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 양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변덕스럽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평소에는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친구들과 곧잘 어울린다. 하지만 기복이 심하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쉽게 짜증을 내는 일이 잦고 기분에 따라서 변덕스럽게 결정을 바꾸는 일이 있기도 하다. 1달에 하루 정도는 심하게 우울해서 외출을 하지 않고 집에서 두문불출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은 A의 기분을 자주 살피며, 간혹 조울증이라고 놀리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 간혹 있을 법한 사례입니다. 평상시에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기분 변화가 심합니다. 외부의 좋지 못한 상황에서 쉽게 우울감을 느끼고 가라앉기도 합니다. 일반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 기복에 대하여 조울증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사회에서 말하는 조울증은 정신건강의학적인 조울증(Bipolar disorder, 양극성 장애)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회에서 말하는 조울증은 감정 기복이 심하거나 쉽게 우울함을 느끼는 성격/성향을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신의학적인 조울증(Bipolar disorder)과는 질적인 면과 양적인 면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사진_픽사베이


1) 정신의학적인 조울증과 일반적인 조울증의 차이

먼저 양적인 측면입니다. 정신의학적인 조울증은 하루 중의 대부분의 시간, 그리고 연속된 며칠의 시간 동안 증상이 나타납니다. 하루 중 잠깐 또는 일부 시간에서의 우울감은 우울증의 진단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하루 중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지속되는 우울감이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우울 기분이 연속된 일주일 가량은 지속되어야 우울증의 진단 기준에 해당합니다. 경조증/조증 삽화의 경우도 적어도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연속된 4일 이상은 지속되어야 정신의학적인 진단을 내릴만한 조울증에 해당합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우울증 삽화 또는 조증/경조증 삽화는 일상 활동에 장애가 될 정도로 심각해야 합니다. 이러한 기분은 외부의 상황 변화에 쉽게 바뀌지 않을 정도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우울증 삽화는 우울감, 기력 저하, 부정적인 생각들로 인하여 주변 사람을 피한다든지(대인관계 제약), 집중이 안되고 우울감으로 인하여 직장 일에 어려움(직장생활에 장애), 기존에 하던 취미나 사회적인 활동에 제약(관계를 피하고 두문불출하든지)이 있어야 합니다. 경조증/조증 삽화 역시 고양된 기분, 과대사고, 과다활동, 위험 감수 등으로 인하여 허황된 사업을 벌인다든지, 주변과 다툼이 있든지, 망상/환각(정신증상) 등이 있는 것과 같은 심한 증상으로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이로 인해 일상적인 활동에 방해가 되어야 합니다.

 

2) 일반적으로 말하는 조울증은 무엇일까요?

대개 일반적으로 말하는 조울증은 감정 기복이 큰 경우를 말합니다.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일상 활동에 장해가 되지 않는 정도는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일상 활동의 제약이라는 표현이 애매한 경우에는 전문의와의 상담, 임상심리검사를 통하여 심한 정도를 평가해야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적으로 면담, 임상심리검사 등을 통한 평가를 할 경우에는 성격장애 또는 성격경향인 경우가 많습니다. 성격경향이란 질병 정도로 심하지는 않지만 개인이 가진 경향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경계성, 히스테리성 성격경향 등은 자존감이 낮은 성격입니다. 자신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일정하지 않다 보니 주변의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고 이에 반응하여 심한 감정 기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적응장애, 우울증, 비특이적인 조울증 등에서도 감정 기복을 보일 수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일시적인 우울감을 자주 경험하는 질환은 적응장애나 경한 정도의 우울장애(depressive disorder)가 흔합니다. 경도로 가라앉은 기분이 자주 나타나고 어려움에서 일단 벗어나면 감정이 다소간 회복이 되지만 다시 어려움에 부딪히면 다시 우울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것이 감정 기복이 있는 것처럼 외부로 드러나게 됩니다.

충동조절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생각해야 합니다. 충동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못하고 이것이 외부에 표현되면 감정 기복이 있는 것처럼 나타납니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충동조절장애, 반사회적 인격장애, 품행장애 등에서 충동조절의 문제를 보입니다.

위와 같이 환자별로 감정 기복이 나타나는 데 원인이 될 수 있는 질환은 다양합니다.

 

정리하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감정 기복이 심한 것을 말하는 조울증은 정신의학적인 조울증(Bipolar disorder, 양극성장애)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치료는 필요 없습니다. 정도가 심하고 상당기간 지속되면 이에 대한 평가와 치료가 필요합니다. 애매할 경우에는 전문의와의 면담, 임상심리검사가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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