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저는 어릴 때부터 친구가 없었어요. 애들이 친하게 지내는 거 보면 부럽기도 하고, 신고하기도 하더라고요. 전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때도 지금도 모르겠네요. 누가 친구 사귀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는 연기를 했던 거 같아요. 도움을 준다던지... 그런 방법들로요. 근데 그걸로는 감정을 교류하는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남들에게 보여지는 제 모습이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도 공허함만 남는 거 같아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

직장생활도 너무 힘들었어요. 누군가의 지시를 따른다는 게 너무 힘들고, 저는 상사나 동료들과 잘 지내고 싶은데 인격적인 모독을 당하거나, 감정적으로 상처 받는 일이 잦았어요. 요즘은 제가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사람이 그립지만 사람들하고 있으면 지치고 부담스러운 상태예요. 이런 것도 정신과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사진_픽셀

 

답변) 

짧은 사연이지만, 생각해 볼만한 것이 참 많은 것 같네요.  질문자 분이 잘할 수 없기 때문에, 어린 시절 다른 아이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면 부럽고 신기하셨던 것 같아요. 친구 사귀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처럼 서로 친하게 지내지 못하나 생각도 드셨던 것 같고요. 그래서 다른 아이들의 흉내를 내고, 연기를 하셨던 거죠. 다른 사람과 가깝게 지내고 싶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다른 사람 흉내를 내며,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관계를 맺다 보니, 관계가 맺어지더라도 허무하게 느껴지셨을 수밖에 없던 것 같네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친구 사귀는 법을, 수학이나 과학을 배우듯이 배운 사람은 없어요. 처음 보는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먼저 의지죠.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 이것 자체가 없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하지만 질문자 분은 의지가 없는 분은 아니신 것 같아요.

그다음은 나란 사람의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거예요. 그 시작이 인사죠. "안녕, 난 정연이라고 해." 이런 거요. 내 존재를 알리고, 내가 어떤 존재인지 나의 일부들을 상대방에게 노출해야만 해요. 어떤 부분을 노출을 하는지가 중요한 거죠. 내가 자신 있는,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특성들을 상대방에게 보여줘야 상대방이 호감을 가지고 나와 관계를 맺으려 하겠죠.

질문자 분의 글에서는 이 단계가 보이질 않네요. 이 단계 대신 다른 방법을 사용하셨어요. 바로 연기를 하는 거죠.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면 되는데, 자신의 것을 보여주지 않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흉내를 내셨어요.

 

이런 행동을 하게 만드는 두 가지 가능성들을 얘기해 볼게요. 하나는 '난 장점이 없어.'예요. 나 자신이 별로인 사람이라는 거죠. 내가 가지고 있는 좋은, 매력적인 부분이 없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나 자신을 보여줄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좋은 부분을 연기하게 되죠. 또는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행동을 연기하게 돼요.

다른 하나는 '내 장점을 상대방이 싫어하고 무시할 거야.'예요. 즉,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거죠. 내가 가지고 있는 좋은 부분이 있지만, 상대방이 그것을 싫어하고 무시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다가가던 방식을 따라 하게 되죠. 내가 가진 좋은 부분을 보여줬다가, 상대방이 그것을 무시한다면 너무 가슴 아프니까요.

물론 이 두 가지 가능성이 완전히 맞지는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설명을 듣게 되면,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게 돼요. 내 과거의 경험들 중에서, 현재 내가 겪고 있는 아픔을 설명할 수 있는 사건들을 찾아내게 되죠. 그리고 과거의 그 사건이 현재까지 나를 고통받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일인지 고민할 수 있어요. 운이 좋다면, 불합리한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한 번에 끊어버릴 수도 있죠.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은 이런 과정을 쉽게 하실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줘요. 현재 받는 고통의 원인과 해답은 모두 질문자 분이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원인과 해답이 무의식 속에 있어서 찾아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게 문제죠. 이런 것들을 향해 가는 방법을 아는 것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예요. 한 명은 지도를 가지고 있는 보통 사람이고, 한 명은 지도가 없는 탐험 전문가인 거예요. 함께 작업을 하면 원하는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죠. 그러니 함께 여행을 갈 사람을 정한다는 느낌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한 번 방문해 보세요. 분명히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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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삼성마음숲 정신건강의학과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국립공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저서 <정신건강의학과는 처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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