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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외로워서 폭식하고, 또 억지로 구토를 해요

기사승인 2018.10.01  05: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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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정신과의사협동조합 김준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선생님. 고민 끝에 질문을 드려요. 전 과체중, 아니 흔히 말하는 비만입니다. 안 그래도 뚱뚱한데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감에 밥을 먹고 나면 자꾸 구토를 하게 돼요. 처음엔 살이 빠지긴 하더라고요. 먹어도 토하고 나면 살이 안 찌고 살 빼는 게 쉬워 보였어요. 체중이 처음에는 70kg 중반 정도였는데 60kg 중후반에 들어선 후로는 그래도 먹고 토하는 버릇을 좀 고쳤어요. 하루에 두 번 세 번씩 했으면 아예 안 하기도 하고, 가끔 술 먹으러 가면 술이 몸에 잘 안 받고 안주를 너무 많이 먹기도 했으니까 그럴 때만 하고요.

그런데 저번 달부터 왠지 모르게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느껴지고, 세상에 친구도 없는 것 같고 혼자인 것 같아서 억지로라도 약속을 잡아서 꼭 누굴 만나고 같이 있었어요. 이럴 때는 배고픈 거라든지 크게 못 느끼고 일단 누가 옆에 있으니까 구토도 안 했는데, 누군가 만나지 못하면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다고 느끼고 뭘 먹고 싶고, 돼지처럼 자꾸 뭘 찾아서 먹어요. 먹은 후에는 다 토해내고 또 먹고요. 먹을 때는 살찔까 불안하면서도 ‘다 토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면 또 괜찮아져요. 그리고 토한 후에는 목이 아파오면서 불안해지고, 그러면서 또 먹어요. 이렇게 무한 반복 중이에요. 

친구들은 제 마음이 공허해서 그렇다는데, 우울증인지도 모른다고도 하고요. 학교에서 심리 상담했을 때는 불안지수도 낮고 행복지수도 높고, 지극히 정상적이게 나왔고 주변 사람들도 그럴 줄 알았다고 했는데, 왜 그럴까요. ‘나 요즘 외로워 친구가 없는 거 같아’라고 하면 ‘너 친구 엄청 많으면서 왜 그래’, ‘맨날 놀러 가면서 왜 그래’ 이런 식이에요. 남들이 보기엔 전혀 안 그런가 봐요.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전 외로울 이유가 없는데 그냥 텅 빈 느낌이에요. 누굴 못 만나면 불안하고, 그러면 배가 고파요 계속….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진_픽셀

 

답변) 

인간이 하는 '먹는' 행위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영양소 공급이 최우선의 목표겠지만, 식사 후의 포만감은 우리의 마음을 이완시키고 편안하게 만들죠.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식사 전의 배고픔 혹은 식사 후의 포만감과 관련된 호르몬들의 작용으로 우리의 정서 및 행동은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어떤 이들은, 배고픔을 단순히 배고픔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외로움, 슬픔, 좌절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정적인 정서는 부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질문자님께서 정서적 공허함을 먹는 행위로써 풀려고 하는 것처럼요. 이런 사람들에게는 식사가 단순한 식사, 그 이상의 의미일 겁니다. 

질문자님의 말씀에도 그러한 점이 엿보입니다. 외롭고 공허한 정서가 현재의 식사 패턴과 분리된 것은 아닌 것 같네요. 더욱이 염려되는 점은 외로움이라는 부정적인 정서가 폭식으로 이어지고, 다시 폭식 이후에 체중에 대한 염려로 제거 행동(억지로 토를 하는)으로 이어지고, 그러고 나면 다시 정서적인 외로움과 고통을 느끼는 악순환이에요. 악순환의 고리를 빙빙 돌면서 공허함, 외로움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만큼 현재의 섭식(음식 섭취) 패턴은 큰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먹고 토하는 행동 자체도 문제입니다. 잦은 제거 행동으로 살이 좀 빠질지는 모르지만, 구토가 반복되며 식도나 치아의 만성적인 손상, 체내 호르몬의 불균형 등이 뒤따릅니다. 또, 긴 기간에 걸쳐 먹고 토하는 행동이 반복되면 신체에 손상이 갈 뿐 아니라 식사에 대한 정상적 반응이 불가능해집니다. 음식을 음식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죠. 삶의 즐거움 중 하나인 식사 행위가, 신경을 곤두서게 만드는 불편한 그 무엇이 되어버림은 그 자체로 크나큰 불행입니다. 특히 섭식 패턴 자체보다 그 내부에 있는 우울한 정서가 더 염려되는 부분입니다. 표면으로 드러나는 먹고 토하는 행동의 뿌리는 더 깊은 곳에 있을 것 같아요.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행동의 근원을 잘 헤아려 보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올려주신 글만으로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지만, 우울증과 식이장애(신경성 대식증과 같은)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는 꼭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확한 평가를 통해 진단을 받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질문자님께서도 자신의 행동이 왜 이렇게 나타나는지, 대체 내가 왜 이러는지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큰 것으로 보여요. 아무리 얕은 물이라도 땅이 발에 닿지 않으면 공포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바닥의 깊이를 헤아려보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겁니다. 현재의 자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증상의 수준을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알게 된다면, 그에 걸맞은 치료 방향이 세워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발견하게 되는 셈이죠. 염려만 하시기보다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해답을 얻으실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도 말씀드리겠습니다. 'Mens sana in corpore sano(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스포츠 정신을 대표하는 슬로건처럼, 건강한 식습관에야말로 건강한 정신이 깃들 수 있지요.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인 식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셔야 합니다. 조울증을 비롯한 여러 기분장애 질환에서 치료적 접근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적절하고도 규칙적인 활동의 여부입니다. 특히, 조울증에서는 생활 리듬을 관리하고, 활동을 계획하는 Social rhythm therapy가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관심받고 있을 정도니까요. 이처럼, 매 끼니 적절한 양의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행위가 질문자님의 정서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겁니다. 하루 세 끼 식사를 하기 시작하면, 하루의 삶에 짜임새가 생겨납니다. 삶의 규칙성이 증가하면서 생체 내 리듬도 일정하게 유지되기 시작합니다. 규칙적인 생활은 정서, 수면 등 삶의 전반에 활력을 가져다줄 수 있지요. 

부디 질문자님의 고민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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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kpdco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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