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강박증 극복하기, 직면과 반응방지(ERP)

기사승인 2018.09.25  01:47:39

공유
default_news_ad1

[정신의학신문 : 김수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강박증을 치료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강박증을 경험하는 이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매일 원치 않는, 불쾌감을 일으키는 생각이나 장면들이 불쑥 머릿속에서 떠오르고, 이로 인한 불안감이 떠나지 않는다. 이를 강박사고(obsession)라 한다. 어떤 이들은, 문 손잡이를 만지기만 해도 수억 마리의 세균이 자신의 손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생각에 공포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또, 가까운 사람을 해하는 장면이 머리에 떠오르면, 자신이 마치 그 일을 저지르기라도 한 양 심한 죄책감과 불안을 느낀다.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머릿속에서만 떠오른 것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것이다. 

강박사고가 만들어내는 불안은,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강박행동(compulsion)을 만들어낸다. 문 손잡이를 만진 직후에는 수십 번 비누칠을 하는 보상 행동을 해야만 불안이 겨우 사그라드는 식이다. 가까운 이를 해하는 생각을 떠올린 이는 불안을 풀 수 있는 특정한 행동, 이를테면 기도를 하거나, 가까운 이에게 전화해 안전을 확인하는 등의 행동을 한다. 문제는,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꽤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며, 머릿속에서 잠깐 떠오른 생각에 전전긍긍하다 결국 일상생활이나 대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 정신과 의사 협회(APA,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에서는 여러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 방법과 그 성과에 대한 연구 데이터를 집대성하여, 정기적으로 치료지침을 발간해오고 있다. 최근 발간된 치료 지침에 따르면 강박증에 대해 효과적인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강박증상과 동반하는 기분 변화, 불안 등에 대한 약물치료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직면과 반응 방지(ERP, exposure and response prevention)를 포함하는 인지행동치료이다. 이 두 가지를 단독 혹은 병합하는 것이 근거에 기반을 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대개 정신과적 질환은 약물치료가 가장 주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강박증의 경우 약물 치료의 성과 못지않게 비약물적 치료 또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사진_픽셀


♦ 직면과 반응방지(Exposure and Response Prevention,ERP)?

<직면과 반응 방지>는 강박증의 비약물적 치료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말 그대로, 강박 사고 및 이로 인한 불안이 나타났을 때를 인식하되, 강박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견디는 시간을 차츰 늘리는 것이다.

대개 강박사고로 인한 불안에 대해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불안이 점차 심해져 결국에는 큰 문제가 벌어질 것이라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많은 연구를 통해 그릇된 생각임이 밝혀졌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강박사고를 인식하되 이에 반응하지 않고 다른 일에 집중한다면 강박사고로 인한 불안은 점차 사그라진다는 것이다.

직면과 반응 방지는 여기에 착안한 치료적 기법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불안을 견디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강박증상(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분리하고, 자신의 증상에 대해 잘 숙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강박사고와 불안이 나타났음이 인식되면, 기존처럼 강박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저, 자신이 지금 해야 할 것, 그리고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한다. 처음에는 강박행동을 통한 보상(불안의 일시적 감소)을 얻지 않는 것이 괴로울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5분, 그다음은 10분, 15분 순으로 견디는 시간을 점차 늘려간다. 정기적인 연습을 위한 기록 또한 필요하다. 시간이 점차 늘어날수록 불안을 견디는 것이 익숙해지며, 나중에는 강박행동을 통한 보상의 필요성도 줄어들게 된다.

 

사진_픽사베이


♦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이는 불안이라는 감정에 대한 치료적 접근들과 궤를 같이 한다. 자신이 불안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라면, 불안이라는 감정을 완전히 소거시켜버리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하지만 감정을 없애는 것은 영화에서나 존재할 뿐이다. 불안은 뇌와 신체 전체를 아우르는 반응이며, 우리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일종의 싸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감정을 없애려는 노력은, 감정을 억압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불안을 눌러놓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일시에 터져 나올 수 있는 위험성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핵심은, 불안을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다. 불안이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견뎌내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불안이 사그라지는 것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바로 직면과 반응 방지의 핵심이다. 머릿속의 생각이 만들어내는 끔찍한 불안감이, 거기 반응하지 않으며 서서히 사그라지는 경험을 통해 조금씩 그 강도가 줄어들게 된다. 또한, 감정은 흘러가는 구름처럼 언젠가는 우리를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다. 

물론, 직면과 반응 방지를 비롯한 비약물적 치료의 과정을 혼자 해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강박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정확하고 자세한 평가에 기반하여 치료를 계획하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

 

김수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