의 사이에서 유사한 경험이 반복되며, 이 비슷한 경험의 반복 속에서 어떤 생각과 개념들이 자리 잡게 됩니다. 

만약 부모가 질문자님의 부모처럼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 너는 소중한 아이가 아니다’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주게 되면,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당연하게도 ‘아 내 주위 사람들은 언제든지 나를 떠나버릴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과 개념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됩니다.

이렇게 마음속에 자리를 잡은 개념들은 부모를 대할 때뿐만이 아니라 자라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이러한 마음이 밑바탕에 깔린 채로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즉, 처음부터 상대방을 '나를 버릴 사람'으로 가정하고 만난다는 것이죠. 동시에 이런 가정 때문에 당연히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거고요.
 

사진_픽사베이


이런 마음을 해결하는 것은 아주 힘이 듭니다. 이런 마음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겁니다. 질문자님이 어떤 행동을 하건 수용하고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그러면서도 잘못된 행동을 적절히 제재할 수 있는 사람을 말이죠. 그런 좋은 사람을 만나 ‘안정된 관계’를 경험하면 그 ‘좋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질문자님의 불안한 마음은 아주 천천히 치료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실생활에서 이런 관계를 맺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신치료를 추천해 드리기도 합니다. 치료자와의 관계 속에서 이런 안정된 관계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불안한 마음이 회복이 되는 것이죠.

두 번째로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놓치지 않고 모니터링하는 겁니다. 질문자님처럼 불안한 마음 - ‘아 내 주위 사람들은 언제든지 나를 떠나버릴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과 개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상대방의 행동을 오해하거나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에 의해서 조금이라도 서운함을 느낄만한 상황이 되면 ‘어 이 사람이 나랑 헤어지려고 그러는 거야?’라는 생각에 상대를 격렬하게 공격해 버리고 마는 상황의 반복이 많았을 겁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떠했는지, 자신의 감정이 어떠했는지, 자신의 생각이 어떠했는지를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합니다. 이러한 습관이 쌓이다 보면 상대를 격렬하게 공격하는 행동을 저지르기 전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입니다. 관계의 변화는 그 시점부터 시작이 될 것입니다. 상대 반응의 가장 큰 한 축은 자신의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반응은 서로 주고받으면서 형성됩니다. 내가 예민해져서 화를 낸다는 것은, 물론 상대방의 생각, 감정, 행동이 영향을 미치지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상호작용을 했기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에는 집중하지 못한 채 상대방의 마음에만 자동적으로 반응을 해 버리고는 자신의 탓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번째 방법은 이런 부분들을 바꿔가는 것입니다.  

김재옥 선생님처럼 질문자님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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