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960년 이후로 세계적으로 많은 대학에서 아빠 양육은 엄마 양육과 다른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연구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 대학의 심리학자인 로스.D.파크는 아빠양육의 효과는 엄마에게 전혀 뒤지지 않을 뿐 아니라 심지어 어떤 영역에서는 더 뛰어나다는 아빠효과(father effect)란 말을 만들어 냈습니다. 아빠 효과란 “엄마가  줄 수 없는 무언가를 아빠는 아이에게 줄 수 있다.”는 뜻이며 말 그대로 아빠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들에게 많은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뜻입니다.

그럼 아빠의 적극적인 양육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많은 연구 결과 아빠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났습니다. 아빠가 유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아이의 지적 능력과 언어능력이 높아지고, 사회성을 증진시키며 아이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진_픽셀


아빠효과( father effect ) 3 가지

1) 말 잘하고 똑똑한 아이로 자라게 된다.

많은 연구에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아기들은 다른 아기들에 비해 1.5배로 높은 언어능력을 보였습니다. 특히 영유아시기 때 아빠가 기저귀를 갈거나 목욕을 시키며 아기와 교감을 많이 주고받은 경우 아기가 3세가 됐을 때 언어능력이 훨씬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빠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엄마의 감성 언어와 달리 하는 아이의 좌뇌(이성과 논리를 담당함)를 자극하여 언어발달과 문제해결능력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아빠와 접촉이 많은 아이들이 학업성적이 더 높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아빠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 이성과 논리를 관장하는 좌뇌가 발달하고 이로서 균형 잡힌 두뇌 발달로 이어져 학업 성적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2) 아이의 사회성 발달이 좋아진다.

아빠 육아는 아이의 사회성과 독립성 발달에도 도움을 줍니다. 엄마들은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반면에 아빠들은 아이들과 놀 때 몸으로 부딪히고 뒹구는 신체놀이를 선호합니다. 이런 몸으로 하는 놀이가 실제로 사회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엄마 아빠가 모두 양육에 참여하면 아이가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보이는 낯가림도 덜 나타났습니다. 
 

3) 아이는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

아이가 아빠와 자주 접촉할수록 아이가 자라서 우울증에 빠질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사춘기에 비행이나 약물남용과 같은 유혹에도 잘 빠지지 않았고 더 큰 포부와 꿈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게 되는 것도 아빠효과의 일부입니다. 행복 척도도 또래에 비해 높아서 삶의 만족감에 있어서도 우월하게 나타났습니다.

 

아빠효과( father effect )는 0-3세에 가장 크게 나타납니다.

0-3세인 영유아시기는 아이들이 부모와 안정된 애착을 만들어가는 ‘골든타임’입니다. 엄마뿐 아니라 아빠와의 안정적인 애착형성도 이 시기에 만들어져야 합니다. 많은 엄마들은 자신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비로소 엄마가 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아빠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와 매일 몸을 부딪치고 말을 주고받으며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부성애를 느끼게 되고 아기도 아빠에게 애착을 느끼게 됩니다.

스웨덴의 도시에서는 한 손에는 ‘카페 라떼’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라떼 파파’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육아휴직 중인 아빠들로 육아휴직 기간 동안은 전업주부의 역할을 하는 아빠들입니다.

영국의 더 타임지에는 ‘타이거 맘은 가라 스칸디 대디가 대세다’란 제목으로 북유럽 아빠들이 실행하고 있는 자녀양육법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 북유럽 아빠들은 엄격한 타이거 맘처럼 아이에게 주입식 공부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 아이를 집 밖에서 많은 시간 놀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더 이롭다고 생각하고,  
* 낮잠을 재울 때는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나가면 아이가 더 잘 잘 뿐 아니라  
* 자기 전에는 아빠가 꼭 책을 읽어준다고 했습니다.

아기들에게 필요한 영유아시기에 몸을 부딪히며 오감을 자극시키는 놀이를 하거나, 동물원이나 박물관을 방문하거나 주말을 이용해 산과 들로 나가 자연을 경험해보는 체험교육, 그림책 읽어주기 등은 아빠들이 엄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육아이기도 합니다.
 

