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신문 :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초반 남자입니다. 지금 현재 공익복무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척추측만증(30도 정도)과 다리가 벌어진 o자형 다리(주먹이 하나 들어갈 정도), 그리고 손, 발, 겨드랑이에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있으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자존감도 낮고 자기 비하를 많이 하게 돼요.

다한증이 있어서 ‘손에 땀이 많이 나니까 나중에 일을 할 때 잘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 아르바이트도 잘할 수 있을지 겁이 납니다. 그리고 다리가 벌어진 o다리 때문에 바지를 입으면 다리가 벌어져 보여서 스트레스를 받고 ‘남들이 내 다리를 이상하게 보진 않을까?’하는 생각이나 ‘나는 왜 이런 다리 모양을 가졌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풀리지 않고 항상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리고 요새 제가 하고 싶은 건 연애입니다. 진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을지, 내 단점마저 좋게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지 부정적인 생각뿐이에요. 막상 여자 친구가 생기더라도 제 단점이 눈에 많이 들어오니까 여자 친구가 이해해줄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나중에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으면 다한증이나 척추측만증 o다리를 물려줄까 봐 정말 걱정되고 고민이 됩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한 번 생각에 빠지면 지옥 같은 나날이에요. 

저는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진_픽사베이

 

답변)

안녕하세요, 자신의 외모 때문에 고민이 많으시군요. 신체적 결함이라 여기는 부분 때문에 타인들과의 관계도 잘 되지 않아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외모에 결함이 있고,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생각이 머리에 꽉 차있다면 TV에서 나오는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이는 상처로 남지요. 타인의 시선이 의식되고,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지 못한 것이 외모 탓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 외모와 이로 인한 자존감 저하의 뿌리는 어린 시절의 성장과정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추측컨대 최근 수년간의 문제가 아닌, 살아온 삶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였을 겁니다. 실제 자신의 외모에 큰 문제가 있다기보다 자신 스스로 어딘가 문제가 있고, 타인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결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지요. 대개 어린 시절 가까운 이들이나 친구들로부터 받은 트라우마에서 기인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객관적으로 큰 신체적 결함이 있는 사람이라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외모가 진정 마음에 들어서 행복할 수 있는 것일까요?

<오체 불만족>이라는 책을 지은 오토다케 히로타다나, 닉 부이치치 같은 이들은 선천적으로 팔다리가 없는 상태로 태어났지만 늘 웃는 얼굴로 살아갑니다. 큰 장애가 아니라도 주변에 작은 신체 질환을 안고도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신체적 문제를 ‘어떻게 없애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젊은 나이에는 외모가 삶의 중요한 부분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더 먼 길을 가야 할 삶의 여정 전체를 생각한다면 외모는 극히 작은 부분일 뿐입니다. 우리에겐 외모를 가꾸고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자신이 타인에게 보이는 외모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그 뿌리는 무엇이며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이 얼마나 제한되어 왔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와 연민, 공감의 장이 넓어질수록 자존감은 마음속에서 조금씩 싹을 틔울 수 있습니다. 혼자 그 길을 찾아가기 힘들다면,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심리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요.

만약 현 상황에서 더 나아가 외모나 신체적 결함에 대한 과도한 집착 및 이로 인한 불안, 두려움, 왜곡된 생각들이 계속된다면 강박 스펙트럼 질환 중 하나인 신체추형장애(body dysmorphic disorder)로 진단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반드시 정확한 평가 및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된 병은 만성화되어 나중에는 치료하기 더 어렵게 됩니다.

질문자님께서 외모의 틀에서 벗어나 더 자유로워지게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멀리서 질문자님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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