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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tor's Mail]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품행장애가 다른 건가요?

기사승인 2018.10.10  10: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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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신문 : 김규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품행장애를 그냥 문제행동을 하고 학습장애가 있는 식으로만 알고 있다가, 얼마 전에 소시오패스의 특징이 나타나는 아동청소년들을 품행장애라 부르며 대부분의 품행장애 환자들이 소시오패스 진단을 받는다는 글을 봤는데요. 사이코패스는 자신이 문제행동을 하고 있다는 자각 자체가 없고, 소시오패스는 문제행동을 한다는 자각을 하고 있지만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기 때문에 문제행동을 하는데 거리낌이 없다고 알고 있는데, 품행장애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모두를 아우르고 있나요?

또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에 관하여 간혹 교과서나 타 서적에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를 구분 지어놓지 않고 일괄로 통칭하는 경우가 잦았기에 위 개념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던 적이 많습니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각각을 다룬 책을 읽으면서 둘 사이에 명확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학계에서는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둘 사이에 구분이 있는 것이 맞다면 왜 통칭하는 경우가 잦은 건가요?

질문이 너무 많아서 죄송합니다. 원래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는데 그냥 책을 통해 읽은 것이라 그 책 내용이 정설이 맞는지 등에 대해 평소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진_픽셀


답변) 

안녕하세요. 반사회적인 행동들을 보이는 정신과적인 질환들을 다소 혼동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서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는 이야기들이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개념이 혼동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 복잡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요약하여 말씀드리자면, 
1)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대동소이합니다.
2)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현재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진단명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3) 품행장애는 소아청소년에게 많이 해당되며, 성인에게 품행장애가 진단될 경우에는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아니어야 합니다.
4) 소아청소년의 품행장애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진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말씀드려야 할 것은 현재 전 세계의 정신의학계에서 공용하는 진단체계는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을 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개정을 거쳐 DSM-5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명확한 것은 DSM-5에는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는 진단이 없다는 것입니다. DSM-5에서는 그러한 환자들을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반사회적인 행동, 즉,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행동들을 반복하고, 충동 조절의 어려움을 겪고, 다른 사람과의 공감이 부족한 사람들을 분류하는 진단입니다.

그러면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는 어디서 나온 용어인가를 보면,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진단 기준을 DSM에서 만들기 이전에 전통적인 정신의학-분석적 정신의학에서 나오기 시작하였던 개념입니다. 즉, 역사적으로 보자면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더 먼저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DSM-1을 보면 Sociopathic trait을 규정하고 있으며 DSM-2에 이르러서야 반사회적 인격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습니다.

 

사이코패스는 한국말로 정신병질자(Psychopaths)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 이름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1941년에 Hervey Cleckley라는 사람이 '건강이라는 이름의 가면(The Mask of Sanity)'라는 저서를 통해 기술하면서부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겉으로는 정신병으로 보이지 않지만 행동이 혼란하고 현실과 사회의 요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겉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전혀 책임감이 없고 타인의 감정이나 관심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의 양상에 대해 기술하였습니다.

