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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심해지면 몸이 아프다? '범불안장애'에 관해

기사승인 2018.09.26  06: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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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김수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걱정' 때문에 몸이 아플 수 있다?

다른 이들보다 과도한 염려로 고통받는 이들이 주변에 있는가? 그들은 남들이 하지 않을 고민을 끌어안고 전전긍긍하고,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을 놓고 씨름한다. 어떤 이는 걱정거리가 온종일 머리 안에서 떠나지 않으며, 심지어 걱정거리들로 매사 예민하고 날카로워지거나, 심지어 불면의 밤을 보내기도 한다. 아마도 늘 자식들 걱정으로 잠을 설치곤 하시는 우리네 할머니의 모습이 아닐까. 

물론 모든 걱정이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으며, 걱정과 염려에는 긍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여러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을 마주한다.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한 선제적인 고민과 대비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에어백(airbag)'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고민거리가 없는 이들이 있을까? 

하지만 삶의 모든 요소가 그러하듯, 지나치면 병이 될 수 있다. 걱정거리도 마찬가지다. 과몰입한 걱정은 사고 패턴을 왜곡시킨다. 또, 과도한 걱정과 염려는 사람에 따라 의식 기저에서 생존의 위기에 가까운 스트레스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체내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자극하고, 자율신경계를 활성화한다. 자율신경계는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하여 교감신경계를 움직이고, 결국 신체 전반의 과한 긴장, 숨이 찬 느낌, 손발이 저린 느낌 등의 각종 신체 증상을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과도한 걱정과 염려로 인한 생각의 왜곡, 동반되는 근 긴장과 통증, 불면과 불안 등의 신체적-심리적 증상들이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범불안장애 generalized anxiety disorder>다. 몸이 아플 때 정신건강의학과를 떠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내과, 정형외과, 통증의학과 등을 전전하다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겨우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치료를 받곤 한다. 그러나, 심한 불안과 염려, 그리고 신체의 긴장과 통증이 동반된다면 한 번쯤은 범불안장애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제외한 일차 진료 기관에서의 일 년 유병률이 5% 이상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꽤 많은 이들이 경험하는 질환이지만, 이중 증상에 대해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는 1/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심한 경우, 수년이 지나서 증상이 만성화되고 난 후에야 치료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잘못된 진단으로 범불안장애가 만성화되는 경우, 왜곡된 인지가 쉽게 바뀌지 않아 치료가 장기화된다. 또한, 우울증과 여러 불안 장애들이 함께 발생하게 되어 고통은 가중된다.
 

사진_픽사베이


♦ <범불안장애>의 임상 양상

<범불안장애>에서는 오랜 기간 (6개월 이상) 나타나는 과도한 불안과 염려가 주된 증상이다. 이로 인한 체내의 스트레스 체계의 활성화로 근 긴장, 불면, 초조감, 전신의 통증 등을 동반한다. 지나친 염려는 대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것들이지만, 왜곡된 사고 패턴이 생기고 심한 신체적 긴장이 동반될 경우 이로 인해 사회 직업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럽다. 

스트레스 상황에 대비한 신체적 변화에는 비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과도한 교감신경 활성화에서는 체내에 저장되어 있던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로 인한 잦은 피로감이 나타나며, 소화불량 및 소변이 자주 마려운 느낌 등도 나타난다.  

걱정에 대한 과몰입으로 사고 패턴도 점차 바뀌어간다. 매사 과도한 염려를 하면서도, 막상 문제에 직면하면 꾸물거리거나 회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범불안장애>를 가진 이들은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하며, 매사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아 치료를 회피하여 결국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 <범불안장애>는 어떻게 치료할까?

1. 약물치료 

범불안장애에서 나타나는 병적 걱정 및 이로 인한 신체적 증상들에 대해, 약물치료를 통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범불안장애에서의 과한 심리적-신체적 불안 및 염려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혹은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와 같은 항우울제가 효과적이다. 또한, 벤조디아제핀과 같은 항불안제 또한 일시적인 불안을 낮추어줄 수 있어, 치료 초기에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Pregabalin과 같은 상대적으로 부작용이나 남용의 위험이 적은 약물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2. 비약물적 치료 

범불안장애를 앓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왜곡된 수준의 병적 걱정이 나타나고, 이는 다시 사고 과정 자체의 왜곡을 불러오기도 한다. 특히, 범불안장애 환자들은 부정적인 면에 선택적 주의를 기울이고, 염려에 대처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소평가, 위험에 대한 과대평가 등 인지왜곡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왜곡된 사고와 회피적인 행동 패턴에 대해 범불안장애에 대한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체적 불안과 과도한 긴장에 대해서는 이완훈련(relaxation technique) 중 근육 이완법이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을 이용한 신체 이완에 대한 학습 또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김수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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