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기와 감정 사이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안도 모모호쿠 회장은 사람들이 배가 부를 때 비로소 평화가 찾아온다는 말을 했다. 우리가 푸짐한 한 끼 식사를 한 후 정말 서로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경험적으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래서 친구들은 밥을 같이 먹으면서 정을 쌓고 연인들은 같이 디저트를 먹으면서 사랑을 키워나가는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우리가 배가 고플 때는 신경이 예민해지고 자신이 까칠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면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하나 생긴다: 과연 허기와 감정 사이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상관관계가 있을까?

 

♦ 사랑은 밥차를 싣고?

2015년에 일리(Ely)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허기짐이 로맨틱한 애정표현에 대한 반응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해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젊은 여성 실험 참가자들 20명을 모집하여 8시간 동안 굶긴 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에 들어가 남녀가 애정표현을 하는 사진을 여러 장 보도록 하였다. 그러고 나서 그들에게 간식을 준 다음 다시 똑같은 장치 속에서 같은 작업을 수행하도록 했다. fMRI는 뇌의 혈류를 측정해 특정한 작업을 수행하거나 자극이 주어졌을 때 피실험자의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실험이 끝난 후 여성 참가자들의 뇌 영상을 분석한 결과 감정적인 기억, 집중력, 얼굴인식을 관장하는 부위는 굶었을 때보다 음식을 먹은 후에 보다 활성화되었다. 뇌의 미상핵(caudate) 부위 또한 활성화되었는데 이는 우리가 사랑을 경험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로도 알려져 있다. 결국 실험 참가자들은 허기가 충족이 되었을 때 로맨틱한 애정표현에 대한 반응성이 배고플 때보다 월등히 높았던 것이다. 이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들이 만나서 주로 하는 활동이 먹는 것이라는 경험적인 측면과도 일치한다.
 

사진_게티이미지


♦ 배고픈 건 싫어! 

2017년 캐나다 궬프 대학의 호트만(Hortman)과 그의 연구자들은 우리가 허기짐을 느끼는 때인 몸속 혈당이 급격하게 줄어들 때 우리의 감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호트만은 대사적인 요인인 저혈당증이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보통 사람들이 부정적인 감정의 요인으로 심리학적인 요인만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실험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실험용 쥐들은 한 상황에서 저혈당증을 유발하는 약물을 투여받고 상자에 놓여졌고 다른 상황에서는 아무 약물도 투여받지 않고 다른 상자에 놓여졌다. 그다음 쥐들이 두 상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때 쥐들은 약물을 투여받고 놓여진 상자를 피하는 행동을 보였다. 덧붙여 약물을 투여받은 쥐들은 행동이 현저히 둔해졌는데, 이는 쥐들이 저혈당증으로 인해 우울증 및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쥐들의 피를 분석한 결과 저혈당증을 겪었던 쥐들의 스트레스 지표인 코티코스테론 수치가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호트만의 연구는 1995년 골드(Gold)와 그의 동료들이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데 급격하게 혈당이 감소한 실험 참가자들은 증가된 피로와 무기력감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를 만든다

배가 고픈 상태가 부정적인 감정상태를 야기시킨다면 식사를 거르는 행위와 같은 단순한 일도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가 제대로 영양섭취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감정상태 또한 악화될 것이며 이는 지속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나아가 현대인의 식습관은 정신건강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의가 있다. 잘못된 식습관이 감정과 기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면 비만, 당뇨, 거식증 등과 우울증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연결고리가 되어 줄 수도 있다. 또한 불안 장애나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다.  

 

 

참고

University of Guelph. "Link between hunger and mood explained: The sudden drop in glucose we experience when we are hungry can impact our mood." ScienceDaily. ScienceDaily, 25 September 2018. 

Ely, Alice & Rose Childress, Anna & Jagannathan, Kanchana & Lowe, Michael. (2015). The way to her heart? Response to romantic cues is dependent on hunger state and dieting history: An fMRI pilot study. Appetite. 95. 10.1016/j.appet.2015.06.022.

Horman, Thomas, et al. "An exploration of the aversive properties of 2-deoxy-D-glucose in rats." Psychopharmacology(2018): 1-9.

Gold, A. E., MacLeod, K. M., Frier, B. M., & Deary, I. J. (1995). Changes in mood during acute hypoglycemia in healthy participant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8(3), 498-504.

http://dx.doi.org/10.1037/0022-3514.68.3.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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