그 뒤로 '정신병질자'라는 용어가 수십 년간 사용되어왔고, 사회병질자(Sociopaths)라는 용어는 그러한 환자들의 어려움이 사실은 정신적인 것에 있지 않고 사회적인 원인, 사회적인 관계에 있다는 생각을 반영하면서 더러 사용되어왔습니다. 즉, 정신병질과 사회병질은 진단명의 방향성이 다를 뿐, 같은 집단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이코패스는 어떠하지만 소시오패스는 어떠하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은 대부분 정확한 근거가 없습니다. 따라서, 질문자님께서 말씀하신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차이점은 잘못된 기술로 보입니다. 실제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모두 양심의 가책을 거의 받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정신병질적이거나 사회병질적인 부류의 사람들은 대부분 냉담하고, 무책임하고, 폭력적이거나 파괴적인 행동을 일삼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환자들을 앞서 말씀드린 DSM에서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부르고 있는데, 문제는 DSM-3에 이르러서부터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진단명이 아우르는 범위가 기존의 '정신병질자(사이코패스)'라는 진단 범주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DSM-3 시절만 하더라도 교도소에 투옥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였을 때(Hare, 183; Hart, Hare, 1998) DSM의 반사회적 인격장애에 해당하는 사람은 수감자 중 50~80%에 육박하였지만, 실제 '사이코패스'에 해당하는 사람은 수감자 중 25%만에 해당된다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DSM에서 이야기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반사회적 행동' '객관적인 행동 양상'에 초점을 맞춰서 보고 있지만, '정신병질자'에 대한 기술은 생활 형태나 내적인 감정 상태, 습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이코패스는 좀 더 정신역동적인 측면의 진단적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반사회적인 행동-범죄 등을 성격적으로 일삼는다고 한다면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진단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이코패스처럼 완전히 냉담하고 피상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단 사이코패스라고 한다면 대부분 반사회적 인격장애에 포함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DSM이 전 세계 정신의학계의 표준 진단 기준이 되면서 현재 학문적으로는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은 거의 사용되지 않은지 오래입니다. 대부분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그 둘이 같지는 않습니다. DSM처럼 인정되지는 않지만 사이코패스에 대한 진단 체크리스트는 <Hare's Psychopathy Checklist-Revised, PCL-R>을 참조하시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무책임성, 충동성, 난잡한 성행동,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행동문제, 기생적인(parasitic) 생활형태, 냉담함, 공감 불가능함, 피상적인 정서, 죄책감의 결여, 권태로움을 쉽게 느끼는 경향성, 과장된 자기가치감, 피상적인 매력을 풍기는 말솜씨]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PCL-R은 직접 자기보고식으로 체크하는 검사가 아니라, 숙련된 정신과 전문의가 환자와 자세히 면담을 하고 난 뒤에 사용하는 것이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사이코패스라는 용어는 현재 임상(Clinical) 정신의학에서는 공식적으로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러한 특성을 갖는 환자군의 정신역동적 측면이나, DSM에서 포함하지 못하는 생물학적 특성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일부에서 여전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품행장애(Conduct Disorder)는 또 무엇이냐 라고 한다면, 간단하게 반사회적인 "행동"은 두드러지지만, 그것이 반사회적 "인격"을 형성하지는 않았을 때 품행장애라고 진단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서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에 비해서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좀 더 '행동'에 초점을 맞춘 진단이라는 이야기를 드린 바가 있어 헷갈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분명 [인격장애]라고 할만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어야만 합니다. 어릴 때부터 시작되어 성인기까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하고, 반사회적 행동뿐만 아니라 공감의 결여, 충동성 등의 정서적 특징들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인격이 형성되었다고 이야기할만한 연령이 18세가 넘어야만 진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품행장애는 사람과 동물에 대한 공격성, 재산의 파괴, 속이거나 훔치기, 규칙 위반 등의 반사회성 행동들만으로 진단하는 진단명입니다. 따라서 품행장애에 해당하는 사람들로는 반사회적 인격을 갖진 않았지만, 그런 행동들을 일삼는 성인들. 혹은 18세 미만의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소아청소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문제는 18세 미만의 '품행장애'로 진단받은 청소년들이 모두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되느냐.라고 한다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으나 현재로서는 약 40% 정도만이 성인이 되어서도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 이야기드린 것처럼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진단된다 하더라도 꼭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질문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품행장애 청소년은 청소년 사이코패스다"라는 이야기는 잘못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품행장애를 보이는 청소년 중에서는, 그 반사회적 행동의 정도가 아주 심각해 보인다 하더라도, 적절한 치료와 주변의 도움을 통해 아주 많이 좋아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특이할 만한 것은 품행장애 진단명 중에 '제한된 친사회적 정서(With limited prosocial emotion)'라는 부가적 명시를 붙여서 진단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명시를 하기 위해서는 후회나 죄책감의 부족, 정서 결핍이나 공감의 부족, 일의 결과에 대한 무신경함, 피상적이고 결핍된 정서와 같은 특징들을 보여야 합니다. 즉,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모습을 보이지만, 아직 18세 미만일 경우에 진단하는 부가적 명시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경우에 해당할 경우에는 성인이 되어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될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조; 신경정신의학, 3판, 대한신경정신의학>
; Glen O. Gabbard, 역동정신의학, 하나의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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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kpdco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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