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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관한 5가지 오해와 편견

기사승인 2018.10.03  07: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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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신진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자살, 그 어두운 그림자

짧은 퀴즈를 한 번 풀어보자. 질문은 세 가지여도 답은 한 가지다. 

- 10대 청소년에서의 사망 원인 1위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자살이다. 
-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질병이 잘 발생하지 않는 20-30대 또한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 40대의 사망 원인 1위는? 이 또한, 암이나 사고, 질병이 아닌 자살이다. 

2014년에서 2016년 사이의 보험 가입자의 사망 원인을 분석한 결과, 100명 중 4명가량은 자해 혹은 자살로 사망했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이는 하루 평균 36명, 즉 40분마다 1명이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끔찍한 통계에서 보듯, 자살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2003년 이후 13년 연속 자살률이 OECD 1위를 기록했다는 부끄러운 기록도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적 발전에 역행하는 행복지수, 번영 뒤에 숨겨진 낮은 삶의 질,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사회적 박탈감 등과 함께 나타난다. 

자살과 관련된 사회적 손실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한 해 동안 6조가 넘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자살은 불운하고 끔찍한 현상이다. 사회가 삶의 질을 따지기 시작하면서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가시적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사회의 펀더멘털이 한순간에 바뀌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진_픽셀


♦ 자살을 부끄러워만 했던 과거

과거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숨기고만 싶은 이야기였다. 가족 중 자살자가 있으면, 사망 원인을 숨기고 둘러대는 데 급급했다. 또, 자살 원인에 대해 억측이 난무하고, 자살자 가족은 심지어 손가락질을 당하기도 했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자살'이라는 단어가 남겨진 이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모두 남겨진 자들에게는 깊은 상처였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스스로 삶을 끝내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이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내면을 드러내고 도움을 청하기는커녕 감정을 꾹꾹 눌러야만 했을 것이고, 이는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지게 된다. 다행히 자살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와 관련된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우울증을 '반드시 치료받아야 할 질환'으로 여기게 된 시점이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여전히 자살 사고, 자살 행동을 가진 이들에 대한 편견이 찌꺼기처럼 존재한다. 인식의 큰 흐름이 바뀌려면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살에 대한 편견들은 무엇이 있을까?  

 

♦ 우리가 자살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들

1. 자살은 약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자살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2011년 발표된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평생 자살사고 유병률은 15.6%, 자살 계획은 3.3%, 자살 시도는 3.2%로 밝혀졌다. 즉, 평생 살아가면서 인구의 15%가량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심각하게 가져본다는 말이다. 또, 자살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우울증의 경우, 같은 연구에서 7.5%로 중독 질환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평생 유병률을 가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이처럼 우울증과 자살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자살 사고가 실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잠재적인 불씨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결코 적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또, 약함과 강함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심리적 취약성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과학계에서 밝혀지고는 있지만, 유전형과 표현형은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 유전적 취약성과 달리 건강하고 밝게 성장하는 이들도 많다. 또, 이들을 '약하다'고 표현하기엔 분명 무리가 있다. '약한 이들이 자살한다'는 생각은 근거 없는 편견이며,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취약한 이들을 더욱 좌절케 하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 


2. 자살을 암시하는 말과 행동,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이다?

이 또한 자칫하면 끔찍한 결과를 부를 수 있는 편견이다. 자살 행동의 목적은 '삶의 고통을 끝내기 위함'이다. 자살을 암시하는 말과 행동이 반복된다고 할지라도, 또 그 모습이 일견 가벼워 보일지라도, 이를 단순히 '관심종자' 혹은 '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내면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으며,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으로 그 진심을 읽으려는 행위는 마치 마술사가 '독심술'을 행하는 것처럼 비현실적이다. 실제 자살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반복적인 자살 암시는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로 여겨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숨겨진 진심을 헤아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_픽셀


3. 자살에 대한 이야기는 자살을 부추긴다?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자살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자살 행동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편견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자살 사고를 가진 환자와 면담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원칙 중 하나는 자살 사고, 계획, 충동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머릿속에 담긴 자살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행위 자체가 자살에 대한 압력을 낮추고, 현실감을 찾을 수 있게 하며, 올바른 변화로 이끄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자살의 가능성이 있는 이들에게 관련된 주제를 탐색하는 것이 불편하겠지만, 이를 숨기는 것 또한 결코 배려는 아니다.


4. 습관적 자해는 자살로 이어진다?

모든 자해가 자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해 행동이 더 심해져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으나, 습관적 자해 행동 자체만을 놓고 보면 감정의 고통과 그 순간의 긴장을 일시에 해소할 수 있는 '행위 중독'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 자해 행위는 각자에게 다른 심리적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어떤 이의 자해는 자신의 통제감을 위한 유일한 수단일 수 있다. 물론, 습관적 자해는 심리적 취약성 혹은 각종 정신병리와 관련되어 있을 수 있어, 전문적인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5. 주변 환경이 좋아지면 자살 생각이 사라질 것이다?

자살은 늪과 같다. 환경의 변화가 갑작스러운 자살을 부르기보다, 은연중에 생겨난 자살 사고가 점차 커지며 구체적인 계획, 실행으로 서서히 이어지는 경우가 더욱 많다. 건강했던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이 늪에 발을 담그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천천히 전신이 빠져 들어간다.

고통스러웠던 주변 환경이 자살 사고의 촉발 원인일 수 있지만, 그 환경이 좋아진다고 해서 늪에서 금세 빠져나올 수 없다. 우울증, 자살 사고와 관련된 뇌의 미세한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며, 다시 원래 상태로 회복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살 충동을 극복하는 데는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보다, 현재의 마음 상태에 적절한 전문적 평가와 치료가 꼭 필요하다.

 

 

* 참고자료

1. 10~40대 생명보험 가입자 사망원인 1위 ‘자살’, 이데일리 2018.3.15(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603940)
2. 7 Myths about suicide, Scientific american,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7-myths-about-suicide1/)

 

신진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info.psynews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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