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SNS의 시대, 우리의 자화상?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스냅챗(snapchat), 인스타그램(instagram), 밴드(band)...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위에 언급한 앱이 몇 개나 설치되어 있나요? 아마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이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앱을 사용하거나, 서비스에 가입되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에서 자신의 일상과 생각, 느낌을 공유하곤 하지요.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의 SNS 이용자 수는 24억 6천만 명으로, 이는 세계 인구의 1/3에 이릅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높은 비율을 보입니다. 인터넷 기술과 정보 통신의 비약적인 발달로, 우리는 지금 SNS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누구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 올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SNS는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지요.
 

출처 / KBS 뉴스, '기쁨 강박증' 스트레스... SNS에서는 모두가 행복?(2015.6.18)


장난스럽게 각 SNS의 특징을 보여주는 그림이지요. 공통적인 것은 '나'입니다. SNS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얼마나 가졌는지를  보여줍니다. 또 SNS는 본연의 기능인 소통(communication)과 연결(network)을 도울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감정과 이상, 심지어 마음 깊은 곳의 무의식을 드러내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자신이 SNS에 내면의 그 무엇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는 겁니다. 

 

SNS의 과시욕 : 인정-승인의 욕구

SNS에 자신의 일상을 드러낸 사람들은 타인의 반응이 꽤 신경 쓰입니다. 이는 인터넷상에 올린 자신의 사진과 글에 자신의 무의식적인 내면이 투사(projection)되기 때문이지요. '페친', '인친'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어깨가 으쓱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 때면 괜스레 마음이 한 켠이 쓸쓸하고 불편해집니다. 어떨 때는 '좋아요' 하나 눌러주지 않는 이들을 원망하기도 하지요.

우리가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고, 거기에 일희일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인정-승인의 욕구(Need of Approval seeking)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은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혼자의 힘으로만 살아갈 수 없습니다. 신생아는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식사, 수면, 배설 등의 활동에도 부모의 전적인 도움이 필요하지요. 그렇기에 아기는 본능적으로 타자의 힘이 필요함을 감지하며, 생존을 위해 이에 의지하려 합니다. 결국 아이의 생존과 성장에는 사랑과 인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생 초기에는 부모가 이런 역할을 하고, 점차 친구-선생님-연인 등으로 그 관계가 확장됩니다. 성장 과정에서 얻게 되는 자신감과 자기애는 평생 건강한 자존감의 밑거름이 됩니다. 이러한 관성은 성인이 되어도 없어지지 않고 자신을 늘 사랑해 준 부모님뿐만 아니라 친구, 연인 등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추구합니다. 타인의 인정과 사랑이 생존의 밑거름이라는 생각이 우리의 깊은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것이지요. 이렇듯 SNS를 이용하는 이들의 심리의 기저에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가 녹아 있습니다.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내적 불안이 생겨나게 됩니다. SNS의 '관종'을 자처하는 이들은 이러한 내적 불안에 다른 이들보다 민감할 가능성이 높겠지요.
 

사진_픽사베이


SNS, 무의식적 자존감의 척도?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
인생에는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차라리 독서를 하길 바란다. 
-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타인에게 인정과 사랑을 바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본연의 욕구입니다. 문제는 자신의 욕구와 현재의 삶과의 균형이 깨어질 때 생깁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전설적인 감독, 퍼거슨 경이 한 말이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있지요.

SNS를 통해 과도한 관심을 받게 된 이들은 그 짜릿함에 점차 중독되어 정도를 벗어난 사진이나 글들을 올리게 됩니다. 내 글이 얼마나 타인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지, 타인이 자신의 글에 ‘좋아요’를 얼마나 눌러주는지가 무의식적 자존감의 척도가 되는 것이죠. 또, 자신이 올린 사진이며 글에 다른 이들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금세 불안해집니다. 이는 관심과 무관심, 환희와 좌절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중의 사랑을 받다가 관심에서 멀어지면 금세 우울감과 불안을 호소하는 연예인들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죠. 항상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주던 관성이 강박관념을 만들고 이는 결국 불행의 씨앗이 됩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SNS는 ‘자신의 최고의 순간’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타인이 담벼락을 일상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평범한 삶과 비교하게 되고, 한없이 초라해짐을 느끼게 되지요. 마음속에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들, 채워지지 않은 욕구들을 타인은 마음껏 누리고 있는 것을 볼 때, 자존감에 금이 가고 마음속에 열등감이 불타오릅니다.

