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대 후반 남성 A는 난폭하고 충동적인 언행으로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현재 무직으로 직장에 출근할 때마다 사소한 일로 상사, 동료와 다툼을 일으켜서 일을 지속하지 못했다. 욱하는 일이 잦아 사소한 일로 주먹을 휘두르기도 하여 폭력 전과도 여러 개 있다. 잦은 음주와 음주 후에 음주 운동, 난동 등의 문제행동이 반복된다. 눈 앞에 이익을 위하여 금방 들통나는 거짓말을 하고 가족들에게 온갖 거짓말로 돈을 뜯어내서 가족들과의 교류도 끊어진 상황이다.

과거 학창 시절부터 충동적인 면이 있고 폭력, 절도 등의 문제가 있었다. 군 복무 시기에도 규칙을 어기는 일이 잦아 복무기간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였다. 과거력 상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에 폭력적인 면이 있었고 주로 조부모에 의해 양육되었다고 한다.]
 

사진_픽셀


반사회적 성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요새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묻지마 범죄’와 관련된 질병으로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 등과의 연관이 있습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주된 특징입니다. 그러다 보니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원활한 직업활동, 대인관계에 제약을 초래하고 참을성이 필요한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 원인 & 역학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발생 원인으로는 생물학적인 충동조절의 어려움(biological factor)과 사회심리적인 영향(psychosocial factor)이 같이 작용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전체 인구의 남자의 3-6%, 여자의 1%가량이 이에 해당하는데 교도소 수용자의 경우에는 75%가 반사회성 성격장애라는 보고가 있기도 합니다.

생물학적인 측면으로, 정상적으로 대뇌의 전두엽은 충동조절, 판단, 억제 등과 관련된 기능을 하게 됩니다. 반사회적 성격장애 환자의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untional MRI)을 보면 전두엽의 기능이 일반인에 비하여 저하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충동조절, 논리적인 판단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또한 뇌의 다른 부위인 편도체(amygdala), 선조체(striatum)의 기능장애 역시 보고되는데 이는 반사회적 인격장애 환자의 공감능력 저하와 연관됩니다.

사회심리적인 요인으로, 아동기 트라우마나 애착형성의 부재가 반사회적인 성격과 연관됩니다. 어린 시절 지속되는 학대 경험은 아이를 만성적인 불안상태에 있게 합니다. 성장환경 상 적절한 애착의 부재는 공감능력, 죄책감, 양심 등의 발달을 저하시킵니다. 

 

♦ 진단 & 특징

정신의학교과서인 DSM5 에서는 다음의 진단기준을 제시합니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는 행동 방식이 삶의 전반에 드러나며, 다음의 3가지 이상에 해당할 경우 진단할 수 있다.

- 범법행위를 반복, 사회규범을 제대로 지키지 못함.
-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하며, 다른 사람을 속이려는 사기성을 보임.
- 충동적이고 미리 계획을 세우지 못함.
- 싸움, 폭력 등의 불안정성과 공격성을 자주 보임.
-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을 무시하고 무모한 행동을 함.
- 일정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못함.
-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하여 아무렇지 않게 느끼고 반성하지 않음.

성격장애를 진단할 때 항상 중요한 점은 성격적인 경향과는 감별해야 하는 것입니다.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간헐적으로 공격성을 보인다고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진단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증상으로 인하여 반복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자기 자신과 주변에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이 클 경우에 한하여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고려해야 합니다. 18세 이상의 나이에서 진단을 하고 그 이전의 나이에서는 성격장애로 진단을 하지 않습니다. 

범죄자 중 다수가 반사회적 인격장애에 해당합니다. 억제를 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공감능력이 저하되어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기에 반성을 하지 않고 범죄가 반복됩니다. 

 

♦ 치료

일반적인 성격장애는 장기적으로는 정신치료가 효과적이지만 반사회성 인격장애에서의 정신치료는 한계가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약물치료가 효과적입니다.

약물치료를 통하여 충동성과 폭력성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의 생각과는 달리 충동성, 억제능력의 부족으로 발생하는 성도착, 도박문제, 강박행동 등은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 역시 증상 조절에 약물치료가 효과적이고 특히 우울증, 불안증, 중독 문제, 자해 등이 동반될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더욱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자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잦고 일부 중독성이 있는 약물의 경우 오남용 가능성이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정신치료를 통하여 양심, 죄책감, 공감의 감정을 일으키는 것은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치료자나 가족들이 환자에게 끌려가는 일이 있기도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또는 가족들로서는 장래의 이익과 물질적인 가치에 대하여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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