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송후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52세의 여성 H씨는 직장에서 명예퇴직한 남편과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 하나를 둔 가정주부였습니다. H씨는 2년 전 폐경을 맞았으며 안면홍조증과 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있어 산부인과 의원에서 수개월 가량 호르몬치료를 받았으나 호르몬치료가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나서 치료를 중단했습니다. 이후 증상이 간헐적으로 심해지기도 했지만 H씨는 특별한 치료 없이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지내왔습니다.

4개월 전 아들이 군에 입대하자 H씨는 유난히 허전해하는 편이었습니다. H씨는 평소 아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면서 다소 힘들어하는 편이었으나 아들이 군대에 간 후 홀가분해 하기보다는 자신이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는 것 같은 생각에 답답한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거기에 한 달 전 10여 년간 절친하게 지내온 이웃으로부터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H씨는 많이 놀라고 섭섭해하였으며 잡념이 많아져 가사에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후 H씨는 점차 입맛이 떨어져 식사를 예전처럼 하지 못하게 되어 두 달 사이 체중이 약 3kg 정도 줄었습니다. 또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소파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다가 우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진_픽셀


여성은 45세에서 55세 사이에 난소에서 생성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점차 줄어들게 되는데 이 결과로 생리 현상이 중단됩니다. 이러한 생리 현상의 중단을 폐경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생리 현상과 배란 현상이 반드시 동시에 중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생리 현상이 완전히 사라져 약 1년이 지날 때까지는 폐경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여성들은 보통 생리가 끝나기 4~8년 전부터 불규칙적인 생리 현상과 같은 신체적인 증상을 경험합니다. 이러한 시기인 폐경기, 이른바 갱년기에 이른 여성은 신체적으로는 쉽게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 홍조가 생기기도 하고 잠자는 동안 땀을 흘리기도 합니다. 정신적으로는 화나 짜증을 자주 내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눈물을 흘리며, 수면 장애가 오고, 집중력도 저하되는 다양한 우울 증상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를 폐경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폐경을 유발한 원인인 여성호르몬의 감소 때문에 생기는 증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노화에 대한 걱정이나 자식을 낳을 수 있는 능력의 상실, 변화된 신체의 모습, 여성성을 상실했다는 느낌 등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현상들을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간주하였으나 여성의 평균수명이 증가하여 폐경 이후에 인생의 3분의 1 가량을 지내게 되면서 이 시기의 여성 건강에도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갱년기에 접어들면 골다공증과 고혈압, 관상동맥질환이 증가하게 되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또한 폐경을 맞은 여성 가운데 20~30%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울 증상을 갖고 있으며 갱년기 우울 증상이 심해지면 갱년기우울증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갱년기가 되면 으레 갱년기우울증이 찾아올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갱년기우울증의 빈도는 오히려 중년 때에 비해 다소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

 

폐경 후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불편한 증상을 줄이기 위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혼합하여 경구복용하는 호르몬보충요법이 사용됩니다. 호르몬보충요법을 할 경우 갱년기 증상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골다공증, 복부비만, 치매, 대장암의 위험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자궁내막암과 유방암의 발생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일부에서는 여성호르몬 복용을 망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호르몬 보충으로 인한 이득이 위험보다 더 많기 때문에 폐경 후 안면홍조, 발한, 심계항진 등 신체적인 증상이 심한 사람에게는 호르몬보충요법을 받을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폐경 후 비교적 젊은 나이에 수년 동안 호르몬보충요법을 받는 것은 안전하여 권장할만합니다. 다만 폐경이 한참 지난 60대 이후 늦게서야 호르몬보충요법을 받는 것은 이득이 많지 않은 반면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권장하지 않습니다. 한편 다른 폐경 증상은 없고 기분 증상만 있는 경우에는 호르몬보충요법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으나 여러 가지 득실과 효능을 감안할 때 항우울제치료를 우선적으로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남성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과거에는 갱년기 증상이 여성과 폐경에 초점이 맞춰져서 폐경과 같은 뚜렷한 지표가 없는 남성의 갱년기 증상은 흔히 무시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남성 또한 나이가 들면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갱년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호르몬이 더 서서히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므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30대 초반까지 많이 분비되다가 35세 이후 해마다 1% 이상씩 감소하는데 보통 남성이 직장에서 은퇴하는 시점인 50대와 맞물려 호르몬 저하로 인한 증상을 체감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오전 7시~11시 사이 채혈한 혈액을 통해 측정한 테스토스테론이 3.5ng/ml보다 낮으면 남성 갱년기라고 하고, 3.0ng/ml 이하인 경우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권장합니다.

우리나라 40대 이상 남성 가운데 약 30% 이상이 갱년기 증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남성이 겪는 주된 갱년기 증상은 걱정, 신경질, 우유부단, 피로, 체중 증가, 우울, 불안, 초조, 죄책감, 불면증 등으로 항우울제 복용이 효과적입니다. 성욕감퇴, 발기부전, 무기력, 피로 등과 같은 신체적 증상에는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하는 것도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지 능력과 근력이 개선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만 테스토스테론은 전립선 건강에는 좋지 않으므로 주의 깊게 득실을 따져 처방을 결정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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