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의 경험은 한 사람의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나, 유년시절 겪은 트라우마나 학대는 공격적인 성향, 우울증, 경계선 인격장애(감정기복이 매우 심해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성격장애) 및 조울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듯 큰 상처를 경험한 피해자들은 평생 음지 속에서 고통받으면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트라우마는 우리를 성장하게 만들어 주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 우리는 큰 아픔을 겪은 사람이 상처에 대한 경험에서 벗어나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 층 더 성숙된 사람으로 탈바꿈되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연구를 통해서도 역경을 겪은 사람들 중에는 긍정적인 심리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경우도 있고 이들은 동정심이 많고 이타적인 행위도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상대방을 마음을 잘 이해하는 공감능력 또한 높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진_픽셀


공감능력과 트라우마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그린버그(David Greenberg) 박사는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Amazon’s Mechanical Turk; 미국 아마존 기업에서 운영하는 웹 서비스 플랫폼으로서 사람들은 일정 금액을 보수로 받고 주어진 과업을 수행한다)를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약 800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이번 연구는 설문지에서 사람들의 공감능력 지수를 측정한 다음, 유년시절에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 부모의 이혼이나 신체적 폭력, 성폭력의 경험 등을 포함하는 트라우마에 대한 경험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연구결과 유년시절 트라우마를 경험했다고 보고한 사람들은 높은 공감능력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트라우마의 강도가 높을수록 공감능력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공감능력(empathy)은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과 감정적 공감(affective empathy)이 있다. 인지적 공감은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인지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고, 감정적 공감은 상대방의 마음 상태를 읽고 그에 부합하는 감정을 나타내 보이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인지적 공감은 머리로 상대방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이고, 감정적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과 나의 감정을 일치시켜 공유하는 것이다. 

그린버그 박사의 연구로 돌아와서, 유년시절 트라우마는 특히 감정적 공감능력을 향상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트라우마는 끔찍한 상처로 남아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게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우리를 성장시켜주기도 하고 나아가 다른 상처 받은 이들을 함께 이해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공감능력까지 향상해 줄 수 있다.

 

* 참고

Elevated empathy in adults following childhood trauma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203886#sec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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