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강남 푸른 정신과 원장]

 

현대인은 스마트폰의 노예다?

# 회사원 정 대리의 이야기 

새벽 3시 반, 어렴풋이 잠에서 깬 정 대리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맡에 놓인 스마트폰을 집어 들고 시간과 메시지를 확인한다. "아직 더 자야 되는데..."하는 생각은 잠시뿐,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뉴스와 스포츠 기사를 읽기 시작한다. 스마트폰의 환한 빛에 잠이 깨고,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이 들지 않는다.  그가 잠을 청할 때면 꼭 스마트폰을 보며 잠이 들고, 어쩌다 스마트폰이 주변에 없으면 금세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점심을 먹으려 잠시 나와 있을 때도 회사에 스마트폰을 놓고 오면 그사이에 중요한 거래처의 연락이 와 있을지도 몰라 노심초사다.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할 때도 몇 분 간격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통에, 여자 친구가 화를 낸 적도 있다. '스마트폰 집착'이라며 핀잔을 듣지만,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해보아도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문명의 이기 중 우리 생활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기기는 단연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들고 다닐 수 있는 전화기'의 용도를 뛰어넘어 사회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의 장, 업무를 위한 중요한 수단, 카메라, 쇼핑, 음악 감상용 기기, 신용카드 대체 등 인간의 생활 전반에 혁신을 가져다준 수단이다. 100년이 지나 인류의 역사를 돌아본다면 스마트 폰의 발명은 전기의 발명, 우주 탐사 등 굵직한 건들과 함께 기록될 중요한 사건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의 삶은 스마트 폰과 함께 더욱 스마트해지고 있다. 각종 기능이 날로 늘어나고, 정보통신망의 저변이 확대 발전하며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발전 뒤에는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이미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다. 스마트폰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독이라고 진단 내리기도 힘들 정도로 삶 전반에 필요한 도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정 대리의 사례처럼, 스마트폰으로 인해 일상생활, 사회생활, 대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니 우리는 왜 스마트폰에 탐닉하게 되는지 그 깊은 내면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문명의 이기와 인간의 삶이 균형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진_픽셀


우리가 스마트폰에 쉽게 빠져드는 이유? : 내적인 감정에 주목하자

우리는 왜 스마트폰에 쉽게 빠져들게 될까? 이 질문에 한 가지로 명쾌하게 답을 내릴 수는 없다. 이미 스마트폰이 필수가 된 외부 환경 혹은 내부적인 흥미의 추구, 타인과의 관계 유지 등 여러 요인이 뒤섞여 있을 것이다. 이 요인들을 알아보고자 했던 연구가 최근 발표된 바 있다.  

Chongyang Chen과 동료들은 2017년 발표한 한 논문에서 <스마트폰에 대한 강박적 사용 및 의존>을 주제로 384명의 연구 참여자들에게 조사를 시행했다. 연구자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는 동기(motivation)를 알고자 했으며, 이를 찾기 위해 스마트폰의 사용에 대한 총 다섯 가지의 내적 혹은 외적인 동기와 관련된 하위 질문들을 사용했다. 조사한 다섯 가지의 항목은 다음과 같다.  

1. 지각된 즐거움: "재미있으니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2. 사회적 관계: "스마트폰 사용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3. 감정 조절: "나는 스마트폰을 걱정을 잊기 위해 사용한다." 
4. 지루함의 회피: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5. 다른 이들과의 동일성: " 내 친구들이 하니까,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이 중 무슨 항목이 스마트폰 사용과 가장 높은 관련이 있을까? 당신은 어느 항목에 해당이 되는가?

연구 결과 위 항목들의 대부분이 스마트폰 사용의 동기인 것으로 밝혀졌으나, 가장 강력한 관련성을 보인 것은 다름 아닌 감정 조절(mood regulation)이었다. 즉, 스마트폰을 강박적으로 사용하는 데 가장 큰 요인을 미친 것이 관계, 친구와의 동일성 등 외적인 측면보다는 내적인 요소라는 말이다. 

우리는 불안, 우울함, 두려움, 쓸쓸함 등의 감정에 스마트폰에 담긴 다양한 앱들이 도움이 됨을 경험한 뒤에는 점차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횟수가 늘어나게 된다. 이것을 부적 강화(negative reinforcement)라 하는데, 불편한 것을 줄이게 하는 특정 행동은 점차 빈도나 강도가 강화됨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스마트폰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언제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을 달래려 바로 곁에 있는 기기에 쉽게 손이 가게 되는 것도 부적 강화의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라면 감정이 흔들린 순간 스마트폰의 사용 빈도가 증가하진 않았었는지, 또 그로 인해 강박적이고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삶에는 다양한 즐거움이 있다

결국 강박적이고도 잦은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행동 그 자체를 감소시키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행동의 이면에 흐르는 욕구와 동기를 잘 파악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행동의 본질을 알 수 있어야 변화 방향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적 감정의 불안정함을 스마트폰 사용으로 충족하기보다, 마음이 맞는 친구와 친밀한 대화를 나누거나 운동, 만들기, 악기 배우기 등 건강한 취미 활동들로 대체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해답을 얻기 위해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최근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5천만 명을 돌파하며 바야흐로 우리나라가 '1인 1 스마트폰 시대'로 진입했다고 한다. 일반 가전 기기 중 하나였던 스마트폰이 바야흐로 인간 생활의 필수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삶과 스마트폰을 떼놓고 상상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스마트폰과 게임, 인터넷 등 과학 기술과 그 궤를 같이하는 요소들에 대한 중독 우려가 사회에서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일방적인 차단을 강요하기보다는 스마트폰을 말 그대로 삶에서 '스마트하게' 사용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 참고자료
1. Why you use your smartphone too much?, Martin Graff, Psychology Today
2. Examining the effects of motives and gender differences on smartphone addiction, Chen C. et al., Computers in Human Behaviou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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