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임찬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공황증, 우울증으로 항우울제를 복용 중입니다. 주변에서 약물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의지로 이겨내란 말을 합니다. 약물 복용을 지속하면, 나중에는 중독이 되고 멍해지게 된다고 합니다. 항우울제를 언제까지 복용해야 할까요?"

 

항우울제의 치료 기간에 대하여 종종 질문을 받습니다. 또 환자가 항우울제의 중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대개는 약효가 작용하여 급한 증상은 조절이 되고 증상이 안정기에 접어들 즈음에 약물 중단을 이야기합니다. 환자 스스로 증상이 나아졌으니 이제는 약물을 중단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인터넷의 잘못된 정보나 주변의 잘못된 조언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부정적입니다. 병원 방문이나 약물 복용 시 주변의 좋지 않은 시선은 치료를 이어가기 어렵게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약물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은 항우울제일 것입니다. 공황증, 불안증, 우울증, 식이장애, 불면증, 강박증 등 다양한 질환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항우울제의 효과와 사용기간 등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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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항우울제의 효과와 중단

항우울제는 우울증상 개선에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약물 복용 후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약물은 복용 시점부터 수면, 식욕, 불안 등의 증상에서 호전을 보이기 시작하고, 이후 우울, 무의욕 등의 주요 우울증상에 점차 효과를 나타냅니다. 일반적으로는 약물 복용 시작 이후 4주가량이 지나서 좋은 효과를 보이게 됩니다. 초기 복용만으로 효과가 없다고 약물을 중단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항우울제는 급한 증상 조절에 효과적입니다. 또한 증상의 재발을 막고, 만약 재발할 경우에도 심한 증상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약물 치료가 질병의 예후를 개선시키고 환자의 삶의 질을 좋게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약물을 자의로 중단할 시 급격하게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뇌의 전반적인 기능이 회복이 되고 약물을 중단해야 합니다. 회복 전에 약물을 중단하며, 약물을 통하여 조절 중인 증상이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된 상태라도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다시 재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잦은 재발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예후를 보여 결과적으로 환자의 삶을 어렵게 만듭니다.

 

2) 항우울제 유지기간

치료 초기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는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합니다. 항우울제, 항정신병약제, 기분안정제, 항불안제 등을 사용하여 적극적인 치료를 합니다. 급한 증상이 호전되었다 하더라도 최소한 3-6개월은 약물 치료가 지속되어야 합니다. 항우울제는 뇌 내의 신경전달물질(호르몬)의 수용체에 작용하여 효과를 보입니다. 앞선 설명처럼 약물의 효과가 즉각적이 아닌 것처럼 약물을 중단한다고 해서 즉시 악화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호전되었다고 약물을 중단한다면 증상이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고, 향후 재발의 가능성을 높입니다.

대개는 급성기가 지나고 유지기에는 항우울제 단독으로 유지합니다. 초기 여러 약물을 다량으로 사용하다가 안정이 되면 소량의 용량으로 길게 유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과거력 상 재발이 반복되었거나 우울한 삽화가 여러 번 존재한 경우는 더 장기간 유지가 필요합니다. 대개 초발 우울증은 1년 내외, 재발의 경우는 1-2 년 가량을 유지하고 3번 이상 증상이 반복된 경우는 5년가량의 장기간의 약물 유지를 고려합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사회적인 기능 저하가 심한 경우(자살시도, 심한 불안감)를 보이거나 정신증적 양상(망상, 환각 등)을 보였던 경우 에는 일반 우울증보다 장기간 유지를 고려합니다.

 

3) 항우울제 금단 증상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의 중독성에 대하여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대개의 항우울제는 금단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약물을 자발적으로 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중독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반례입니다. 금단 증상이 없기에 중단하기가 쉬운 것입니다. 하지만 몇 개의 약물(paroxetine, mirtazapine 등)에서는 경도의 금단 증상이 발생 가능합니다. 이런 증상을 막기 위해 적절한 상의를 하고 약물을 중단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2-4주에 걸쳐서 약물을 천천히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관련하여 여러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이나 주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의사와의 상담일 것입니다. 우울증상이 어느 정도 치료가 되어도 항우울제의 유지는 필요합니다. 약물의 중단을 원할 경우에는 의사와의 적절한 상담을 하고 중단을 생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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