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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업소에 다녀온 남편, 그 이후

기사승인 2018.10.06  10: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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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전 결혼 12년차이며 올해 나이 32살 여자입니다. 남편과는 수년의 연애 후 결혼을 했고, 자녀도 있습니다.  남편과 저는 서로 성격이 비슷한 덕분에 큰 갈등이 없이 지내왔었습니다. 아직도 알콩달콩 사는 저희들의 모습이 주변 사람들은 신기해했죠. 평소 둘 다 게임을 좋아했기 때문에 항상 퇴근 후 같은 게임을 했었어요.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속궁합 또한 잘 맞는 편이에요. 

원래 저는 엄청 활발하고 쿨한 성격이었습니다. 하지만 3년 전 남편이 처음으로 업소를 다녀온 걸 알게 된 후로 제 성격이 변해버렸어요. 너무 소심하게... 의처증이 심했던 남편을 고친 이후 제가 의부증이 된 것처럼 힘든 시간들을 보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일을 잊고 다시 또 잘 지냈어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남편과 대화를 하면 오히려 더 울게 되는 절 발견했어요. ‘남편에게 힘들면 힘들다. 이건 서운하다’ 등을 말해보지만, 처음에는 잘 대화하다가도 남편이 저를 답답해하면서 언성을 높이게 되더라고요. 그 후로 저는 감정을 조금 더 숨기게 됐어요. 전 기분이 안 좋으면 얼굴에 많이 티가 나는 편이라 숨길 수도 없는 걸 알지만 ‘매번 아무 일도 아니다. 괜찮다.’라고 말하며 하루하루 지냈던 것 같아요.

제가 자존감이 많이 낮은 것 같아요. 그래서 자존감에 도움이 되는 책들도 많이 찾아보고 바쁘게 지내면서 남편에게 서운한 감정, 불만, 집착 등을 없애려고 노력을 하지만 잘되질 않네요...

전 시댁에 정말 잘해요. 오히려 친정보다 시댁을 더 편해하고 좋아라 해요. 하지만 남편은 친정에 갈 때마다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서 제가 친정 갈 때마다 ‘이번에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하며 고민을 하게 돼요..

 

얼마 전 강변을 걷고 싶다고 떼써서 퇴근 후 집 근처 강변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남편에게 당신이 게임에 너무 빠져서 우리 둘 사이에 대화도 더 없어진 것 같고, 난 당신에게 이것이 서운하다, 난 이렇다.'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자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너는 내가 다른 일하고 있거나 그러면 아무것도 못하고 외로워 보이는데, 난 네가 다른 일하거나 바빠도 내 할 일 결국 할 것 같다."

그 말을 들으니 너무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그리고 사실인 걸 제 스스로가 너무 잘 알아서 비참하기까지 했어요. 생각보다 신랑을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는 제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가끔 밥을 먹으면 남편이 그래요.

"난 마누라 잘 만난 것 같다."
"넌 항상 나한데 잘해주는데 난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잘 알면서 왜 매번 안 고쳐주는 걸까요? 저는 보통 여자라 크게 바라는 게 없어요. 그냥 같이 눈 보며 대화하고, 내 감정도 좀 읽어주고 알아주고...

남자와 여자는 서로 완전히 이해할 수 있지 않다는 것도 잘 알아요. 하지만 이런 말을 하지는 못하고, 혼자 생각만 하다가 퇴근한 남편과 만납니다.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 웃으며 잘 지내는데, 저만 매일 우울해하고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대화로 지금 당장 나의 상황들이 정리가 되고 해소가 되어야 하는데, 이게 풀지도 못하고 쌓여만 가니... 우울증이란 게 딱 온 것 같아요.

이젠 거울을 봐도 제가 이뻐보이지두 않네요. 이전에는 꽤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였는데....
 

사진_픽셀


A) 남편 분과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연애를 하셔서, 20살에 결혼을 하셨네요. 결혼 후 9년 동안은 잘 지내셨지만, 3년 전 남편이 업소를 다녀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 뭔가가 힘들어지기 시작했네요. 그러면 질문자 분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생각하시는 업소 얘기 먼저 해 볼게요. 

