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정신과, 여덟 번째 이야기>

[정신의학신문 :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가족의 재구성

시간이 흐르면서, 시대가 변화하면서 가족에 대한 개념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전통 사회에서는 조부모, 부모, 자녀 등의 3대가 함께 살았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부모, 자녀의 핵가족화가 일반화되었습니다. 최근에는 1인, 2인 가구가 급속히 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반려동물도 가족 구성원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약 20퍼센트의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으며 이러한 비율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그러면 우리는 반려동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반려견, 반려묘에게 사람처럼 각자 고유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게 이름을 붙여줍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산책을 하고 때로는 여행을 함께 하며 경험을 공유합니다. 이렇듯 반려동물은 우리의 삶에서 확고하게 가족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별로 반려동물은 인식하는 방식에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남성은 반려 동물을 가까운 동료라 생각하는데 비해 여성들은 자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사진_픽셀


반려동물의 죽음, 그리고 애도 과정

대개 반려동물의 수명은 인간보다 짧습니다. 그래서 반려 동물을 입양하면 사망 과정까지 지켜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려동물이 사망하는 경우, 부모님, 친구 혹은 자녀가 사망한 것과 같은 슬픈 감정을 느낍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은 분들은 이런 모습을 보며 유난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사랑하는 대상을 떠나보냈을 때 보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마땅히 존중되어야 합니다.

반려동물 사망 시 보일 수 있는 애도 반응은 함께 보낸 시간, 경험, 사망 과정, 사망 예상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애완동물 사망 후에는 우울감, 상실감, 외로움 등을 느낍니다. 상실에 대한 층격은 두통, 어지럼증, 목의 이물감, 가슴 두근거림 등의 신체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반려동물의 사망 원인을 자신의 부족한 돌봄 탓으로 돌리며 지나친 죄책감을 가집니다. 심한 애도 과정을 겪는 분들은 반려동물의 사망을 부정하며 살아있을 때와 동일하게 먹이주기, 산책하기, 목욕시키기 등의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반려동물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는 장례식이라는 절차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저승에 보냅니다. 3일장, 5일장이라는 장례 기간을 가지는 이유는 충분한 애도 과정을 통해 상실의 슬픔을 해소하기 위함입니다. 충분한 애도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른 뒤에 지속성 복합사별 장애, 주요우울장애, 불안장애 등의 정신 질환을 앓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려동물 사망 시 부정적인 감정을 억압하기보다는 슬픔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장례의식, 추모의식을 가지거나 비슷한 경험을 가진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애도 과정 중 우울감, 죄책감에 압도되어 일상생활을 전혀 못하기도 합니다. 일부는 환청, 환시 등의 정신병적인 증상을 보이고 자살까지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었나요? 그렇다면 반려 동물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충분히 슬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를 권유합니다.

 

유길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성모사랑 정신건강의학과
가톨릭중앙의료원 수련의, 전공의
(전) 포천시 정신건강증진센터 자문의
(전) 의정부 청소년 쉼터 상담의
대한정신건강재단 해피마인드 상담의, 대기업, 보건소 등에서 다수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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