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결혼이 늦어 중년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갓 5살이 된 아들을 둔 어머니

"선생님, 산후우울증이 의심돼서 왔어요.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아이를 때리게 되네요.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 방문했어요. 집안일, 육아, 제겐 너무 버겁네요. 남편은 이런 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이 한 명 키우는 것이 뭐가 힘드냐는 식이죠."

 

♦ 아이는 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힘들어하니 아이도 불안할 것입니다. 그래서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아이들을 보면 유난히 별난 아이들이 많습니다.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를 않습니다. 어머니에게 계속 칭얼거리고 매달립니다. 유치원에 오래 있는 것을 싫어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을 치우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갑니다. 오늘 하루 돌아보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진_픽셀


♦ 지금 바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엄마’도 사람입니다. 음식 솜씨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면서도 아이를 돌보는 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어머니가 많습니다. 옆집 엄마보다 내가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젊은 옆집 엄마보다 힘든 것이 당연합니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 이게 시작입니다.

 

♦ 그리고 집안일을 줄이세요.

"선생님, 저희 아이가 유달리 별난 것 같아요. 제가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어요."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는 나만 바라보고 나를 너무 사랑합니다. 내가 힘들면 아이의 마음도 힘듭니다. 그리고 이내 불안해집니다. 어머니의 관심을 끌고 싶어 더욱 엉뚱하게 행동하는 것이죠. 전 이런 말을 하는 어머니들을 보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이는 수많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고 어머니는 뒤에서 땀을 흘리며 치우고 있습니다. 한숨을 쉬며 말이죠.

"어머님, 혹시 집은 깨끗한가요?"

제가 이렇게 물으면 환자들은 당황합니다. 보통 공격을 받는다고 생각하죠. 내가 우울증이지만 집안일은 잘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 합니다.

"매일 청소를 하죠. 아이가 정말 많이 어질러서 계속 청소를 해야 돼요. 저도 남편도 깔끔한 편이라..."

"어머님, 그렇게 하지 마세요. 좀 집이 어질러져 있으면 어때요? 남편이 오는데 설거지 안 되어 있어도 됩니다. 저녁에 산책 겸 나가서 외식을 해도 좋고요. 집안일을 줄이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세요. 아이가 쉬면 어머님도 쉬시고요. 혹시 남편이 뭐라고 하거든 제게 데리고 오세요. 제가 설득시켜 드릴게요."

기질적으로 어린 시절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머니가 좀 더 많이 아이들과 놀아줄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젊어 체력이 좋다면 집안일도 빨리하면서 아이와 놀아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습니다. 둘 중 하나에 집중을 해야 하죠. 당연히 집안을 깨끗하게 치우는 것을 놓아두시면 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집은 놀이터입니다. 어질러져 있어야 정상이죠. 적당히 치우시면 됩니다.

인테리어를 중요시하다 보니 스스로 자신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아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깨끗한 집들도 한몫을 했고요. 방송은 방송일 뿐입니다. 집안일을 줄이고 어머니의 행복에 시간을 더 쏟으세요. 집안일을 줄이고 아이와 좀 더 시간을 가지세요. 아이는 어머니의 거울입니다. 어머니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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