업소 문제는 외도만큼이나 아내 분에게는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죠. 남편에 대한 믿음이 깨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죠. 참 이상하게도 아내의 자존감에도 큰 손상을 주게 돼요. 아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도요. ‘혹시 내가 뭔가 부족해서 업소에 가서 만족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셨을 거예요. 또 아내로서 남편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으셨을 텐데, 남편의 다른 면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남편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혼란스럽기도 하셨을 거고요. 마지막으로 업소를 다니는 별로인 사람의 아내라는 점이 수치심이 들기도 하기도 하죠.

남편이 이런 사건을 저지르고 난 뒤 아내 분들의 반응은 다양해요. 화를 내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하고, 차가워지기도 하죠. 그런데 질문자 분은 소심하게 변하셨네요. 의부증이라고 표현하신 걸 보니, 남편의 성적인 부분에 대해 의심이 많아졌던 것 같고요.

이런 반응을 보면, 속궁합이 잘 맞는다는 점이 두 분 관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두 분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맞죠. 그런데 그런 중요한 장점을 남편의 업소 사건으로 반박당한 것 같은 충격을 받으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성격이 소심하게 변하셨을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서, 나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 것 같네요. 

이 일이 어떻게 정리됐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남편의 업소 문제 때문에 질문자 분 마음에 생긴 의혹들이 잘 해결됐는지, 아니면 바쁘게 살다 보니 서로 더 얘기하지 않기로 된 건지요. 아내 분의 자존감에 큰 손상을 줬던 사건을 그냥 덮어버리셨다면, 이 일은 시간이 흘러도 영향을 계속 줄 수 있어요. 이 사건이 없었다면 남편과 함께 뭔가를 하지 않더라도 그러려니 했던 일들이, 이 사건 때문에 더 외롭고 서운한 감정이 들 수도 있다는 얘기예요.

어린 시절 강아지에게 물려서 놀랐던 경험이 있는 분들은, 그 이후에 강아지를 보면 더 놀라겠죠. 하지만 강아지에게 물린 경험이 있더라도 그 이후에 강아지가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동물임을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면, 강아지를 봐도 그다지 놀라지 않을 거예요. 이런 것과 비슷해요. 강한 충격을 받은 일은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계속 영향을 주죠. 그러니 마음속에 있는,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업소 관련 주제들에 대해서 남편 분과 다시 얘기를 하셨으면 좋겠어요.

옛날 얘기를 다시 하는 것이 두려우시다면, 집 근처 정신건강의학과 병원 중에 부부가족치료를 하는 곳을 찾아가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전화하셔서 부부가족치료 하냐고 물어보고 가시면 돼요.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도와주실 거예요. 

사실, 조금 이른 나이에 결혼하신 것도 지금 상황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하면서 '나'라는 존재를 알게 되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내 단점은 무엇인지, 장점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이요. 동시에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를 알게 돼요.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내가 차이가 있고, 그 차이가 너무 큰 경우에는 어떤 것을 선택할 지도 배우게 돼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라는 존재가 더 명확해져요. 예를 들어 지금 누가 저에게 소심하다고 하면, 저는 코웃음을 치죠. 내가 아는 나는 그게 아니니까요. 

결혼은 자신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기도 해요. 나와 남편이 한 몸이 된 것 같은, 일종의 융합체가 되죠. 융합이 잘 될수록 성격차이가 없다고 느끼실 수 있죠.  질문자 분이 나는 누구인지, 즉 자신의 경계를 명확하게 알기 전에 결혼을 하신 것 같고, 내 경계를 알기 전에 남편과 융합이 된 듯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질문자 분의 글을 읽으면서, 질문자 분 삶의 중심이 남편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은 나중에 자녀들이 독립한 이후에 다시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니, 이번 기회에 마음에 맞는 좋은 정신과 선생님을 찾으셔서 도움을 받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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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kpdco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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