사진_픽셀


‘알파 걸’의 아버지가 되려면

“아이가 잘 때 부모와 함께 자야 하나요?”
“아이가 저의 퇴근을 기다리다가 밤늦게까지 자지 않으려 하는데 아이를 강제로 재워야 하나요?”

이런 질문은 젊은 검사 아빠, 엄마들에게 받은 질문입니다.

저는 몇 년 전에 전국에서 모인 검사들을 대상으로 법무부에서 실시한 다양성 관리교육으로 ‘조직 내 성별 차이로 인해 소통이 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받는 질문 시간에는 강의 주제보다 소아정신과 의사인 저에게 자녀양육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습니다. 저에게는 젊은 검사 중 40%가 여성이란 점, 그리고 젊은 아빠들이 육아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올라가고 전 세계적으로 엘리트 집단에 속한 여성의 숫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알파 걸’이라고 부릅니다. 알파 걸(으뜸 딸)은 미국 하버드대학 아동심리학 교수인 댄 킨들러가 자신의 저서 ‘새로운 여자의 탄생-알파 걸’에서 처음 그 이름을 지었습니다.

저자는 공부나 운동뿐 아니라 친구관계, 리더십 면에서 남학생들을 능가하는 엘리트로 성장하고 있는 이  여자아이들에 대해 이전 세대의 여성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자신이 여성인 점에 심리적으로 전혀 열등감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사회계층’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알파 걸의 탄생에는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버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았습니다.

딸이든 아들이든 아버지와의 관계는 자녀의 정신건강에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조사에서 아버지가 자녀 양육에 참여하는 경우 아이들은 탈선하지 않고 더 순응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또 자신감도 높았습니다. 특히 딸의 경우 아버지와 대범하고 장난스럽게 놀아본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긴장을 덜 하고 겁 없이 모험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친밀하고 좋은 관계를 가진 딸들은 직장생활에서 남자들과 경쟁할 때 겁을 덜 내고, 상사나 동료 남자들을 더 편안하게 상대할 줄 알기 때문에 직장생활도 더 성공적으로 해냅니다.

‘철의 여인’이라 불렸던 전 영국 수상 마가렛 대처는 ‘인간으로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두 아버지에게 배웠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대처의 아버지는 어린 딸을 위해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함께 읽고, 정치인의 연설을 듣게 하고, 정치문제에 대해 딸과 토론하기를 즐겨했습니다. 대처수상이 ‘남자보다 더 남자 같은’ 태도로 남성들만이 있는 정치판에서 살아남아 여성 총리가 되기까지는 아버지와의 어린 시절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사진_픽셀


‘저녁이 있는 삶’ 이 알파 걸, 알파 보이를 만든다

여자아이들 뿐 아이라 남자아이의 건강한 성적 발달을 위해서 아버지와 친밀한 관계를 갖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특히 4-5세 이전에 아버지와 얼마나 친밀한 관계를 가졌는가는 그 아이의 성격 형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적극적이고 남성적인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아버지가 남자아이들에게 바람직합니다. 사실 어느 가정에서든 아이들은 어느 정도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일하느라 너무 바쁘거나 다른 지방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거나 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여자아이든 남자아이든 양쪽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은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는데 훨씬 유리합니다. 아이가 자라서 남성 또는 여성이란 주체성을 가지고 이성을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도 부모의 결혼생활을 모방하고 동일시  함으로써 가능한 것입니다.

지금 자녀를 기르고 있는 우리 아빠들은 어떤 아빠일까요? 좋은 아버지, 나쁜 아버지, 무서운 아버지, 다정한 아버지, 무관심한 아버지, 아버지는 가지각색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자녀의 인생 전반에, 자녀의 성공적인 사회생활과 행복에는 아버지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아빠들은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김영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강동소아정신과 원장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 신경과 정신과전문의
미국 유타주 PCMC 및 유타주립대 소아정신과 연수 (1988~1991)
서울대학교 병원 소아정신과 전임의 수료 (1992),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자격 취득 (1992)
전체기사 보기
저작권자 © 정신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