‘쟤는 나랑 동갑인데, 벌써 저렇게 좋은 차를 타고 다니네…’
‘나는 야근하느라 집에도 못 가는데, 쟤는 하와이에서 놀고 있네...’
‘거울 속의 나는 이렇게 뚱뚱한데, 저 사람은 섹시하고 예쁘네…’

이런 생각,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저 자신도 SNS에서 접하게 되는 사람들의 자랑 홍수 속에서 열등감에 허우적거리다, 불편감을 느끼고는 이내 SNS를 꺼 버리곤 하거든요.
 

사진_픽사베이


건강한 자존감 지키기 : 나는 무엇으로부터 자극받는가?

SNS상의 수많은 자극적 메시지들 속에서 우리의 자존감은 쉽게도 무너집니다. 내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내가 살피는 글과 사진들은 마음 깊은 곳의 무의식을 건드리지요. 그렇다고 다치지 않기 위해 SNS를 모조리 다 탈퇴해버리는 게 답은 아닐 것 같아요. 자신이 자극받는 요인들, 자극받는 자신의 마음을 잘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에 대한 통찰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SNS에서 자신이 팔로우(follow)하는, 혹은 관심을 가지고 자주 들르는 페이지들을 한 번 살펴봅시다. 분명 공통되는 주제들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이는 뷰티, 화장법, 의류 등에 관심을 가지고, 또 어떤 이는 대인 계의 기술이나, 직장 상사의 뒷담화 등이 적힌 글들을 흥미 있게 봅니다. 선망하는 롤 모델(role model)이 올린 사진이나 글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지요. 마음 한쪽에는 불편함이 조금씩 올라오는 걸 모르는 채로요. 

자신이 집착하는 주제들은 대개 자신이 가진 결핍감(Defectiveness)과 연결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관련된 정보들을 받아들이려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SNS를 팔로우하는 와중에도 무의식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의식 수준에서의 자각과 통찰(insight)이 결핍된 무의식의 활동은 허물어지기 쉬운 모래성과 같습니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다 보면 역효과가 나기 십상이지요. 무엇 때문에 배고픈지 모르고 무작정 음식물을 입안에 밀어 넣는 행위와 같습니다. 처음에는 포만감이 느껴지겠지만, 금세 다시 공허감이 따라오게 되죠. 

나의 열등감을 건드리는 정보들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나’에 대해 충분히 알아야 합니다. 성장 과정, 중요한 대상들로부터의 영향, 그로 인해서 형성된 나와, 세상과, 미래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어떠한지에 대한 통찰(insight)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스키마(Schema)입니다. 각자가 가진 스키마는 모두 다른 색채를 지니고 있습니다. 색깔이 없는 물감은 없는 것처럼, 개인의 삶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자극받는 주제들도 다 다릅니다. 어떤 이는 외로움, 우울함과 관련된 주제의 포스팅을 보면 종일 기분이 좋지 않고, 또 다른 이는 사람들이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열등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내가 어떠한 연유로 이러한 자극으로부터 영향을 받는지, 왜 그러한지, 나의 삶의 어떠한 부분이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런 영향을 받은 나의 시각은 어떠한지를 곰곰이 들여다본다면 과도한 자극은 피하고,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하면서도 온건한 수준의 정보를 걸러낼 수 있습니다. 과도한 자기 노출과, 이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진 이 또한 자신에 대한 통찰이 해답이 될 것입니다. 이런 태도가 바로 건강한 자존감으로 이어지게 되고 건강한 어른으로서의 삶의 초석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통찰의 과정에는 괴로움과 슬픔이 동반될 수 있으며 통렬한 애도의 시간의 필요하기도 합니다. 자신이 늘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을 회피해 왔다면, 전문가와의 상담 치료를 통한 삶의 정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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