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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하는 아이를 돌보는 가족을 위한 지침

기사승인 2018.10.05  01: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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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 감정표현이 너무 과도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자신의 자녀가 자해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대개의 가족은 크게 놀라고 충격을 받게 됩니다. 때로는 화를 내며 이런 걸 왜 했냐고 따지기도 합니다. 아이 앞에서 펑펑 울게 되기도 합니다. 어쩔 줄 몰라 당황하며 자녀와 얘기하는 것을 피하기도 합니다. 소중한 자녀가 자해를 했을 때, 냉정을 지키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자녀를 너무 강압적으로 훈육해왔다면 그 모든 것이 엄청난 후회로 몰려오며 심하게 자책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가족들의 감정반응은 당연한 것이지만, 너무 과도할 경우 오히려 문제가 지속되고 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것은 자녀의 문제를 방치하는 셈이 됩니다. 따라서, 부모 입장에서 다양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고 일부는 드러나겠지만, 표현의 강도가 너무 과도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2. 감정표현을 너무 억압하고 참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자녀가 자해하는 이유가 스트레스를 많이 주어서라고 판단하고, 스트레스를 덜 주기 위해 평소 같았으면 화냈을 상황에서도 괜찮은 척하면서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부모가 계속 참다 보면 어느 순간 부모도 폭발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또 심한 죄책감을 느끼며 다시 감정을 억누르며 견디는 시기로 돌아가곤 합니다. 이처럼 참다가 폭발하는 방식의 대처는 자해를 하는 자녀와 부모에게서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패턴으로, 일종의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자녀의 자해와 심한 감정 기복을 도우러 다가간 부모조차 심한 감정 기복을 겪게 되곤 합니다.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너무 참지도 않고 너무 과도하게 감정표현하지도 않는, 보다 감정의 폭을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3. 자녀의 요구를 갑자기 다 들어주는 식으로 반응하지 않도록 합니다. 

자녀가 자해한다는 것을 알게 된 직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라 판단하고 갑자기 자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부모의 태도 변화로 인해 오히려 자해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자해를 한다고 해서 자녀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지는 않도록 주의합니다. 

 

4. 자해에 대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관심을 얻으려고 자해를 한다는 생각에, 자해에 대해 '그런 거 해봐야 죽지 않아', '넌 용기가 없어서 못 할 거야' 등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약간 도발적인 측면이 있어서 우발적인 문제가 생길 위험성도 있으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5. 자녀를 대하는 태도가 갑작스레 변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자해라는 행동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하나?', '부모를 가지고 놀려고 하나?' 하는 생각에 그동안 지속되어온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차단하고 갑자기 과도하게 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문제행동이 오히려 커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부모의 태도는 천천히 변화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진_픽셀


6. 진지하게 자녀의 어려움을 들어줍니다.

자해는 자녀가 정신적으로 매우 괴로워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부모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은 후 '어쩌다 이렇게 하게 된 것인지 너의 얘기를 듣고 싶다'는 식으로, 진지하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궁금하다'라고 물어볼 수 있지만, 너무 심문하는 느낌이 되지는 않도록 주의합니다. 

 

7.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사과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혹시 꽤 오래전부터 자해를 했는데도 부모가 알아채지 못한 시간이 길었다면, 그리고 마음속에서 미안한 마음이 드신다면, '그렇게나 오랫동안 이런 어려움이 있었는데 몰라줘서 미안하구나'라고 가벼운 사과를 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8.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정신건강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합니다. 

자해는 부모님이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정신건강전문가의 평가와 조언을 들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는 간단해 보여도 불안성향, 사회성, 성격, 환경 등 다양한 문제가 동반된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적인 평가 후에 본인 상담, 부모 상담, 가족치료뿐 아니라 약물치료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으며, 전문가에게 방문하기 전에 평소에 잘 관심을 두지 못했던 자녀의 친구 관계나 학교생활 등 주변 상황을 잘 물어보고 오시면 보다 적절한 조언을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9. 마음은 급하지만, 천천히 꾸준히 노력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떠올립니다.

자해문제는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매우 걱정되는 문제이고 빨리 나아지기를 기대하지만, 100미터 달리기처럼 빨리 달리고 끝나는 경기가 아니고 마라톤처럼 지속적인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부모님도 자해를 하고 안 하고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마시고 꾸준히 노력해 주신다면, 천천히 자녀의 감정 기복이 줄어들고 자해가 줄어들면서 평범하고 건강한 자녀로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입니다.   

 

10. 치료의 목적은 자녀와 부모 모두가 덜 고통스럽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자해를 하는 자녀를 살리기 위해 부모가 다 희생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치료의 목표는 자녀와 부모 모두 정신적으로 건강한 가정이 되도록 노력하려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부모의 감정 기복이 심한데 자녀에게만 감정 기복이 심하다고 지적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때로는 부모 자신이 치료받고 건강해지면서, 자녀도 비로소 건강해지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정찬승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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