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정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해는 그냥 관심병 아니야?"

자해 심포지엄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지인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리고 곧이어 자해가 정신병인지를 물어보더니, “어차피 치료가 안 될 것 같은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실, 나도 전공의 때 같은 고민을 했었다. 

병동에서는 자해가 끊이지 않았고, 외래에서는 자살시도를 했다는 얘기를 하루 걸러 들었다. 너무 힘들었다. 어느 날 회식자리에서 자해, 자살은 답이 없는 것 같다며 신세한탄을 하니, 은사님이 말씀하셨다. “자네는 자해, 자살이 개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가?”

이게 무슨 질문인가 싶었다. 자기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신체를 훼손한 일은 당사자가 가해자요, 피해자이지 않은가. 세상에 이 만큼 스스로가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또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당연하게 개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며칠 뒤, 은사님은 함께 심리부검을 하자고 하셨다. 20살 학생이 목을 달아 자살을 했고, 부모님이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학생에 대한 거의 모든 자료가, A4로 수천 장은 되는 자료가 나에게 넘겨졌다. 처음에는 그냥 힘든 일이 넘어왔네,라고 생각했지만, 자료를 검토할수록, 왜 이 일이 나에게 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 학생의 자살과 자해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그 이유를, 그 학생이 만든 것이 아니었다. 즉, 은사님의 질문에, 나는 완전히 틀린 답을 한 것이다. 

물론 자살과 자해는 동일한 현상이 아니다. 모든 자해를 하는 사람이 자살을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해와 자살은 공통점이 있다. 수많은 표현 방법 중에 하필 자해나 자살을 강요하게 만드는 사회적 요인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9월 20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및 대한정신건강재단이 개최한 ‘청소년 자해 확산 방지를 위한 특별 심포지엄’에서는 다행히 자해의 개인적 요인만을 다루지 않았다. 자해라는 행위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요인도 함께 다루며, 학교 선생님과,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 집단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위험에 빠진 개인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심층적인 논의를 했다. 

가정에 문제가 생기면, 그 가정에서 가장 약한 이들이 먼저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사회에 문제가 생기면, 그 사회에서 가장 약한 이들이 먼저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약한 이들의 고통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전문가들의 모습이 지속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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